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에 들어야 2005독일월드컵에 합류할 수 있는 공격수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 ||
1. 거친 태클에도 기죽지 않는 배짱
거센 태클이 난무하는 그라운드에서 공격수가 살아남기 위해선 우선 대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상대 수비에 주눅들지 않는 배짱이라면 이천수가 가장 앞선다. 이천수는 2002월드컵 때도 프리킥을 차겠다고 볼을 잡고 내주지 않으려 해 주장 홍명보에게 혼날 정도로 근성이 있다.
김정남 울산 감독은 “배짱도 있고 근성도 두둑해 기대가 크다”며 이천수를 칭찬했다. ‘그라운드에서 착한 선수는 필요없다’는 게 이천수의 생각이란 것. 평소 이미지와 비슷하게 이천수는 대표팀 스태프들과 허물없이 농담을 던지며 얘기를 나누는 등 친화력에서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는 편이다.
오기와 근성이라면 안정환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안정환은 독일월드컵 본선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2002년처럼 중요한 골을 터트려 한국의 16강, 8강을 이루는 주인공이 된다면 적지 않은 나이지만 마지막 축구인생을 빅리그에서 보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말을 하진 않지만 정말 ‘독기’를 품은 선수는 이동국이란 게 대표팀 주변의 얘기다. 전 대표팀 관계자는 “지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동국은 이번에도 독일행 비행기를 못 타면 축구를 그만두겠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근성을 얘기할 때 ‘순둥이’로 알려진 박지성과 말이 없는 박주영을 빠트리기 쉬운데 알고 보면 두 선수도 아드보카트호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며 “모든 선수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월드컵 무대에 대한 ‘욕심’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2. 부상도 피해가는 철저한 몸 관리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황선홍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가진 중국과 정기전에서 큰 부상을 당해 정작 본선에선 한 게임도 뛰지 못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부상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축구선수는 누구나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다. 관건은 어떻게 이를 극복하거나 피하느냐다. 이동국은 왼쪽 무릎에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다.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어보면 별 이상이 없지만 항상 조심한다. 박주영은 문제가 됐던 발바닥보다 인대에 부분파열이란 고질적인 부상이 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초·중·고 시절 이 부분에 부상을 입었지만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해 만성부상이 된 것이다.
습관성 탈구로 고생했던 이천수는 스페인에서 수술을 통해 완치됐다. 다른 공격수들도 작은 부상이 있지만 심각한 편은 아니라고 최주영 대표팀 의무팀장은 전한다. 최 팀장은 “경쟁이 치열할수록 선수들이 무리를 하다가 부상을 당한다”며 “진정한 승부는 본선이란 생각을 해야 하지만 일단 경쟁에서 살아남는 일이 먼저라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다”고 대표선수들의 분위기를 알렸다.
3. 컨디션 유지하는 슬럼프 극복능력
심신이 건강해도 가장 무서운 적은 슬럼프다.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다. 공격수들은 골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해 골이 들어가지 않으면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다. 황선홍 전남 코치는 “나름대로 슬럼프에 대한 탈출방법을 가지고 있다”며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하는데 젊은 선수들은 컴퓨터 게임을 통해 푸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독교신자들은 종교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박주영은 어머니가 보내주시는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며 슬럼프를 벗어났다. 박주영의 에이전트사인 스포츠하우스의 이동엽 부장은 “마음이 편치 않을 때 복음성가를 크게 틀어놓고 마음을 가다듬는다”며 박주영의 슬럼프 탈출비법을 공개했다.
이제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독일월드컵에 10여 명의 공격수를 모두 데려갈 수는 없다. 스리톱을 사용한다면 두 배수쯤인 6~7명 정도가 살아남는다. 공격수들은 월드컵이란 축구전쟁에서 출전가를 부르기 위해서 오늘도 몸과 마음을 다지고 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