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의 적 수원
수원 삼성 차범근 감독은 “베스트 11을 짤 수 없는 게 고민이다”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 포지션을 놓고 3명 정도가 경쟁하는 구도라 선발 명단 작성 시 머리를 쥐어짠다는 것. 시민구단 감독들이 들으면 ‘경악할 고민’을 거리낌 없이 밝힌 차 감독은 “뜻하지 않은 부상도 걱정거리다”라고 덧붙였다. 완벽하게 선수 구성을 했지만 부상 같은 돌발 변수가 일어나 우승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 질 수 있다는 소리.
수원의 오근영 사무국장은 차 감독이 차마 말하지 못한 수원의 진짜 고민을 전했다. “K리그 모든 구단이 수원을 꺾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고 주장한 그는 “라이벌 팀들은 ‘수원을 잡아야 우승을 할 수 있다’며 이를 갈고 있고 우승이 힘든 팀들은 ‘한 번 수원을 잡고 기분을 내보자’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시즌을 한 번 돌아보라. 우리에게 패한 팀들은 (수원전에 모든 힘을 쏟은 탓에) 대부분 연패의 늪에 빠졌다”라며 K리그 경쟁 구도를 ‘수원’ 대 ‘비수원’으로 내다봤다.
:: 팔 우물이 너무 많아
수원과 함께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성남 일화. 지난 시즌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최성국, 조용형, 김동현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보강해 힘을 더 불린 성남은 이룰 게 너무 많아 머리가 아프다. 올해 성남은 K리그, K리그 컵대회,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피스컵, A3 대회 등 무려 6개 대회 정상 도전에 나선다. 출전할 대회가 많다는 건 살인적인 경기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뜻.
두꺼운 선수층이 성남의 자랑이라 해도 6개 대회 석권은 무리다. 결국 성남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화두를 내걸었다. 성남 김학범 감독은 “피스컵이 열리는 해가 되면 우리 성적이 안 좋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며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1차 목표이고 나머지 대회는 상황을 보며 전략을 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남의 한 관계자는 “이것저것 다 가지려다 결국 하나도 못 갖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김 감독의 말처럼 목표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목표물이 많아 문제인 건 성남뿐만이 아니다.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모두 도전하는 전북 현대도 ‘전공’과 ‘선택’을 놓고 지난 겨울 내내 ‘솔로몬의 지혜’를 짜냈다. 그 결과 지난 시즌 우승으로 9월부터 열릴 챔피언스리그 8강에 자동으로 오른 전북은 ‘맞춤형 전략’을 내놓았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지난해에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신경 쓰느라 상당히 힘들었다”며 “올해도 같은 상황이지만 다행히 조별리그를 치르지 않게 돼 한숨 덜었다. 전반기에는 K리그에 전력을 다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고 후반기에는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위해 총력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긴 했지만 전북의 선수층과 전력이 성남만 못한 게 문제다. 전반기에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지 못할 경우 지난해처럼 리그는 포기하고 챔피언스리그에 전념해야할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 풍요 속의 빈곤
수많은 K리그 전문가가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의 승자로 울산 현대를 꼽는다. 울산이 공격과 수비 전 부분에 걸쳐 즉시 주전감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산의 고민은 바로 이 ‘대량 영입’에 있다. 울산 김정남 감독은 “즉시 전력감으로 9명이나 영입하다 보니 이들과 기존 선수들 간의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고 한다. 이어 “용병 선수 호세와 알미르 등이 자국에서 훈련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에) 들어온 것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우려를 보며 울산의 올 시즌 문제점을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울산이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힘을 키운 것 같지만 오장은의 짝을 이룰 중앙 미드필더와 오른쪽 풀백 자리는 여전히 보강하지 못했다는 것. 또한 이들은 “울산은 수원과 성남에 비해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큰 터라 주전들의 부상이란 돌발 상황이 일어나면 팀 전체 전력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선수층이 얇다
베스트 11을 짤 수 없다고 말한 차범근 감독과 정반대의 고민을 하는 지도자가 대구 FC 변병주 감독이다. 변 감독은 “리그가 개막되고 컵 대회가 시작하면 일주일에 두 경기씩을 소화해야 하는데 선수단 인원이 겨우 30명 정도 되는 우리 팀 체력이 걱정된다”고 한숨부터 쉬었다. 이어 “그렇다고 컵 대회를 포기하고 리그에 전념할 형편도 아니라 매 경기 전력투구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싶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선수층이 얇은 것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전 시티즌도 대구와 같은 고민을 한다. 31명으로 올 시즌을 치를 대전 최윤겸 감독은 “선수층이 얇은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쓴웃음을 짓는다. 얇은 선수층으로 근근이 버티던 대전은 지난해 전기리그에서는 3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 진출의 꿈을 키웠지만 이관우 이적, 배기종 태업, 주전 선수 부상 등에 휘말리며 후기리그에서는 12위로 추락했다. 당시 대전 관계자들은 통합순위 10위란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며 ‘가냘픈 선수층’에 땅을 쳤다는 후문이다.
