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장면.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
그러나 18일 잠실에서 벌어지는 3차전부터는 두산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소한 실수 하나에 승부가 갈리는 큰 경기 때는 유난히 징크스에 웃고 우는 일이 잦다. 이 중에서도 선수, 감독 및 코칭스태프, 구단직원들은 사소한 징크스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우승으로 향하는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선 삼성과 두산. 양 팀의 징크스에 대해 알아봤다.
아! 무승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한국시리즈에서 무승부 경기가 나온 것은 지난해까지 모두 6차례. 이 중에서 삼성이 무승부를 기록한 경기가 지난해 3무(4승2패)를 포함해 5차례나 된다. 원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최초의 무승부를 기록한 이래 최초, 최다 시리즈 무승부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
그런데 공교롭게도 삼성은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패했다. 특히 93년 박충식의 한국시리즈 15회 완투, 지난해 배영수의 10회 노히트 노런의 전무한 대기록을 세우고도 무승부를 기록하며 결국 시리즈는 상대팀(해태, 현대)에 내주고 말았다. 이쯤 되면 무승부 징크스가 두려워질 법도 하다. 물론 삼성 선수들은 우연의 일치라며 무시하고 있다.
동물의 힘 1995년 이후로 두산 프런트에서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경기장이나 구단 사무실에 동물이 찾아들면 좋은 징조로 여기고 있다.
우선 1995년 한국시리즈 직전 구단 사무실 뒷문을 통해 느닷없이 구렁이 한 마리가 겨울잠을 잘 장소를 찾아 들어왔고 2000년에는 노루 한 마리가, 2001년에는 잠실구장 라커룸에 딱새가 날아들었다. 신기한 것은 2000년 노루를 가만 두지 않고 잡아서 쫓아 보낸 뒤에 열린 한국시리즈에서만 우승에 실패한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두산 관계자들은 천기누설을 하는 것이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는데,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잠실 운동장에 진돗개 한 마리가 찾아들어왔다는 것이다. 김정균 팀장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X개도 아니고 진돗개가 잠실구장에서 노숙(?)을 하는 것은 좋은 징조”라며 “개가 떠나가지 않도록 아침저녁으로 밥을 챙겨주고 있다”고 말하며 올해도 우승은 두산의 차지가 될 것이라고 즐거워했다.
게다가 두산은 올 시즌 홈경기가 있는 날 경기 전 가끔씩 자회사 K사로부터 닭고기를 제공받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런데 닭고기를 먹고 선수들이 힘을 받은 것인지 닭고기를 제공받은 6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것. 이때부터 두산 선수들 사이에선 ‘닭 징크스’란 말이 생겨났다. 때문에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계속해서 닭고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것이 구단 관계자의 전언.
잠 잘 자야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구단이 묵을 숙소 또한 초미의 관심사다. 두산의 경우 95년과 2001년 강남의 R호텔에 숙소를 정한 뒤 우승을 했고, 삼성 또한 2002년 한국시리즈 당시 R호텔에 선수단의 짐을 풀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해 20년 숙원이었던 우승을 달성했다. 때문에 R호텔은 야구선수들 사이에선 우승을 위한 최고의 명당으로 손꼽히고 있다.
올해는 두산이 R호텔을 선점했다. 반면 삼성은 시즌 초반부터 계속 이용하던 청담동의 R호텔을 서울 숙소로 이용할 예정이다. 이에 양 팀 프런트에서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명당(?)을 차지한 두산 관계자의 경우 “R호텔은 우승을 가져다주는 호텔이다. 우리 구단과 자매결연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고, 삼성 관계자는 “익숙한 숙소가 선수들에게 더 편안할 것”이라며 호텔 징크스를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묘한 천적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삼성과 두산 양 팀의 에이스는 배영수(11승11패, 2.86)와 리오스(15승12패 3.51)다. 하지만 두 에이스 모두 시즌 내내 상대팀을 만나면 무너지는 ‘곰 징크스’, ‘사자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우선 시즌 평균자책 2.86을 기록한 배영수는 두산전에서 3.98(1승2패)을 기록했다. 게다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던 시즌 초반에도 두산 타선에 난타당해 경기 초반 강판당한 적이 있을 정도다.
리오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기아에 있을 때나 두산으로 이적해 왔을 때 한결같이(?) 삼성전에 약한 모습을 보인 것. 올 시즌 리오스는 삼성 타선을 상대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 6.14의 극도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징크스 때문일까! 리오스는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와 6이닝 동안 3실점해 패전투수가 됐고 배영수도 2차전 삼성의 필승카드로 등판했지만 선발승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양 팀 선수들과 구단 프런트의 징크스에 대한 대처 방안 또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산의 최고참 안경현은 올 시즌 삼성과의 경기에서 홈런을 치면 대부분 팀이 패한 기록을 두고 오히려 홈런을 쳤을 때 이겼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반면 두산을 상대로 1·2차전 한국시리즈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삼성의 마무리 오승환은 “두산에 특별히 강한 건 아니다. 게임마다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는 ‘방송용 멘트’로 답변, 징크스를 의식 않는 듯했다.
프런트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두산 홍보팀은 좋은 징크스를 만들어 적극 홍보하며 자신의 팀이 유리한 이유를 적극 표명한 반면 삼성의 관계자들은 “안 좋은 기억은 떠올려서 무엇 하느냐?”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최혁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