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작품’으로 꼽히는 오장은(왼쪽)과 김영광(가운데), 현영민. 연합뉴스 | ||
별들의 이동을 보며 축구팬들은 ‘2007년 겨울 이적시장의 승자는 누굴까’하는 질문을 던진다. 안정환을 품에 안은 수원일까. 20억 원대의 이적료를 들여 오장은을 데려온 울산일까. 아니면 은밀하게 대어들을 건진 성남일까.
K리그 관계자들은 이번 겨울이적시장의 큰손으로 울산을 지목한다. 전력보강을 위해 과감한 ‘베팅’을 한 울산의 2007년 K리그 행보를 주목하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안정환이라는 ‘명품’을 영입한 수원의 손을 들어주는 관계자들도 있다. 수원이 김남일 및 송종국과의 재계약을 위해 예전보다는 몸을 사렸지만 올해도 실력과 상품성이 보장된 안정환을 영입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한다.
‘작품’ 만들어낸 울산
울산은 지난해 K리그 명가의 위용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 2005년 우승팀에서 2006년 5위(통합순위) 팀으로 전락했다. 울산의 추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울산은 2006년 시즌을 앞두고 김정우, 이호, 현영민(이상 이적), 유상철(은퇴) 등과 작별했다.
미드필드가 텅텅 빈 울산은 지난해 내내 비실거렸다. 성적 부진 때문에 은퇴 압력을 받던 울산 김정남 감독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선수보강에 나섰다. 우선 골키퍼 영입에 전력을 다했다. 전남으로부터 김영광을 데려오기 위해 ‘현금+유경렬 혹은 레안드롱 카드’를 제시했다. 마음이 떠난 김영광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던 전남은 울산의 제안을 수락했다. 애초 이적료로 22억 원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현금+레안드롱’을 받는 조건에 매력을 느껴 ‘빅딜’에 동의했다.
김영광을 데려온 울산은 곧바로 오장은 영입에 나섰다. 대구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오장은을 품에 안고 ‘믿을 만한 중앙 미드필더 부재’라는 아킬레스건을 없애려 했다. 오장은 영입은 쉽지 않았다. 그의 이적료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울산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이호와 김정우의 공백을 메우지 못해 진저리를 쳤던 2006년을 반복할 수 없었다. 결국 울산은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최성국을 성남으로 보내는 강수를 뒀다.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 정경호를 믿고 오장은 영입을 위해 공격 옵션 하나를 버렸다.
울산은 오장은 영입과 함께 현영민 재영입도 성공했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제니트에서 뛰던 현영민은 현지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차에 울산의 ‘러브콜’을 받자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친정으로 돌아왔다. 울산은 현영민을 ‘장착’하면서 박규선을 부산 아이파크로 보냈다.
이적시장에서 울산의 움직임을 주시한 <스포츠칸> 최진한 해설위원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울산은 꼭 필요한 부분을 찾아 과감한 투자를 했다. 중앙 미드필더와 골키퍼는 지난해 내내 김정남 감독이 골치를 앓았던 포지션인데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현재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선수들을 데려왔다.”
최 위원은 “울산이 많은 이적료를 지불하고 오장은을 영입한 것에 말들이 많다”고 언급한 뒤 “이적료 문제를 제쳐놓고 선수 자체만 보면 울산의 투자는 옳았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경험이 풍부한 오장은이 특유의 정력적인 플레이를 마음껏 펼친다면 올해 울산 성적이 상당히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MBC 서형욱 해설위원과 SBS 장원구 해설위원도 최 위원의 의견에 동조했다. 서 위원은 “울산이 K리그에서 검증된 주전급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영입했다”고 분석했고 장 위원은 “울산은 균형 있게 선수를 영입했다. 보강이 필요했던 포지션에 적임자를 데려왔다”고 진단했다.
▲ 최성국(왼쪽), 한동원 | ||
성남은 올해 5개 대회(K리그, 컵 대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A3 챔피언십, 피스컵)에 나선다.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려면 각 포지션별로 이원 체제를 갖추는 것은 필수다. 이 때문에 성남은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를 골고루 영입했다. 성남은 제주 유나이티드가 ‘감당’하지 못한 중앙수비수 조용형을 데려와 수비력을 보강했다. 성남 김학범 감독은 “전체적으로 수비 라인은 오랜 호흡과 조직력이 중요하다. 올해는 경기 수가 많은 만큼 선수 운영과 부상에 대해 대비해야 해 조용형만 보강했다”고 말했다.
