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민훈기(민): 몸이 아픈 곳이 몇 군데 있다고 들었다.
김태균(김): 개막 때부터 계속 여기 저기 아프다. 쉬면서 치료를 해야 하는데 계속 뛰니까 좋아지지는 않고 있다. 트레이너들의 관리와 치료를 받으며 평소보다 몸을 많이 푼 다음 게임에 임한다.
민: 현재는 어디가 안 좋은가.
김: 양쪽 허벅지와 손목 등이 아픈데 더 심해지지는 않도록 팀에서 조절을 해주고 있다.
민: 그런데도 성적이 잘 나오는 이유는.
김: 글쎄 나도 모르겠다(웃음). 아프니까 티를 더 안내려고 집중하는 점도 있고, 상대팀에 얕보이기 싫고 팀에 마이너스가 되기도 싫어서 이를 악물고 하는 측면도 있다.
민: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 점에 대해선 아쉬움이 없나.
김: (이)대호가 (올림픽 예선) 1, 2차전에 계속 뛰었으니까 그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기대도 안 했다. 내가 감독이라도 그렇게 했을 테고, 대호와 입장을 바꿔 내가 1, 2차전을 뛰었는데 조금 안 좋다고 나 대신 대호를 뽑았다면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실망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발표 나고 대호랑 통화도 했다.
민: 이대호 선수와는 아주 친한 사이라는데 언제 친해졌나.
김: 고등학교 때 청소년 대표하면서 친해졌다. 그때부터 대호랑은 마음이 잘 맞고 또 서로 라이벌 의식도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내가 3번, 대호가 4번이었다. 캐나다 청소년대회에 출전했을 때 타율은 대호가 조금 좋았고, 타점은 내가 조금 좋았던 것 같다. 홈런은 똑같았다. 그때 같이 뛴 선수가 정근우, 추신수 등이었는데 모두 참 잘해서 8년 만엔가 우승을 했다.
민: 힘은 타고났다. 벌써 26홈런(7월 17일 현재) 아닌가.
김: 지금부터 유지를 잘 해야지 걱정이다(웃음). 작년에도 전반기에 홈런 1위 하다가 후반기에 확 무너져 4개 치고 끝났다. 후반기에도 더욱 집중하고 신경을 써야겠다.
민: 가르시아와의 홈런 대결도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데 의식이 되나.
김: 만약 작년이나 재작년이었으면 의식을 해서 ‘쫓아오니까 빨리 도망가야지’했을 텐데 올해는 그런 것이 거의 없다. 신경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그런 생각이) 들어도 정신 차리고 내 페이스만 유지하려고 한다.
김: 아니, 수읽기는 진짜 못하는 것 같다. 나는 (배트가) 나가다가도 볼이면 멈추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노려치기를 안 해서 홈런이 덜 나온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노력해도 잘 안되더라. 노리는 공이 와도 힘이 들어가서 좋은 타구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민: 까다로운 투수가 있나.
김: 임창용 선배가 제일 어려웠는데 다행히 일본으로 갔다(웃음). 누구라고 딱 꼽을 투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쉬운 투수도 없다. 항상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민: 집중력이 상당히 좋은가보다. 득점권 타율이 4할대인데.
김: 주자 없을 때보다는 주자가 있을 때 집중이 잘 된다. 찬스가 오면 집중이 잘 돼 눈이 더 커지고 공도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
민: 한화에서는 그야말로 붙박이 4번 타자인데.
김: 김인식 감독님이 맡고부터는 계속 4번을 쳤다. 사실 2년 전에는 2할4푼대로 부진한데도 계속 4번을 시켰다. 처음엔 믿어주는 부분에 대해 감사하고 힘이 났는데 계속 못 치니까 주위에 눈치도 보이고 힘들더라. 전반기 내내 헤맸는데도 계속 4번을 쳤다.
민: 벌써 햇수로 8년차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데 어떤 계획이 있나.
김: 기회가 있으면 (해외에) 나가보고 싶지만 무리하진 않겠다. 조건도 괜찮고 나를 원하는 팀이 있으면 몰라도 내가 먼저 나서고 싶은 생각은 없다.
민: 미혼인데 혼자 사나.
김: 어머니가 자주 올라오신다. 요즘 사귀는 사람은 없다. 부모님이 장가를 보내려고 하시고 나도 장가를 빨리 가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것 같다(웃음). 사랑했던 여자도 있었지만 결혼까지는 인연이 되지 않았다.
민: 26세면 아직도 선수로도 어린 나이인데 이루고 싶은 것이 많겠다.
김: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 코치님께 많이 배우고 있는데 욕심이지만 그 분의 기록들을 깨보고 싶다. 시즌 전에는 올해 최다안타를 치고 싶었다. 그러나 경기도 빠지고 해서 차이가 많이 나버렸다. 가장 아쉬운 것은 한화에 와서 우승을 못해 봤다는 것이다. 우리 팀은 강하다. 분위기도 좋고. 이 팀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 이젠 팀에 폐 그만 끼치고 시즌 끝날 때까지 도움이 되고 싶다. 특히 내년 끝나면 FA가 되고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까 꼭 그 전에 우승을 하고 싶다.
‘연습생 신화’를 이뤘던 장종훈은 19년간 프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역대 최다인 340홈런에 1145타점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우고 은퇴했다. 그는 현재 한화 이글스의 타격코치로 올 시즌 김태균의 화려한 상승세를 이끌어낸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제 프로 생활 8년차의 제자 김태균이 스승의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7월 16일 현재 163홈런에 621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김태균이 꾸준히 국내에서 활동을 한다면 못 넘을 산도 아니다. 그 순간이 온다면 제자의 대기록을 가장 기뻐할 사람도 아마 장종훈 코치가 아닐까.
메이저리그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