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윗쪽)신선우 전주 KCC 감독, 조범현 감독. (아래쪽 원안)시계방향으로 김정남, 이장수, 이순철, 김동광, 추일승 감독, | ||
‘지장’이나 ‘덕장’, ‘다혈질’ 또는 ‘포커 페이스’로 불리는 다양한 감독들의 유형을 혈액형으로 한번 분석해 봤다. 고유의 성격이 녹아 있다는 혈액형을 통해서 감독들의 평소 성격에서부터 훈련 및 시합에서 보이는 다양한 모습들의 기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흔히 ‘피’는 못 속인다고 하지 않던가.
[원칙 아니면 죽음 A형]
->농구: 김동광(서울 삼성) / 추일승(부산 KTF) 야구: 조범현(SK) / 이순철(LG) 축구: 김정남(울산) / 이장수(전남)
A형 감독들이 스스로 언급한 성격에서 유독 많이 나온 단어는 ‘원칙’과 ‘마무리’였다. 나름대로 틀을 정해 놓고 그 원칙을 벗어나면 용서가 안 되며 깔끔하게 마무리짓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것. 사실 A형 중에는 ‘원리원칙주의자’ 혹은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책임감이 강해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신뢰를 받는 편이라고 한다.
‘다혈질파’로 분류되기도 하는 김동광 감독은 “그래도 삼성으로 팀을 옮기고 나서는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중”이라고 운을 뗀 뒤 “선수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사고 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다. 한두 번 지적한 이후에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건 정말 용서가 안 된다”면서 선수를 지도하는데 필요한 확실한 기준을 강조했다.
김 감독과는 정반대로 느긋한 성격의 추일승 감독 역시 ‘원칙’ 고수에는 차이가 없었다. “선수를 편애하지 않고 코칭 스태프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틀을 벗어나는 건 지도자로서 참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A형은 세간에서 이뤄지는 관습이나 규칙을 존중하고 질서나 명령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상하고 꼼꼼한 생각으로 매사에 조심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생각하는 방법이 틀에 박히기 쉽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사실 A형 감독들은 여느 감독에 비해 ‘카리스마’가 강하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A형에는 겉으로는 엄격하고 자존심이 강해 보이지만, 마음 속은 엄하지 않은 ‘온후한 이중성’이 있다고. 이순철 감독이 이와 같은 케이스. “차분한 성격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순간 폭발하는 것은 의지로는 안 되는 것 같다”면서도 “대신 꼼꼼하고 자상하게 선수들을 챙겨주려고 노력한다”고 A형의 기질을 설명했다.
[모험 즐기는 기분파 B형]
-> 농구: 김태환(창원 LG) / 김진(대구 동양) / 장일(울산 모비스) 야구: 유승안(한화) / 김재박(현대) 축구: 조광래(안양)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B형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엇갈린다. ‘영리하다’는 칭찬이 있는가 하면 범죄자 중에 ‘∼꾼’이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B형은 호기심이 왕성한 타입으로 항상 화제가 풍부하고 창조력이 넘쳐나 기획면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모 벤처회사의 영업사원 면접에서 ‘B형’에는 가산점을 주는 내부방침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위쪽)시계방향으로 유승안 김진 장일 김태환 김재박 감독. (아래쪽)시계방향으로 양상문 김성한 이상윤 김경문 조윤환 감독. | ||
B형은 한마디로 말해 ‘기분파’로 분류된다. B형 가운데는 기분이나 태도가 변하기 쉬운 변덕쟁이가 많은데 마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분을 밖으로 그대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기 발랄하고 싹싹할 때와 말없이 무뚝뚝할 때가 서로 ‘왕복’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는 것. A형과는 달리 틀에 박히지 않는 자유분방한 행동표현을 잘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유승안 감독은 “선수들이 (감독을) 무서워하다가도 어떤 경우에는 친형처럼 느끼는 것도 이런 기질 때문이 아니겠냐”며 ‘기분파’라는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한편 B형 감독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성실’한 선수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안 감독은 ‘우직하고 충실한 선수’, 김진 감독은 ‘자기관리 잘하는 선수’, 그리고 조광래 감독은 ‘실력을 갖추고서도 더 많은 걸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선수’ 를 ‘이쁜 짓∼’ 하는 선수로 꼽았다.
[개성 넘치는 승부사 O 형]
-> 농구: 이상윤(서울 SK) / 신선우(전주 KCC) 야구: 김성한(기아) / 양상문(롯데) / 김경문(두산) 축구: 조윤환(전북)
성격에서 미뤄 짐작하기가 가장 쉬운 혈액형이 바로 O형이다.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뒤끝은 없지만 욱 하는 성격’은 십중팔구 O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O형은 성격적으로 인간미가 있지만 행동은 ‘목적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꿈을 갖고 사는 듯하지만 막상 돌발적인 상황에서는 놀랄 만큼 현실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 단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지나쳐 상대를 무시하거나 자아도취에 빠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도 있다고 한다.
김성한 감독은 “급할수록 침착해지려고 하는데 강한 자존심이 문제”라며 “뜨거운 피를 자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신선우 감독 역시 “강한 의사 표현과 자존심 때문에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며 타고난 성격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 원안은 정해성, 오른쪽은 전창진 감독. | ||
양상문 감독도 “끝장 볼 때까지 가야 하는 스타일”이라면서 “대신 감정을 정말로 표현해야 할 때 오히려 너무 자제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며 O형 성격의 단점을 지적했다. 이상윤 감독 역시 이런 O형 특유의 자존심에 대해 “다른 감독에 비해 승부에 졌을 때 마음 상하는 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로 설명했다.
이런 성격은 승부에 대한 의식이 강하고, 머리를 숙이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O형의 기본 기질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와 함께 O형은 낭만적인 것을 좋아하고, 감정 따위를 남기지 않는 특성도 갖고 있다. 조윤환 감독은 “사실 흥분하면 말도 빨라지고 손도 높아지고 여유가 없어지지만 그래도 정 많고 마음 여린 사람들이 O형”이라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조율사 AB형]
->농구: 전창진(원주 TG)
->축구: 정해성(부천)
네 가지 혈액형 중에 가장 적다는 AB형은 감독들 사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AB형은 A형과 B형이 어우러져 언제 어느 쪽 기질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한마디로는 단정짓기 어려운 타입이라고 한다.
정해성 감독은 이런 시각에 대해 “그래서 AB형을 ‘천재’ 아니면 ‘바보’라고 하지 않느냐”면서 “대표팀에서 (황)선홍, (홍)명보 같은 고참선수들이 내게 붙인 별명이 ‘콜라’인데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겠다며 붙인 것”이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덧붙여서 그는 “AB형은 어떤 일이라도 요령 있게 적응하며, 매사 객관적으로 판단해 합리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에 실수가 적은 편”이라며 소수만이 가진 혈액형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전창진 감독은 AB형이라는 혈액형에 대해 ‘상당히 재미있는 피’라고 요약했다. 전 감독의 풀이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예상치 못한 다양한 성격이 자연스럽게 표출된다”는 것이다. 즉 AB형은 대인관계에서 사람들과의 조화를 매우 강하게 바라고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행동을 하려고 무척 노력한다는 것.
또한 AB형은 인간관계 조정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데 두 감독 역시 선수들의 응집력을 높이는 데 뛰어난 수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