성남은 미드필더 한동원과 공격수 최성국을 영입하면서 창끝도 날카롭게 갈았다. 김 감독은 “청소년대표팀 출신인 한동원이 때때로 김두현의 임무를 수행할 걸로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올해 아시안컵 등 국가대표 경기가 많은 만큼 김두현의 ‘백업 요원’으로 한동원을 영입했다는 얘기. 김 감독은 이따마르와 김동현을 최전방 공격수로 네아가, 모따, 최성국을 측면공격수로 번갈아 기용하며 공격수들의 체력 안배에 신경 쓸 계획도 내비쳤다.
성남이 선발급 선수보다 교체급 선수를 데려온 것은 김 감독의 요구 때문이다. 김 감독은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 “우리는 2006년 K리그 정상에 올랐다. 현재 멤버로 충분하다. 다만 현 전력을 더욱 탄탄하게 할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가 각 한 명 정도 필요할 뿐이다”고 말했다.
K리그 전문가들은 치밀한 계획 아래 선수를 영입한 김 감독의 꼼꼼함에 박수를 보낸다. “성남이 울산만큼 화려한 보강은 안 했지만 꽤 알찬 보강을 했다”고 평가했다. MBC 서 위원과 SBS 장 위원은 “성남은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명품’ 선택한 수원
수원은 지난해 여름 이관우, 백지훈, 문민귀, 올리베라, 실바 등을 차례로 영입하며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검소한 ‘쇼핑’을 했다. 그럼에도 수원은 수원이었다. 부자구단 수원은 ‘명품’ 안정환을 영입했다. 실력과 상품성을 겸비한 선수를 데려와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최고의 홍보효과를 거뒀다.
골을 넣을 줄 아는 공격수를 갈망했던 수원 차범근 감독은 안정환 영입에 만족하지 않고 아들 차두리가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브라질 용병 에듀를 데려왔다. 수원이 명품만 산 것은 아니다. ‘염가히트상품’ 배기종과 박성배도 구입했다.
▲ 안정환(왼쪽), 박성배 | ||
한편 K리그 전문가들은 울산, 성남, 수원 외에 전남의 선수영입도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최 위원은 “전남이 2007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대비해 김진규, 김치우, 조세권, 레안드롱, 임관식 등을 영입하며 몸집을 불렸다”고 말했다. “포지션별 균형을 잘 맞춰 전력을 업그레이드했다”고 평가했다.
K리그 각 구단 주요선수 이동 현황
팀 | IN | OUT |
성남 일화 | 최성국 김동현 한동원 조용형 | 우성용 | 수원 삼성 | 안정환 배기종 박성배 에두 최성환 | 이길훈 황균환 조재민 |
울산 현대 | 오장은 우성용 현영민 김영광 임유환 정경호 | 최성국 박규선 서동명 조세권 |
FC 서울 | 정광민 박용호 박요셉 | 한동원 박윤화 김승용 한태유 |
인천 유나이티드 | 김상록 윤주일 최영훈 이동원 | 김치우 최효진 이요환 김한원 |
전남 드래곤즈 | 김치우 김진규 조세권 임관식 김성재 이상일 | 김영광 김효일 이동원 김영철 이광재 박종우 김호유 |
전북 현대 | 변재섭 최철우 김한원 | 임유환 추운기 전재운 조진수 |
부산 아이파크 | 박규선 서동명 한정화 박충균 루시아노 페르난도 | 뽀뽀 임관식 고창현 |
경남 FC | 뽀뽀 김효일 박종우 김영철 이상홍 | 신병호 강민혁 이용발 김성재 루시아노 |
제주 유나이티드 | 이산 신병호 추운기 강민혁 이요환 조진수 김호유 | 최철우 변재섭 조용형 김상록 이상홍 마철준 |
포항 스틸러스 | 최효진 권정혁 이광재 | 이동국 김태원 남익경 |
대구FC | 이근호 박윤화 막시 | 오장은 윤주일 이상일 |
대전 시티즌 | 고종수 타이슨 조재진 황규환 | 배기종 공오균 박충균 |
광주 상무 | 김승용 여효진 한태유 이길훈 강진욱 고창현 남익경 마철준 | 정경호 박용호 박요셉 |
전광열 스포츠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