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프리카TV’가 인터넷 개인 방송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후발주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인터넷 개인 방송의 수익성을 높게 평가한 일부 공중파 방송사와 대기업, 대형 연예기획사 등도 해당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열린 공간’과 ‘콘텐츠의 다양화’의 화려함 뒤에 숨어 음란방송을 하는 ‘성인방송국’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옷을 벗고 신음소리를 내는 선정적인 인터넷 개인 방송이 늘고 있다. BJ 방송 화면 캡처
이날 해당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엔 이 같은 방송 채널이 15개가량 있었다. 이 방송 채널의 여성 BJ들은 하의 속옷을 제외하고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고, 일부는 특정 신체 부위를 카메라 앞에 들이밀며 요란한 신음 소리를 내는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각 방송 채널엔 200명에서 300명의 시청자가 이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결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방송을 제공하는 인터넷 방송 사이트는 20여 개로 방송 채널은 93개였다. 모두 모바일로 접속‧시청이 가능했다. 한 업체가 여러 개의 인터넷 방송 사이트를 연동하거나 이름만 바꿔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제외한 숫자다.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몇몇 키워드만 입력하면 쉽게 검색이 가능했다. 일부는 블로그 광고, 기사 형식의 광고를 통해 홍보를 하는 곳도 있었다. 확인하지 못한 방송 사이트와 채널도 있어, 이를 더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의 선정적 방송 채널을 제공하는 인터넷 방송 사이트들은 얼핏 국내 최대 인터넷 방송 사이트인 ‘아프리카TV’ 홈페이지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 특히 아프리카TV의 ‘별풍선’과 같은 유료 아이템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해당 방송국들은 “이 아이템은 BJ에게 선물하기, 방송 채널 입장하기, 방송을 녹화한 VOD 구매하기에 쓸 수 있다. 선물 받은 방송은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아이템 10개 1100원, 100개 1만 1000원, 2000개 22만 원 등이었으며 개수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유료 아이템을 선물 받은 진행자가 현금으로 환전할 경우, 환전 금액은 ‘받은 아이템 수×업체 측이 설정한 환전비율×후원 1개의 금액(100원)’ 등으로 계산해 받을 수 있었다.
인터넷 개인 방송 사이트의 방송 채널 목록. 실제로 접속하면 ‘화끈 벗방’ 등 낯 뜨거운 단어들로 바뀐다.
이들의 진행 방식도 비슷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여성 BJ는 “약속하지 않았지만 BJ들끼리 진행 방식에 대한 ‘룰’이 있다. 유료 아이템 개수도 크게 다르지 않고, 노출 수위와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BJ들은 시청자 수가 적은 시간대엔 누구나 접속할 수 있도록 ‘공개방’으로 설정해 뒀다. 공개방에선 옷을 벗지 않거나 속옷은 항상 입은 채로 방송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유료 아이템 3000개 선물 미션을 한다”며 “선물 개수가 총 3000개 도달하면 팬방(팬클럽 방)으로 전환한다”고 광고성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팬클럽 방은 비공개 방이다. 인기가 많은 ‘스타 BJ’의 팬클럽 방은 유료 아이템을 많이 선물한 순으로 지정된 회원만 입장할 수 있다. 입장하려면 따로 BJ가 설정한 개수대로 유료 아이템을 지불해야 한다. 이처럼 은밀히 진행되는 이유는 노출과 연출하는 장면의 수위가 높기 때문이다. 속옷 탈의는 기본으로, ‘오일쇼’ ‘신음소리’ ‘요가자세’ ‘춤’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회원들이 요구하는 자위행위 등을 연출하기도 한다. 행위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일수록 유료 아이템 선물 개수는 늘어난다. 팬클럽 방에서만 하루 4000개 이상의 유료 아이템 선물을 받는데, 공개방에선 보기 힘든 개수다.
일부 BJ들은 ‘만남’을 조건으로 유료 아이템 선물을 노골적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공개방에선 얼굴을 공개하지 않던 BJ들이 팬클럽 방에서 “유료 아이템 3000개 선물하면 SNS 아이디를 쪽지로 알려주겠다. 얼굴은 직접 확인하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한 BJ의 팬클럽 회원은 “선물을 많이 하던 한 회원이 ‘실제로 SNS 아이디를 받고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며 채팅창에 자랑을 늘어놨다. BJ도 해당 회원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앞서의 인터뷰에 응한 여성 BJ는 “선물도 많이 해주고 호응도 잘 해줘 감사의 의미로 SNS 아이디를 알려주는 것”이라며 “연락만 주고받거나 간혹 차를 마시거나 저녁을 함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BJ 상시 모집 광고.
하지만 이러한 BJ들을 보는 의심의 눈초리도 따갑다. “만남을 조건으로 선물을 요구하는 것은 전체 시청자들에게서 유료 아이템 선물을 유도하기 위해 짜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또 다른 팬클럽 회원은 “간혹 BJ들이 방송 중 한 회원을 두고 ‘실장님’ ‘상무 오빠’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회원은 공개방에서 유료 아이템 선물을 많이 하고, BJ는 여기에 호응해 수위를 높여 간다. 그러다 팬클럽 방으로 넘어오면 선물했던 회원은 조용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업소 종사자끼리 부르는 호칭을 쓰는 것을 볼 때 바람잡이일 가능성이 높다”며 “인터넷 방송 사이트를 살펴보면 ‘BJ 상시 모집’이라는 광고도 볼 수 있는데, 업체 측과 연결이 돼 있다는 의심을 하는 회원들도 여럿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성인들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해놨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며 “BJ 모집의 경우 후발주자로서 경쟁력 있는 BJ들을 확보하기 위해 광고를 한 것이다. 일부 회원들이 제기한 문제는 회사와는 관련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