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공백 기간을 지나 늦은 나이에 오히려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조성환.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민훈기(민): 요즘 감각이 조금 떨어진 것 아닌가.
조성환(조): 그보다는 7월부터 워낙 중요한 게임을 치르다보니 책임감이 앞선 모양이다. 심리적인 부담을 떨치기가 어렵다. 기술적인 부분은 코치님들이 항상 옆에서 체크를 해주시니까 큰 문제는 없다.
민: 굉장히 오래 쉬었다. 3년이란 시간동안 야구를 안 했는데 시즌을 어떻게 준비했나.
조: 내가 욕심낸 부분에 대해 죄값(병역비리혐의)을 치르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다. 결국 작년 10월 15일부터 롯데의 가을 캠프에 참가할 수 있었다. 주민센터에서 퇴근 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힘을 비축했다. 홈 게임이 있을 때는 사직구장에 가서 야구도 계속 봤다.
민: 야구장에 가면 팬들이 알아보지 않던가.
조: 진짜 좋아하는 분은 알아보셨지만 대부분 잘 모르시더라. ‘재기할 수 있을까, 군대를 안 가려다 이렇게 됐지’ 뭐 그런 시선들이었을 것이다. 원래 대인관계를 굉장히 중시하는데 감옥에 갔다와선 사람이 무섭다고 해야 하나, 그런 점도 있었다. 그렇지만 6개월 그 안에 있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었다. 가족들의 소중함도 알았고, 또 힘들 때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민: 야구를 포기할 뻔한 위기도 있었을 것 같다.
조: 그래도 내겐 희망이 있었다. 구단에서 기다려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남들만큼은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그리고 훈련을 꾸준히 하면 몸이 따라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나는 국가대표도 한 번 못해봤다. 아마추어 때 각광을 받는 선수들과는 전혀 격이 달랐다. 처음엔 그런 선수들과 같이 프로에 있다는 것 자체를 행운이라고 생각했고, 그 선수들을 따라가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빨리 깨달은 것 때문에 아직도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 같다.
민: 3년 만에 다시 야구 훈련을 시작했는데 잘 되던가.
조: 사실 가을 훈련 앞두고 한 달 정도는 개성고교에 가서 연습도 했다. 그 때 에피소드가 있다. 훈련을 하려는데 유니폼이 없어서 팀에 유니폼을 하나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내 배번인 2번 없이 이름만 박힌 유니폼을 받았다. 다른 선수가 2번을 달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았다. 근데 번호 없는 유니폼을 보니까 정말 서럽더라. 그래서 다른 선수 남는 연습복을 빌려 입고 훈련을 했다. 서러워서 더욱 열심히 했는지도 모른다(웃음). 그 다음 가을 훈련에 합류했는데 처음엔 정말 한심하다 싶었다. 타격도 수비도 엉망이었다. 그러나 갈수록 감각도 돌아오고 경기를 많이 하고 투수들의 공을 많이 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조: 라섹 수술을 했다. 원래 렌즈를 끼고 운동했는데 늘 시야가 흐려서 안 좋았다. 그래서 수술을 하려니까 주위에서는 번지는 현상도 있을 수 있다며 걱정을 했지만. 눈 수술을 한 것이 잘 된 선택이었다. 공이 확실히 잘 보인다.
민: 로이스터 감독에게 큰 신임을 얻고 있는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조: 처음에 감독님은 나에 대해 전혀 몰랐다. 감독님은 2년동안의 경기 DVD만 보고 선수단 파악을 하셨는데 그 비디오에 조성환은 없었다. 가을 훈련 막판에 감독님이 오셨고 내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시더니 조금씩 관심을 가지셨다. 그리고 전지훈련에 참가했는데 감독님께서 코칭스태프 미팅 중에 나를 거론하시며 ‘군대를 갔다 오고 공백이 있는 선수니까 저 선수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코칭스태프의 몫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다. 정말 큰 힘이 됐다. 사실 나는 혼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했었고 오버페이스를 할 때마다 감독님이 브레이크를 걸어주셨다.
민: 롯데의 군기반장이라는데 맞나.
조: 내가 군기가 빠졌는데(웃음). 오히려 후배들로부터 많이 배운다. 타격이나 수비 등을 후배들에게서 배운다. 타격은 대호나 민호, 수비는 기혁이, 원석이 등 좋은 후배들에게 많이 배우려고 하고 그러다보니 가깝게 지내게 된다.
민: 롯데의 기세가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나.
조: 올해 롯데는 패배 의식이 많이 사라졌다. 체력은 어차피 떨어지는 시점이지만 이제는 쉽게 경기를 포기하는 일은 없다. 그것이 큰 희망이다.
민: 32세에 다시 야구를 시작한 셈인데 앞으로 야구선수 조성환에게 남은 것은.
조: 올 시즌에는 내 목표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뤘다. 관중석이 아닌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있는 것이 목표였다. 많은 도움을 얻어 목표 이상이 달성되고 있다. 이젠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또 성적은 연봉과 직결된다. 그동안 아내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노력한 만큼 대가도 받고 싶다. 그리고 가장 큰 것은 물론 팀이 4강에 가는 데 일조를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좋아서 야구를 했지만 국가대표도 못 해볼 정도로 그저 그런 선수였다는 그가 서른둘의 나이에 수위 타자를 노리고 올림픽 팀에 거론될 정도로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조성환의 활약은 올 시즌 롯데의 상승세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에게 갈채를 보낸다.
메이저리그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