▲ 지난 11월7일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대회장에서 만난 이명박 시장(왼쪽)과 박근혜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아래 사진은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대회 모습.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한나라당 대권 후보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조직’이 있긴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국조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뉴라이트 운동이 자기 혁신에 실패한 보수세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라 국민의 성원을 받을 경우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의 ‘러브콜’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뉴라이트 그룹과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의 ‘정치적 궁합’이 딱 들어맞는 것만은 아니다. 각 주자에 대한 미묘한 호불호의 기류도 감지된다. ‘대권시장’에 뛰어든 뉴라이트 그룹과 한나라당 대권주자들 사이에 과연 어떤 모양의 ‘사랑의 짝대기’가 그려질까. 그 미묘한 함수관계를 미리 들여다봤다.
“뉴라이트만 잡으면 차기 대권은 반쯤 잡은 것 아닌가. 국민들은 기존 보수세력에 식상해 있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10·26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이유’에 대해 ‘한나라당이 잘해서’라고 응답한 사람이 고작 10%를 간신히 넘었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반사이익 챙기기가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뉴라이트가 늙어가고 있는 한나라당에 ‘새로운 피’를 수혈해줄 것으로 믿는다. 대권 주자들도 뉴라이트의 그런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지 않겠나.”
한나라당에서 전략통으로 통하는 한 의원의 얘기다. 이 의원은 최근 창립대회를 가진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한나라당의 혁신안이 통과되겠지만 홍준표 의원 등 비주류를 아우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한 혁신운동으로 봐야 한다. 그동안 수 없는 토론을 통해 혁신안을 마련했지만 그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혁신을 할 수 없다고 본다. 앞으로 외부세력과의 연대 내지는 합종연횡을 통해 당 개혁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당 개혁을 위한 연대의 주요 대상이 바로 뉴라이트 세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뉴라이트 세력은 한나라당에 대해 외곽 개혁 세력으로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한나라당의 대권주자들에게도 큰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각 주자들이 이렇다 할 전국 조직이 없는 상황에서 전국연합이 향후 1년 동안 국내외 1백개 조직에 회원 10만명을 거느린 거대 정치단체를 만든다면 누구든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나라당 빅3 대권 후보들 중에서 뉴라이트 세력과의 ‘구애경쟁’에서 가장 앞서는 주자는 이명박 서울시장으로 알려진다. 먼저 ‘전국연합’ 상임의장인 김진홍 목사와 이명박 시장의 ‘인연’이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시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소망교회 장로)로서 김 목사와는 오래 전부터 남다른 친분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김 목사는 이에 대해 “제가 친한 정치인은 이명박 서울시장만이 아니라 손 지사와도 청계천 빈민운동을 함께할 때부터 잘 아는 사이고, 고 전 총리는 같은 ‘세실 모임’(세상을 실하게 하는 모임) 회원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사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목사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 당시 종교계 인사로서 이회창 캠프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를 잘 아는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김진홍 목사와는 지난 2002년 이회창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만나서 잘 알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 전국연합이 이 시장과 더욱 큰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김 목사는 한나라당 내 대표적인 ‘친(親) 이명박’ 모임인 수도이전반대투쟁위원회(수투위) 소속 의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투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수투위가 서울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수도분할반대 범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할 당시 김 목사가 수차례에 걸쳐 수투위 소속 의원들과 만나 향후 운동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등 깊숙이 관여했다”고 말했다.
전국연합에서 김 목사와 함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영해 한양대 교수가 대표로 있는 ‘분당포럼’ 역시 ‘수도분할반대 범국민운동본부’에 동참하고 있다. 당시 대회장에는 한나라당의 이재오 박계동 의원 등 친 이명박 계열 의원들이 자리를 함께하기도 했다.
▲ 손학규 지사도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했다. | ||
뉴라이트 운동은 지난해 10월께부터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가 주도하는 ‘자유주의연대’가 주류세력이었다. 이는 최근 ‘뉴라이트네트워크’로 확대·발전되었는데 대중정치 지향보다 지식인들의 의식개혁 운동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김 목사가 주도하는 전국연합은 신 교수의 지식인 운동에 대해 반대하며 뉴라이트 세력을 전국의 시군 단위로 확대하는 대중정치운동에 더 큰 뜻을 두고 있다. 이런 정치적 지향점 때문에 김 목사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곤혹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뉴라이트 운동을 정치운동, 특히 한나라당 쪽에 줄을 서서 정권 교체를 꿈꾸는 운동이라고 오해하는 시선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오해 중의 오해”라며 일부의 시각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뉴라이트 세력과 당내 친 이명박 계열 의원들을 한데 모아 신당 창당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3월 수투위 활동 과정에서 친 이명박 계열로 분류되는 김문수 의원이 “한나라당이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땐 신당 창당도 불가피하다”고 밝힌 적이 있는 것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명박 시장은 뉴라이트 운동과의 연대설에 대해 “내가 온건 보수니까 보수를 챙겨야지”라며 원론적인 말 이외에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는 전국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 기자에게 “뉴라이트 잘하면 뒤에 따라가겠다. 덕 좀 보자”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뉴라이트 세력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뉴라이트네트워크(네트워크)는 전국연합에 비해 정치권과의 연대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편이지만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비교적 가까운 편이다. 네트워크측의 한 관계자는 “진정한 보수 우파 혁명을 위해선 과거와도 일정한 거리가 있어야 하며 포퓰리즘 정치는 배격해야 한다. 손학규 경기도지사 등 일부 대권주자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뉴라이트를 거론할 때 이명박 손학규 두 차기주자에 비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이름은 상대적으로 덜 나오고 있다. 이는 뉴라이트 일부 세력에서 주장하고 있는 ‘박근혜 필패론’에 따른 결과물로도 해석된다.
뉴라이트 세력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박근혜로 대표되는 과거 보수세력보다 신보수주의에 적합한 인물을 찾아보자는 ‘대안 찾기’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 대세론’에 반기를 드는 신흥 세력들이 ‘뉴라이트’라는 새로운 도구를 통해 신선한 대권 주자를 띄우려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네트워크측이 한나라당에 대해 “기득권 수구우파”라며 반기를 드는 점도 박근혜 대세론을 강하게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런데 뉴라이트 세력이 과연 차기 주자들과 연대를 할 것인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 뉴라이트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뉴라이트는 지난 2002년 대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며 기존 보수세력과는 차별화 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특정 대선 후보를 내세우고 그를 중심으로 모이는 방식이 아니라 보수의 콘텐트(이념)와 이론을 먼저 정립하고 그에 동조해 모이는 사람 중에서 자연스레 대선 후보가 선정돼야 한다고 본다. 만약 이런 방식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존재가치가 없기 때문에 특정 세력과의 연대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뉴라이트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뜨겁다. 민주당과 중부권 신당 등에서도 ‘코드’에 상관없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과 경쟁 관계에 있는 열린우리당은 뉴라이트에 대해 싸늘한 반응이다. 이해찬 총리가 “뉴라이트는 문화지체 현상의 일종”이라고 쏘아붙인 점이라든지, 민병두 의원이 “뉴라이트는 한나라당의 홍위병이자 학도호국단”이라고 강력 비난한 것을 보면 여권이 뉴라이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반응에 대해 “향후 대권구도에서 뉴라이트의 잠재력을 인정한 나머지 그것을 견제하려는 의도적인 깎아내리기”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뉴라이트가 10년째 권력을 잃고 방황하는 대한민국 보수세력의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떠오른다면,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의 ‘사랑의 짝대기’ 공세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