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김연아 선수가 관중들의 박수에 답례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서울 | ||
! 신이 내린 식성
김연아는 동양인으로는 유난히 다리가 길어 피켜스케이팅을 위해 타고난 체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정도 빼어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식단도 특별할 것이라는 짐작이 많다. 여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캐나다 토론토에서 보내고 있는 까닭에 음식 고충이 심할 듯싶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정반대다. 김연아는 전혀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한식은 물론이고, 양식도 잘 먹는다. 양도 적지 않은 편이지만 체중조절을 위해 과식은 철저히 자제한다. 아무 음식이나 잘 먹지만 특히 샐러드나 과일을 즐긴다고 한다. 식사는 어머니 박미희 씨가 줄곧 함께 다니는 까닭에 숙소에서 간단한 한식을 준비하거나 인근 현지 레스토랑이나 한식당을 이용한다. IB스포츠에서 김연아를 담당하고 있는 김원민 매니저는 “워낙에 건강하고, 또 성격이 밝은 데다가 음식까지 가리지 않아 사실 매니저로 상당히 편하다”고 말했다.
생상스의 교향시 ‘죽음의 무도’를 배경음악으로 하는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악녀의 이미지를 담은 검은 색, 아라비안나이트의 여주인공(배경음악도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으로 분한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생명력을 상징하는 붉은 색. 이번 시즌 김연아 의상의 콘셉트다.
김연아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한국의 한 의상실에서 경기복을 맞춰 입었다. 발레복, 무대의상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의상실이었고 평가도 괜찮아 올시즌도 계속 이곳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토론토 전지훈련 기간 중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이 “새로운 음악에 꼭 맞는 의상을 해줄 곳이 있다”는 추천을 받아 전격 교체했다. 김연아는 고민 끝에 이를 수락하고, 이번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첫 선을 보였다. 결과는 대만족. 일단 본인이 더없이 좋아했고, IB스포츠나 심판진은 물론이고 현지 팬들의 반응, 언론의 평가, 네티즌 의견 등을 종합한 결과도 아주 훌륭했다.
재미있는 것은 김연아의 경기복은 쇼트, 프리, 갈라쇼 용 이렇게 각각 한 벌씩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가장 싼 것이 150만 원, 비싼 것은 200만 원이 넘는 고가품이고 특수 제작된 탓에 함부로 일반 세탁을 할 수 없다. 그리고 경기복은 대회 때만, 즉 시즌에도 다섯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만 입기 때문에 때를 타거나, 땀에 젖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꼭 필요한 경우 아주 부분적으로 직접 세탁을 하지, 김연아의 경기복이 통째로 세탁기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다. 참고로 스케이트화는 한 번 길들여진 것을 사용하는데 워낙 연습량이 많은 까닭에 평균 3~4개월에 한번은 교체한다.
시즌 중 김연아의 하루는 아주 단순하다. 세부 스케줄에 따라 다소 변화는 있지만 보통 오전 7시께 일어나서 아침식사 후 지상훈련을 하고, 곧 빙상장으로 이동해 오전 스케이팅을 탄다. 점심을 먹은 후 휴식을 취하다 다시 빙상장에서 오후 기술훈련을 하고, 이것이 끝나면 다시 오후 지상훈련에 들어간다. 각각의 훈련은 평균 1시간 30분 정도. 따라서 하루에 4차례, 총 6시간은 훈련을 하는 것이다. 골반 부상으로 고생한 적이 있어 예전에 비해 훈련시간을 줄인 게 이 정도다. 그래도 비시즌에 비해 훈련시간이 한두 시간 늘어났다. 특히 피켜스케이팅은 빙상장을 마음 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하루 중 정해진 시간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잡아놓은 빙상장 사용시간에 맞춰 하루일과가 기계처럼 엮어져 있다. 변화를 주기 힘든 것이다.
이런 훈련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당 6일씩 진행된다. 일요일은 푹 쉰다. 단 김연아가 지난 6월 천주교 세례(세례명이 스텔라, ‘별’의 뜻을 가진다)를 받았기 때문에 토론토 인근의 성당에 나간다. 비시즌 때는 쉬는 시간을 이용해 영어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나 최근 시즌 개막 한 달을 앞두고는 훈련에 전념하기 위해 영어공부 시간을 사실상 없앴다.
훈련이 고된 까닭에 잠은 푹 자는 편이다. 짬짬이 쉴 때나 주말에는 한국의 보통 또래들처럼 인터넷서핑이나, 싸이월드홈피 관리,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문자 주고받기 등을 즐긴다. 싸이월드를 하는 시간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고, 최근에는 고려대 화상면접(10월 24일 2009학년도 수시모집 합격)과 관련해 독서시간을 늘렸다고 한다. 책 내용은 주로 음악 및 역사 관련이었다. 또 직업 상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데 주로 한국의 최신곡을 인터넷으로 구해 자주 듣는다. 물론 경기와 관련이 있는 클래식도 많이 듣다 보니 이제는 애호가 수준이다. 한 TV프로그램에서 가수 뺨치는 가창력으로 ‘만약에(태연)’를 불러 화제가 될 정도로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는데 시즌 중에는 노래방에 갈 시간이 없다고 한다.
! 아버지는 노출꺼려
김연아는 자신을 포함해 보통 5명이 팀으로 움직인다. 선수 외에 코치(브라이언 오셔), 트레이너, 물리치료사, IB스포츠 직원이 패키지로 다닌다. 큰 대회의 경우 IB관계자가 추가되는 까닭에 6~8명이 되기도 한다. 물론 어머니도 따라다니지만 국제빙상연맹 규정 상 가족은 아예 다른 AD카드를 쓸 정도로 공식 멤버가 아니다. 예컨대 지금의 김연아를 키워낸 ‘피겨 전문가’인 어머니 박미희 씨도 경기장에서는 선수대기실 등에 접근을 할 수 없다. 가끔 특별한 경우 대회 주최 측의 배려로 접근 권한을 얻기도 하지만 보통은 관중석의 가족석에서 경기를 지켜본다.
언론 노출을 꺼리는 아버지 김현석 씨는 철저하게 김연아의 빙상투어에 관여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랑프리파이널이나, 세계선수권 때도 현지에서 관람하지 않았다. 이미 10년 넘도록 지켜온 원칙이라고 한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