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스타플레이어 중에는 ‘코트의 마법사’로 불렸던 강동희 코치(창원 LG)가 재테크에서 놀라운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자신의 별명은 ‘깡통’이지만 재테크에서 강 코치는 알짜배기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중이다. 노련한 포인트 가드의 재테크 노하우와 프로축구의 소문난 ‘재테크 고수’ 노정윤에게 ‘짠돌이 생활’의 이면을 들어봤다.
강동희 - 부동산이 최고
지난 시즌부터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강동희 코치는 현역 시절 경기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과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패스, 그리고 슈팅력까지 고루 갖춰 한국 최고의 포인트가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산관리를 직접 한다. 아울러 투자를 하더라도 복잡한 것보다는 간단한 것을 선호하지만 전제는 꼼꼼하게 따져본다는 것이다.
강 코치의 재테크 분야는 한 마디로 ‘땅(부동산)’이다. 부동산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상가나 아파트 등 매매나 임대에 관심이 많은 반면, 강 코치는 ‘땅테크’를 고집하는 편이다. 그는 “지금처럼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시대에는 부동산에 투자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부동산에도 흐름이 있기 때문에 토지가 강세를 띠는 시점이 있으며, IMF 이후 주택시장이 활황이었던 시기도 있었고, 상가가 인기를 끌 때도 있었다”며 전문가 못지 않은 시장 분석을 내놓았다.
강 코치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다른 분야에 비해서 신경을 덜 쓸 수 있고, 동시에 투자한 것만큼 수익도 크다는 것이다. 그는 “상가나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땅은 선택만 잘해 놓으면 푹 잊고 지내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며 장점을 설명했다.
강 코치 역시 목돈 마련은 적금을 통해서 자금을 마련하는 편이다. 적금에 대해서는 그렇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넣을 수 있는 만큼 은행에 일단 저축하는 패턴을 고수했다고 한다.
“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목돈이 필요한 게 사실인데 생활비나 용돈을 제외하고 매달 받는 연봉의 70% 정도는 적금으로 넣었다”며 “부동산 재테크를 위해서 필요한 종자돈 마련이 결코 쉬운 건 아니었다.”
현재 강 코치가 부동산을 알아보고 한 번에 투자하는 액수는 1억~3억원 안팎. 그는 “다리품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입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부동산 전문가인 주변 지인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얻고 투자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며 이론적인 것만큼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은 것이 부동산 재테크라고 풀이했다.
강 코치가 투자한 알짜배기 땅은 수도권 주변에 집중되어 있다. 투자가치가 높고 관리하기에도 편하다는 이점 때문이다. 강 코치는 지금까지 투자한 구체적인 액수와 장소에 대해 밝히는 것을 꺼려했는데 상당한 액수와 평수에 실속 있게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이제 사는 것뿐만 아니라 파는 것도 고려해야 할 시기라는 게 그의 판세 분석. 그는 “얼마 이상 땅값이 오르면 팔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며 “가장 먼저 투자한 곳이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그 땅을 팔고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려볼 생각”이라며 사고 파는 시기의 중요성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지금까지 재테크하며 느낀 점에 대해 강 코치는 “땅을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는 ‘토지신화’는 이미 옛말”이라면서 “땅 투자에 정도는 없는 것 같고 다만 정확한 정보와 과학적인 투자분석만이 성공 투자의 지름길”이라고 정리했다. 다음은 그가 소개하는 부동산 재테크 요령이다.
첫째, 투기 아닌 투자를 생각하라.
무리한 투자는 금물, 분수에 맞는 투자가 정석이다. 덩치가 큰 땅을 찾기보다 자신의 자금 동원 능력을 감안,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귀가 얇은 초보자는 남의 말을 믿다가 투자금을 날리는 사례가 많다.
둘째, 뜬소문은 믿지 말라.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정석투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갑자기 튀어나온 개발 정보나 뜬소문에 조심해야 한다. 부정확한 소문만 믿고 달려들었다가 실패하기 십상이다.
셋째, 땅값은 도로를 따라 움직인다.
서해안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개통지역 주변을 보면 알 수 있다. 도로 개통은 주민의 생활 반경을 확대한다. 도심 접근성이 좋아져 유동 인구가 많아지면서 투자가 활성화되기 마련이다. 자연히 땅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의 노정윤(35·울산 현대)은 1993년 고려대를 졸업한 그해 건국대 출신인 동갑내기 유영옥씨와 결혼했다. 졸업과 동시에 일본 J리그 히로시마에 입단한 노정윤은 결혼이 낯선 일본생활에 안정감을 줬고 돈도 모을 수 있는 힘이 됐다며 재테크의 제1원칙을 조기 결혼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생활 첫해부터 노정윤은 허리띠를 졸라 맸다. 매월 1백40만엔(약 1천4백만원)의 월급을 받았던 노정윤은 이중 1백만엔을 저축했다. 현역 선수로 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벌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모으자고 아내와 약속했던 것.
21세의 어린 신부는 1천엔(약 1만원)짜리 옷을 사 입는 짠순이 생활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구단에서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살았기 때문에 식비 외에는 크게 생활비가 들어가지 않는 이점이 있었다.
이렇게 해서 2년간 모은 돈이 3억원에 달했다. 노정윤은 바로 인천 부평에 사는 부모님께 50평짜리 아파트를 사드렸다. 장인에게는 차를 선물한 노정윤은 “돈을 버는 목적은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인생관을 밝혔다.
일본에서 짠돌이 생활로 돈을 모으는 와중에도 노정윤은 사람 사귀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축구선수가 축구인 말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만나야 한다는 필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그는 “사람에 대한 투자로 돈을 많이 썼다. 그 덕분에 인맥관리가 재테크에 큰 힘을 줬다”고 설명하면서 ‘사람이 곧 재산’이라는 이색 논리를 펼쳤다.
히로시마에서 5년을 뛴 노정윤은 1998년 네덜란드 브레다로 떠난다. 이때 이미 저축으로 상당한 재력을 지닌 그는 부동산 임대로 눈을 돌렸다. 개인사업을 하던 장인은 노정윤의 돈을 원룸 등에 투자해 임대료로 수입을 올리도록 도와줬다. 노정윤의 재테크에는 장인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올해 서울 양평동에 8층짜리 빌딩을 올린 노정윤은 “부동산 임대가 돈을 많이 불려줬다”고 밝혔다. 땅도 사뒀지만 아직은 돈이 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몇 배의 수익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크리스마스 워터’라는 웰빙업체의 대표도 맡고 있는 노정윤은 “주식은 절대 하지 않았고 부동산이 그래도 가장 좋은 재테크 수단”이란 자신만의 재테크론을 소개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