:: 빈자리 눈에 띄네
광주 상무 이강조 감독은 올 시즌 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우수한 선수들이 빠져 나간 반면 좋은 선수들은 입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걱정이 크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조직력으로 승부를 걸 생각이다.”
전남 드래곤즈 허정무 감독도 이 감독과 비슷한 고민을 한다. “솔직히 우리가 우승권에 근접한 팀은 아니지 않느냐”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강민수, 김진규, 조세권, 이준기 등이 있지만 중앙 수비의 버팀목 노릇을 했던 박재홍이 루마니아로 떠난 게 무척 아쉽다”라고 전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이지만 강팀을 물고 늘어지는 팀 컬러를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과 허 감독이 떠난 선수 때문에 괴로워한다면 부산 아이파크 앤디 에글리 감독은 다친 선수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에글리 감독은 “이강진이 수술을 받은 뒤 아직 선수단에 합류하지 못했다”며 “다시 몸 상태를 만들고 경기 감각을 키우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우울해했다. “배효성과 김유진이 이강진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애써 마음을 추스르면서도 “4월 중순 정도에는 돌아왔으면 한다”며 이강진의 복귀를 간절히 바랐다. 이강진은 지난달 7일 그리스전을 앞두고 영국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도중 발가락이 골절돼 최소 6주의 재활 및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 나이가 문제야
제주 유나이티드 정해성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어리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겨울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다 보니 선수단 평균 연령이 엄청 낮아졌다는 것. “조준호, 김기형, 신병호를 빼면 대개 20대 초반이다. 심지어 전재운(26) 정도도 나이 드는 축에 속한다”라고 말한 정 감독은 “선수들의 나이가 어려 경험이 부족한 게 우리의 약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선임급 핵심 선수들을 주축으로 보완해서 밀고나갈 것”이라며 대비책을 이미 마련했음을 암시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박이천 감독대행은 정 감독과는 정반대의 말을 했다. 올 시즌 기대주를 꼽아달라는 ‘평범한 질문’을 받고는 “도대체 우리 팀에 젊은 선수가 어디 있느냐. 한 번 말해 달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상록(28)이 젊은 선수 축에 든다”는 넋두리를 곁들이면서….
:: 자극이 필요해
경남 FC 박항서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생’ 김효일에게 주장 완장을 채웠다. 경남 선수들이 지난해 FA컵에서 전남 유니폼을 입고 우승과 MVP라는 영광을 안은 김효일을 보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남 관계자들은 “김효일은 이적한 지 한 달 남짓 만인 지난달 전지훈련 기간부터 완장을 찼다”며 “지난해 창단 첫 시즌을 치른 신생팀을 이끌고 올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선언한 박항서 감독이 김효일을 주장으로 임명한 데는 남다른 뜻이 있다”라고 귀띔했다.
한편 FC 서울 셰뇰 귀네슈 감독은 “수비가 걱정이 되고 고민이 된다”며 “가운데 수비 2명 가운데 1명은 공격 가담을 많이 하게 할 생각인데 수비와 미드필더의 조화가 계속 신경쓰인다”라고 말했다.
전광열 스포츠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