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를 번복하면서 프랑스를 2006독일월드컵에 올려놓은 지단. 지난 2002년 경기 모습(위),토고 축구국가대표팀. 감정 기복이 심한 기질을 잘 통제할 수 있을까. 로이터/뉴시스 | ||
오히려 프랑스보다 스위스가 더 위협적이라는 축구 전문가들의 분석이 만만찮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지역예선 조별리그에서 같은 조에 편성됐던 프랑스와 스위스는 지역예선에서 2무승부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그 경기의 결과는 0-0과 1-1 무승부였다. 1-1 무승부였던 두 번째 경기에서 프랑스는 돌아온 영웅인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릴리앙 튀랑(유벤투스), 클라우드 마케렐레(첼시)를 모두 투입하고도 승리를 낚아내지 못했다. 월드컵예선을 통해서본 결과는 스위스의 성장과 프랑스의 퇴조라는 게 제대로 된 평가일 듯하다.
프랑스는 지금 총체적인 난국이란 표현이 가장 적절할 만큼 이전 실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한국이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특히 도메네쉬 감독에 대한 소속 선수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아 한국이 2002월드컵처럼 조1위로 16강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지네딘 지단 등이 대표팀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월드컵 본선도 힘들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단의 복귀가 무조건 반갑기만 한 뉴스는 아니다. 프랑스를 98프랑스월드컵과 유로2000에서 정상으로 이끌며 최정상의 미드필더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단은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또 지단이 볼을 잡으면 프랑스 공격의 템포가 느려지고 상대 수비는 이미 자리를 잡게 된다. 스피드가 장기인 한국이 프랑스를 중원에서 압박한다면 빠른 공격으로 프랑스 골문을 열어젖힐 수 있다.
또 다른 프랑스의 고민은 도메네쉬 감독의 선수기용에 대한 구설수다. 도메네쉬 감독이 선수를 선발하는 기준은 컨디션이 아니라 별자리라는 소문이 극성맞게 돌고 있다. 감독에 대한 존경심이 이미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게 프랑스 축구계의 걱정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전술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던 미드필더 로베르 피레스(아스날)를 1년이 넘도록 대표팀에 부르지 않은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피레스가 전갈자리의 별자리이기 때문에 감독이 멀리한다는 얘기가 강하게 퍼져있다. 도메네쉬 감독은 “피레스는 전갈자리인데 이 별자리는 싸움꾼이 대부분이라 서로를 죽여버릴 수 있다”는 말을 남겨 소문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도메네쉬 감독은 프랑스 축구팬들로부터 피레스를 대표팀에 다시 부르라는 압력을 받고 있지만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어 과연 지도철학인지 개인적인 원한 때문인지 의구심만 더해가는 중이다.
일부 유럽의 축구전문가들이 프랑스보다 더 무서운 팀이라고 평가하는 스위스는 알렉산더 프라이(26·스테드 렌)란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공격의 조율은 플레이메이커 하칸 야킨(28·영보이스 베른)이 주도한다. 하칸 야킨은 스위스의 4-3-1-2 포메이션에서 ‘1’의 자리를 맡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플레이메이커다. 하칸 야킨의 형은 무라드 야킨(FC바젤)으로 역시 대표팀에서 중앙 수비를 맡고 있다.
터키 출신인 하칸 야킨은 빼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스위스 국내클럽에 소속돼 있다. 하칸의 무게감은 스위스 대표팀 내에서 엄청나다. 하칸 야킨을 빼고 유로2004 지역예선 러시아 원정에 나섰다가 4-1로 대패했던 악몽이 스위스 대표팀 내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이 패배는 스위스가 예선전에서 기록한 유일한 것이었다.
그러나 쾨비 쿤 스위스 감독의 제일 큰 고민도 바로 하칸 야킨이다. 하칸은 만성적인 허벅지 부상을 안고 있어 언제 부상이 재발할지 모른다. 지난 2002월드컵 때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이 당했던 것처럼 김남일과 포지션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하칸 야킨이 허벅지 부상을 입는다면 스위스는 16강 진출의 꿈을 접어야 할 정도로 하칸의 존재감은 크면서도 스위스의 최대 약점이다.
스페인과 독일 등 빅리그에서 하칸을 탐냈지만 선뜻 입단계약을 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허벅지 부상 때문이다. 지난 시즌 파리 생제르망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떠나 있던 하칸과 입단계약을 하려 했다가 허벅지 수술을 받기로 하자 입단을 취소하기도 했다.
토고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스테판 케시 감독의 지휘아래 사상 첫 월드컵 본선진출을 이뤘지만 독일 땅을 밟은 뒤부터 얼마나 통제를 할 수 있을 지가 문제다. 토고 선수들은 아데바요(AS모나코) 등을 비롯한 다수의 유럽리거들로 구성돼 세계축구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 독일월드컵에서 아프리카 국가 중 어느 나라가 2002년 개막전에서 프랑스를 침몰시켰던 ‘제2의 세네갈’이 될 지 관심을 모으는 것도 아프리카 축구의 폭발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02월드컵 당시 세네갈은 미드필더 칼릴루 파디가(30)가 대구의 금은방에서 금목걸이를 훔쳐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줬다. 터키와의 8강전 직전 선수들이 쇼핑을 하는 등 흐트러진 정신력도 문제였다.
벌써 토고의 주전수비수인 코조 아파누(28·보르도)는 케시 감독의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고 나섰다. 내년 1월 열리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불참하기로 한 것. 독일월드컵은 참가하겠지만 대표팀 감독의 위상이 하락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프리카 선수의 기복 심한 감정을 긁는다면 한국이 첫승 상대로 지목하는 토고로부터 의외의 낙승도 가능하다는 게 축구전문가들의 ‘희망가’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