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에이전트 여전히 활동
하지만 당시 용병 비리를 전담 취재했던 입장에서는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워낙 일부 비리가 뿌리 깊다는 것은 취재를 하면서도 느꼈던 점이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비리 문제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행동으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뒷말이 많은 곳이 축구계라는 것은 아마도 축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상당부분 동감하는 얘기일 게다.
용병 비리가 터졌을 당시 A 감독은 “몸통은 살아남고 깃털들만 초상났다”며 투덜댔다. 하지만 축구계의 정화를 위해 이 말을 한 그 감독은 그후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묻고 싶었다.
최근 B 구단 내부에서 흘러나온 비리는 전형적이다. 선수 몸값을 부풀려 에이전트와 나눠먹는 고전적인 수법이다. 문제를 일으킨 에이전트는 여전히 성업 중이며 한때 비리를 꾸짖었던 몇몇도 그 대열에 가담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뒤돌아보면 2년 전 용병 비리가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은 C 방송사의 끈질긴 취재가 밑바탕이 됐다. 브라질 현지까지 날아가 취재해 2회에 걸쳐 방송이 됐고,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 단서가 상당 부분 밝혀졌다.
지면상으로 용병 비리를 고발했던 필자는 방송사 기자의 노력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유명을 달리한 이 기자가 브라질 전국을 누비고 난 뒤 돌아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솔직히 축구계에만 이런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축구는 정말 순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낯선 브라질에서 버텼다.”
B 구단의 비리뿐 아니라 최근 몇몇 구단들에서도 잡음이 들린다. 축구계가 용병 비리로 얼마나 곤욕을 치렀는지 잘 아는 입장에서 또 폭풍이 불지 않을까 걱정이라면 지나친 기우일까.
변현명 축구전문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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