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부분은 현재 정치권 주변에 떠돌고 있는 ‘바다 게이트 리스트’다. 최근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이 리스트에는 전 현직 국회의원과 대통령 측근, 친인척 등 40여 명의 실명과 그 구체적 관련 의혹이 적시돼 있다. 더구나 여기에는 유력한 대권주자들에 대한 내용도 올라 있어 사실 여부에 따라 하반기 정치권의 ‘핵폭탄’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정계의 반응이다. 정치권 주변을 떠도는 ‘바다 게이트 리스트’를 토대로 이번 사건을 중간 점검해 본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정치권 주변의 ‘바다 게이트 리스트’에는 40여 명의 유력 인사 명단이 기재돼 있다. 이 리스트는 지난 8월부터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 떠도는 ‘바다이야기’ 비리와 상품권 발행업체 인허가 관련 등에 관한 의혹이 총 망라돼 있다. 내용의 대부분은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요약 정리한 것이지만 이중 일부는 사실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그냥 흘려버릴 수만도 없는 리스트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먼저 이 리스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친인척과 관련한 부분. 대부분 언론에서 이니셜로 거명된 인물들이긴 하지만 일부는 또 다른 의혹의 대상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A 씨의 경우 바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리스트는 거론하고 있으며 한 유력 일간지가 이 문제와 관련 A 씨를 집중 추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이니셜은 특정 인물을 머리글자가 아니라 알파벳순임을 밝혀둔다). 이 리스트에 따르면 “A 씨는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에 관여하고 지분을 챙겼으며 금품도 수수하여 차명 계좌로 관리하고 있다는 소문”의 장본인으로 돼 있다. 그는 또한 “선정을 도와준 업체들이 상품권 인쇄를 모 회사에 발주토록 압력을 행사했고, 그 회사에서 2년 여 간 월 300만 원씩을 받고 회사 간부로 재직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정치권의 한 당직자는 ‘A 씨가 어느 업체와 관련돼 있는지를 찾아보라, 특히 업체의 원래 전신을 뒤져보면 좋겠다’하고 상품권 업체 관련설을 제기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이밖에 “A 씨 부인도 그와 함께 지방의 오락실업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라는 소문도 적고 있다.
또 다른 대통령 친인척 B 씨도 A 씨와 함께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에 관여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리스트에 따르면 “B 씨는 몇 년 전부터 친분이 있던 모 정부기관 관계자를 통해 상품권 발행업자를 알고 지내던 중 지난해 5월 경 (앞서의) A 씨에게 상품권 발행업자를 소개해 주었으며 B 씨도 몇 차례 상품권 발행업자와 접촉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대통령 친인척 관련 의혹을 일체 부인한 바 있어 이 리스트의 내용은 단지 그 동안의 소문을 종합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야당 측은 한번 밝혀 봐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리스트를 보면 대통령 친인척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들도 거명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중 C 씨는 “상품권 발행업체 모 회사의 대주주이자 같은 대학 후배인 아무개 씨의 지분 가운데 25%가 C 씨의 지분이라는 소문”의 장본인으로 지목 받고 있다. 리스트에는 “(앞서 언급된) 상품권 발행업체 모 회사의 대표는 (C 씨와) 비슷한 지역과 같은 대학을 나온 동기라는 점을 내세워 로비를 전개했다는 소문”도 나와 있다. 여기에는 또한 “(앞서 언급된) 상품권 업체의 감사 아무개 씨가 C 씨와 가까우며 오랫동안 그의 스폰서였다는 소문”도 있으며 “C 씨는 (스폰서 역할을 했던 앞서의) 아무개 씨를 상품권 업체 감사로 추천하는 등 특정 대학 동문들을 통해 그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적고 있다. 현재 이 사실도 “유력 일간지에서도 확인 취재 중”이라고 한다.
이밖에 또 다른 대권주자 D 씨는 특정지역 사업가와도 연계돼있다는 주장도 나열돼 있다. 리스트에 따르면 “D 씨의 측근으로 행사하며 그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사업가가 성인게임장 지분을 대규모로 보유하는 과정에서 뒤를 봐주었다는 소문”이 있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 시 막후에서 지원하고 후원금과 관리업체에 자리를 확보했다는 소문”도 일고 있다. 또한 “D 씨의 친인척도 가명으로 모 지역 상품권 총판을 맡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이 리스트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인물은 측근들인 E 씨와 F 씨의 불화설 부분. 여기에 따르면 “E 씨는 F 씨와 함께 ‘바다이야기’ 지분과 상품권 지정과 관련해 어마어마한 규모의 비자금을 챙겼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은 이 과정에서 크게 다투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리스트에 따르면 “F 씨는 E 씨의 바람막이를 해 주면서 ‘바다이야기’와 상품권 발행 등을 통해 내년 대선 자금을 만들고 있는데 E 씨가 주변에 이러한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너무 내세우고 다니는 데 불만을 품고 E 씨와 심하게 다투었다는 소문”이 있다고 적고 있다.
