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 몸값 대우를 받으며 SK와 3년 재계약을 할 것이 확정적인 김성근 감독.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2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김성근 감독은 요즘 편안하게 한국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다. 2주 넘게 쉬면서 팀을 정비할 수 있다는 것은 1위 팀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두산 또한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지만 어쨌든 여유가 있는 입장이다. 만약 플레이오프에서 4연승이나 4승1패로 이길 수만 있다면 분위기를 타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넘볼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은 지금 느긋하게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실은 포스트시즌 승부의 향방에 대해 얘기해보자는 게 아니다.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6개월 전만 해도 지금처럼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두 감독 모두 앞날이 불투명한 입장이라는 소문이 있었고, 또 본인들도 그런 루머를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올 한 해 두 김 감독에겐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야구의 신’도 재계약은 불투명?
2007년부터 SK 사령탑을 맡은 김성근 감독은 올해로 2년 계약이 만료된다. 재계약이 없으면 규약상 12월부터 실업자가 되는 셈이다. 일단 깔끔하게 재계약이 확정됐다. 지난달 말 SK 신영철 사장은 김성근 감독과 3년짜리 재계약을 할 것이라고 야구기자들에게 밝혔다. 게다가 국내 감독 사상 최고대우를 생각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몸값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김성근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마친 뒤 3년간 적어도 총액 16억 원 이상의 계약서에 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김성근 감독은 계약금 3억 원에 연봉은 2억 5000만 원이었다. 총액 8억 원이었던 몸값이 최소 두 배로 불어나게 된 셈이다. 그런데 야구관계자들은 SK의 이 같은 발 빠른 행보에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시즌 초반만 해도 김성근 감독의 재계약이 회의적이라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4월 초 정규시즌 개막 직후, 야구계에는 희한한 루머가 돌았다. ‘김성근 감독이 올해 또다시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SK는 절대 재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소문의 근원지가 SK 프런트 고위층이라는 얘기까지 덧붙여지면서 루머는 더욱 증폭됐다.
김성근 감독의 재계약 불발설은 여러 정황 증거와 맞물려 퍼져나갔다. 최초에 SK가 김성근 감독과 3년이 아닌 2년짜리 계약을 했다는 것 자체가 짧은 기간 동안 성적을 끌어올리는 효과만 본 뒤 버리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는 주장이 그것. 또한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프런트 고위층과도 의견 충돌이 잦았던 김성근 감독의 과거 스타일이 결국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실제 김성근 감독이 2002년 LG를 천신만고 끝에 종합순위 2위에 올려놓고도 곧바로 퇴출당한 건 프런트 고위층과의 불화 때문이라는 게 당시 유력한 설이었다. SK 고위층에서도 이 같은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을 껄끄럽게 느끼기 때문에 재계약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이다.
▲ ‘국민감독’으로 불리며 재계약이 무난해 보이는 김경문 감독. 연합뉴스 | ||
금메달이 가져다준 ‘국민감독’ 호칭
두산 김경문 감독도 올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일단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 당연히 재계약 문제가 시즌 초반부터 야구계의 주요 화제 중 하나였다. 김경문 감독도 김성근 감독과 비슷한 루머에 시달렸다. 김경문 감독이 2004년 두산을 맡은 뒤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면서 선수들을 키워왔지만 구단 고위층과는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소문이었다. 굽신굽신 비위를 맞추는 것보다는 소신이 뚜렷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스타일이기 때문이라는 것.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무조건 경질될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두산이 실제 이 같은 방침을 세웠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엄청난 변수가 생겼다는 점이다. 바로 올림픽 금메달이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8월 대표팀을 이끌고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개선장군처럼 돌아왔다. 예선과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두 차례나 무너뜨리며 국민적인 인기가 급상승했다. 또한 쿠바와의 결승전이 토요일 저녁 프라임타임에 공중파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면서 김경문 감독은 새롭게 ‘국민감독’ 자격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야구의 틀에 박힌 상식을 깬 파격적인 작전과 선수 기용이 좋은 결과를 낳으면서 ‘김경문식 뚝심야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 같은 인기를 등에 업고 김 감독은 최근에는 TV CF에 출연하는 등 금메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금메달 덕분에 김경문 감독은 입지가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구인들은 ‘세상에 어떤 팀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감독의 목을 칠 수 있겠나’라면서 김 감독의 재계약이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거나, 우승을 차지하지 못해도 재계약 전선에 이상 없다는 관측이다.
물론 순전히 금메달 덕분만은 아니다. 김 감독은 팬들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령탑 중 한 명이다. 두산에서 물러나더라도 얼마 안가 다른 팀에서 또다시 감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은 이 같은 평소 카리스마를 확실하게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준 셈이다.
김성경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