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제34회 청룡영화제에 시상자로 함께 무대에 오른 이정재와 정우성.
[일요신문] 43세의 동갑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결국 손을 맞잡았다. 20년 동안 연예계 동료 배우로, 친구로,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왔지만 같은 소속사에 몸담은 경험이 없던 이들은 40대 중반에 이르러 새로운 꿈을 위해 힘을 합쳤다. 둘이 합작한 회사의 이름은 ‘아티스트 컴퍼니’. 단순히 매니지먼트사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기획, 제작하는 것은 물론 신인 연기자들의 영입에도 나설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행보에 연예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5월 19일 보도 자료를 통해 아티스트 컴퍼니 설립을 알리며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새롭게 출발한다”고 밝혔다. 이어 “20년 이상 배우로서 히스토리를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소속 배우이자 동반 설립자로 의기투합해 풍성한 하모니를 낼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동료 배우는 물론이고 재능 있는 신인 연기자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 실력을 쌓은 톱 배우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세우고 이를 기업화한 경우는 종종 있었다. 배우 배용준이 설립한 키이스트, 이병헌의 BH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정재와 정우성의 경우 동료 배우이자 친구들의 합작이란 사실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 왜 뭉쳤나…배우 넘어 경영자로
이정재와 정우성은 그동안 연기 활동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끊임없이 도전을 해왔다. 이정재의 ‘사업 관심’이 대표적이다. 물론 얼마 전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했지만 이정재는 연예인이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다양한 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정우성도 마찬가지다. 패션 관련 사업뿐 아니라 최근에는 영화 제작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의 제작을 맡고 직접 출연까지 했다. 영화 연출과 기획에도 꾸준히 참여하는 등 연기 외에도 여러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때문에 연예계에서는 이번 아티스트 컴퍼니 설립 역시 이정재와 정우성의 평소 ‘이상’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단순히 자신들이 몸담는 매니지먼트 회사에서만 머물지 않고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 전체를 아우를 만한 종합적인 기업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이정재와 정우성은 아주 오랫동안 함께 일하는 방법을 구상해왔고 얼마 전 뜻이 비슷한 파트너들과 긍정적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두 배우 모두 연기 외적인 분야에도 관심이 크고 재능과 실력도 갖고 있는 만큼 이들이 뭉쳐서 시작할 새로운 프로젝트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고 밝혔다.
동시에 ‘경영자’로서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 역시 이들을 한 회사로 모이게 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사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특히 세계 최대 경제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면서 국내 엔터테인먼트 분야도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이정재와 정우성에게도 긍정적이다.
사실 이정재의 최근 1~2년간의 행보는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정재는 지난해 한중합작 영화 <역전의 날>에 출연하며 해외 프로젝트로 처음 나섰다. 그동안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만 집중해왔던 그가 세계 영화 무대로 향하는 첫 발을 내디뎠고, 얼마 전 중국과 할리우드가 합작한 영화 <용봉배> 출연을 확정하면서 더 넓은 무대로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한 해외 자본 및 제작진과의 교류 역시 늘어나고 있다.
# 둘의 합작품에 시선…동반 출연부터 제작까지
사실 이정재와 정우성은 단순히 동갑 친구로서 서로에게 갖는 우정을 넘어 ‘동지애’로까지 비춰진다. 이들의 인연은 1998년 시작됐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주연으로 호흡을 맞춘 둘은 이후 패션 사업을 함께하는 등 연기 활동 외에도 공동의 관심을 드러내며 우정을 나눠왔다.
물론 그동안 몇 차례 영화 합작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 4∼5년 사이 나란히 활동의 폭을 넓히는 과정에서 다시 “영화 공동작업”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정재는 얼마 전 “정우성과 곧 함께 영화를 할 생각”이라며 “해야 하고, 하고 싶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20대에 <태양은 없다>를 함께했으니, 40대에 한 편, 그리고 60대에 또 한 편을 하는 방식 역시 “아이디어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정재는 “60대에도 배우로서 활동하면서 영화를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정우성과의 영화 출연은) 재미있는 구상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정재와 정우성의 영화 합작 의지가 더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들이 연기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가 하면 제작에도 힘을 쏟는 등 전방위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얼마 전 직접 작가를 고용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작업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일단 멈춘 상태다.
당시만 해도 서로 몸담은 소속사가 다르고, 일정을 공유하기도 어려웠던 상황. 하지만 현재 아티스트 컴퍼니라는 둥지에 모인 만큼 이들이 발휘하는 새로운 시너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