한편 이 리스트를 토대로 보면 ‘바다 게이트’와 관련된 유력 인사 가운데 여야의 정치인들도 다수 등장한다. 열린우리당의 유력 중진 H 의원은 “친인척으로 알려진 아무개 씨가 모 지역에 성인게임장 2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지정 상품권을 사용하면서도 장기간 영업을 계속하고 있어 H 의원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정치적 중량감이 높은 I 의원은 가장 많은 의혹에 휩싸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특정지역 사업가들과 연계, 바다이야기 사업 초기부터 개입하여 프랜차이즈 지분 1%와 전국에 11개 점포를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 것으로 돼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앞서의 대통령 측근) E 씨가 아닌 I 의원이 바다이야기 사업을 실제 장악하고 있으며 차기 대선 자금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확보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리스트에는 “모 상품권 발행업체의 지분 30%를 친인척 명의로 보유하고 2년 전 회사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밀착 소문”이 있다고 하며 “국회 주변 기자들 중 일부는 상품권 발행업체 간부와 청와대 인사, 그리고 I 의원이 한 교육단체의 발전위원회 이사로 참여하고 있어 세 사람 간 유착 의혹이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 중이라는 소문”도 있는 것으로 적고 있다. I 의원은 또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예정을 바꿔 당으로 빨리 돌아온 것도 (I 의원과 관련한)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기 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의 당사자로도 지목 받고 있다.
또한 열린우리당 J 의원의 경우 “언론은 ‘바다이야기’ 관련 핵심 인물로 J 의원과 그 보좌관 그룹을 보고 있다는 소문”의 장본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영상물등급위원회 간부와 대학 동문으로 아무개 보좌관을 통해 ‘바다이야기’ 심의과정과 상품권 업자 선정과정에 깊숙이 개입하였다는 소문”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보좌관을 통해 문화관광부 관계자에게도 압력을 행사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중진인 K 의원은 아들이 오락실 관련 사업을 하는 데 뒤를 봐주었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이 리스트에 따르면 “(K 의원의 아들) 아무개 씨는 20여 년간 성인용 게임 산업에 종사해온 한 업자가 개발한 게임물이 영등위 심의에 걸리자 그와 손을 잡고 심의를 통과시켰다는 소문”이 있는데 “심의 통과 후 (K 의원의 아들) 아무개 씨는 지방 특정 지역에서 10여 개가 넘는 성인오락실을 운영하여 수백억 원대가 넘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소문”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K 의원은 이 과정에서 “경찰 간부 등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배경을 그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아들의 사업이)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하였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L 의원은 “고위직 재직 시절 수억 원을 장인에게 전달한 사실이 있어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이 상품권 관련성 여부를 확인 중이라는 소문”에 휩싸인 유력 정치인이다. M 의원은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간부들과 자주 어울려 다녔을 뿐만 아니라 각종 입법 과정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소문”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 이 리스트에는 경찰 간부 2명과 영등위 관계자, 문화관광부 관계자, 언론인 등의 이름과 관련 의혹도 적시돼 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에 사상 유례없는 100여 명의 대규모 수사 인력을 투입한 바 있다. 그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대검 중앙수사부 산하에 ‘태스크포스팀’까지 만들며 이번 사건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권력 실세가 깊숙이 개입돼 있기 때문에 현 정권에서는 그 실체가 밝혀지기 힘들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검찰의 수사가 늦어지고 또 정치권의 눈치만 그리고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것에 대해서는 검찰의 주의를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개 경고까지 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제 막 군장을 꾸린 수사 초기단계로 겨우 1부 능선에 오른 정도”라고 이번 수사가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하면서 “오는 11월쯤 돼야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가 시작될 것이다. 늦어도 연말까지는 끝내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일요신문>이 입수한 리스트와 관련해 “작성자는 알 수 없지만 ‘바다 게이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중에 떠도는 ‘찌라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내용 대부분 시중 소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 검찰 수사가 10%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위에 나온 사실이 꼭 뜬소문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앞으로 수사 당국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증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