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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간판 팀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싶다는 개막 초반의 생각이 사상 최악이라고 할 만큼의 험악한 팀 분위기로 인해 적잖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혼란에 휩싸인 요미우리에 어떤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
시즌 초 기세 등등했던 요미우리가 갑자기 무너진 이유 중 겉으로 드러난 것은 주전들의 잇단 부상이다. 특히 타선의 붕괴가 심각했다. 중심 타자인 다카하시 요시노부, 고쿠보 히로키, 포수 아베 신노스케 등이 줄줄이 부상을 당해 지난 6월에는 개막 스타팅 라인업 중 3번 타자인 니오카 도모히로와 4번 타자 이승엽을 제외하고 모두 다른 선수로 대체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주전 야수들의 공백으로 인한 빈공과 수비의 불안은 마운드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고 주전들의 부상만을 모든 원인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긴급 상황 속에서 비상구를 끝내 찾지 못한 벤치의 사정을 뜯어보면 장기 슬럼프의 원인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온다.
올해 요미우리는 3년 만에 하라 다쓰노리 감독을 컴백시키며 야심차게 닻을 올렸다. 하라 감독은 1982년부터 1995년까지 요미우리에서 뛴 48번째 4번 타자다(이승엽은 70번째 4번 타자).
‘요미우리 성골’인 하라 감독은 2002년 처음으로 사령탑에 올랐을 당시 50홈런으로 홈런킹에 오른 마쓰이 히데키를 앞세워 리그 우승을 일궈내 ‘40대 기수’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프로 초년병 감독으로 센트럴리그를 제패한 뒤 어깨가 으쓱해졌던 하라 감독은 마쓰이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로 떠난 이듬해 팀 성적이 3위로 처지면서 시즌 중인 9월 19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혀 큰 파문을 몰고 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 합리적이고 온화해 보이는 하라 감독이지만 우승 이후 팀 운영과 관련해 구단과 적잖은 갈등을 빚었다는 뒷얘기도 흘러나왔다. 누구보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완고한 스타일의 하라 감독이다.
요미우리 벤치에서 느껴지는 코칭스태프와 선수 간의 신뢰감에 금이 생긴 것도 하라 감독의 지휘 스타일과 관련해 생각할 수 있다. 스타팅 라인업 작성 등 용병술과 관련해 선수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솔솔 새어나오고 잇다.
▲ 일본의 전국구 인기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더그아웃의 하라 감독(왼쪽)과 코치진. 연합뉴스 | ||
무한 경쟁을 강조하는 실력지상주의라는 슬로건 아래서 시미즈 다카유키, 니시 도시히사, 고사카 마코토 등 충분히 주전으로 뛸 만한 실력을 갖춘 베테랑 선수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
오른손 엄지 손가락 수술로 인해 장기간 팀에서 이탈해 있는 주장 고쿠보를 대신해 고참 선수들 중 누구 하나 앞장서서 침체된 분위기를 다잡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패배주의라기보다는 무사안일주의로 보이는 요미우리 특유의 이상기류가 형성된 데는 벤치의 전략 실패가 큰 원인 제공을 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승엽은 개막 초반 이런 얘기를 했다. “일본에 진출한 여러 선배들은 물론 매스컴으로부터도 요미우리의 독특한 분위기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다. 개인주의가 강하고 배타적이어서 적응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보수명문 요미우리의 이 같은 나쁜 이미지는 초호화 스타플레이어들이 수두룩하던 시절의 얘기로 지금은 다른 팀에 비해 유별나다고 할 만큼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팀이 부진에 빠졌을 때 남에 대한 배려심이 흐려지는 나쁜 분위기는 여전히 독소처럼 남아 있다. 이승엽이 지금은 벤치의 분위기를 피부로 어떻게 느낄까 궁금한 시점이기도 하다.
얼마 전 요미우리의 OB이기도 한 어느 야구 해설가는 “선수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요미우리의 올시즌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따끔하게 꼬집었다. 팀을 우선시하는 희생정신이 느껴지지 않는 데다 개개인이 그라운드에서 해야 할 의무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느슨한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요미우리 팬들의 급격한 이탈도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이승엽에게는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요미우리의 전국구 팬들은 여전히 다른 구단이 감히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최악의 시청률 속에서 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팬들의 이탈은 이승엽의 인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이달 초 발표된 올스타전 팬투표다. 이승엽은 일찌감치 한신 1루수 쉬츠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뒤 끝내 3위까지 밀려났다. 경쟁자들에 비해 성적면에서는 월등했지만 요미우리에 또다시 실망하고 있는 팬들의 마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이라기보다는 요미우리에 대한 아쉬움을 넘은 분노가 이승엽의 ‘이미지 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승엽이 2002년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슬러거라는 명찰을 달고 메이저리그로 떠난 ‘마쓰이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 요미우리만큼이나 이승엽의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
양정석 일본 데일리스포츠신문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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