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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 22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탤런트 홍수아와 두산베어스 김현수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여러 가지 행사들로 바쁜 시간들을 보내면서도 개인 훈련을 거르지 않고 있는 김현수와 드라마 <내사랑 금지옥엽>과 뮤지컬 연습으로 잠을 줄일 정도의 강행군을 펼치는 홍수아가 어렵게 짬을 낸 데이트 현장을 지면으로 중계한다.
::두 사람의 고민은::
오는 1월 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리는 창작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에 출연하는 홍수아. 뮤지컬 배역도 공부 잘하는 여학생이 야구부 투수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이래저래 야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지만 문제는 체력과 가창력.
“제 음색이 뮤지컬 배우처럼 풍부한 성량이 안 돼요. 더욱이 라이브로 진행되기 때문에 목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자칫 뮤지컬을 망칠 수도 있어요. 박해미, 박상면 등 쟁쟁한 선배님들이랑 함께 출연하는 거라 제가 민폐가 될까봐 너무 걱정돼요.”
뮤지컬에 출연한다는 홍수아에 말에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던 김현수는 “누나가 노래 부르면서 연기도 해요?”라며 호기심을 나타낸다. 홍수아가 시간 되면 공연을 보러 오라고 초대하자, “아마 전지훈련 가게 될지도 몰라요”라며 능청을 떤다.
김현수는 새해 고민에 대해 ‘2008년과는 달라진 김현수를 보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설령 타율이 좀 떨어지더라도 홈런을 더 잘 칠 수 있는 타자가 되고 싶어요. 정확한 타격보다는 장거리 타자로 변화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텐데 성공으로 이어질 진 모르겠어요.”
홍성흔, 이혜천, 안경현 등 많은 선배들이 다른 팀으로 옮겨간 부분에 대해선 신세대답게 쿨한 대답을 내놓았다.
“프로는 돈으로 인정받는 거잖아요. 자신의 능력을 더 많이 인정해주는 곳으로 간
부분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소속팀에서 1등하면 되는 거잖아요.”
::만남::
지난 12월 22일 오후 7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유명한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약속한 두 사람은 정확히 약속 시간을 지킨 홍수아와 20여 분을 늦은 김현수가 가볍게 티격태격하는 걸로 데이트의 서막을 알렸다. 연말이라 강남쪽 교통 사정이 최악의 상황이었고 모교인 신일고등학교에서 훈련하다가 온 김현수는 홍수아를 비롯해 홍수아가 소속돼 있는 매니지먼트 이사와 팀장, 두산의 조성일 차장, 취재기자 2명, 사진기자 등이 모두 도착해 식사도 못하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우선 식사를 하면서 가벼운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두 사람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시구::
아무래도 홍수아의 시구 얘기가 먼저 나왔다.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인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투구 폼과 비슷하다고 해서 팬들에 의해 ‘홍드로’란 별명이 붙은 홍수아는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보단 ‘홍드로’에 더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며칠 전에 식사를 하고 나오다 두 남성 분과 마주쳤는데 그 분들이 대뜸 ‘홍드로’를 외치면서 ‘왜 요즘엔 드라마 안 하세요?’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 요즘 <내사랑 금지옥엽>에 출연 중인데요?’ 했더니 잘 몰랐다고 하시면서 ‘홍드로는 정말 최고였어요’라고 말하더라구요.”
분명 본업은 연기자인데 연기가 아닌 시구로 유명세를 타는 현실이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만 홍수아는 ‘홍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다.
홍수아의 말을 듣던 김현수가 그동안 시구자로 나온 연예인들과 홍수아를 비교하며 이런 설명을 곁들였다.
“시구는 정말 최고예요. 핸드볼 하시는 윤경신 선수보다 더 잘 던지더라구요. 투구폼이 일단 각이 잡혀 있어요. 인터넷에서 보니까 김선우 선배님의 투구폼과 수아 누나의 폼을 비교해 놨더라구요. 그런데 전 이전 LG에서 활약하신 이상훈 선배님과 더 닮은 것 같아요. 헤어스타일도 그렇고(웃음).”
시구로 두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은 홍수아는 연말 행사의 대부분이 야구 관련 행사였다고 말한다.
“지난 번 두산에서 자원 봉사 활동으로 사랑의 연탄 배달 행사가 있었어요. 그때 고영민 민병헌 오재원 이종욱 선수 등 소위 두산에서 발 빠르기로 소문난 선수들이 동참을 했었죠. 그런데 현수는 거기에 포함되지 않았던데요? 발이 느린가?”
시종 짓궂은 표정과 장난스런 멘트로 홍수아를 건드린 김현수에게 한 방을 날리자 김현수 왈, “누나, 난 5등이라 못 갔어요. 5등까지 오라고 했으면 (거기) 갔을 거예요”라고 맞받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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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홍수아에게 계속 무뚝뚝한 반응으로 일관했던 김현수가 조금씩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면서 대뜸 홍수아가 출연 중인 <내사랑 금지옥엽>을 1회부터 다운받아서 다 봤다고 말하면서부터이다. 홍수아가 반색하면서 “어머 진짜?”라고 묻자, 김현수는 “그럼요. 사실 누나가 출연했던 <논스톱5>도 봤어요”라고 대답한다. 김현수가 내심 홍수아에게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전 시트콤은 좋아하는데 드라마는 잘 보질 않아요. 그런데 수아 누나 때문에 <금지옥엽>을 보게 됐어요. 극중 이름이 ‘백재라’죠? 누나랑 딱 맞는 역할인 것 같아요. 출연 분량이 적어서 아쉽긴 하지만…^^.”
“현수야, 정말 고마워. 네가 그렇게 열심히 챙겨보는 줄 몰랐어.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 난 네가 처음에 말도 잘 안 하고 무뚝뚝하게 대하길래 좀 무서웠거든. 그런데 오늘 얘길 해보니까 무척 재밌고 장난꾸러기고 엄청 순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
“누나도 연예인 같지 않아서 좋아요. 일반적으로 연예인 하면 좀 도도하고 꾸미는 걸 좋아하고 거리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누난 너무 평범해(웃음). 얼굴이 그렇다는 게 아니구요, 행동 자체가 연예인 같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좋아요.”
식사를 하며 인터뷰를 시작한 지 1시간 30분 만에 처음으로,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호감을 나타냈다. 김현수가 자신의 독특한 성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만 하고 살아서 사회성이 부족해요. 야구와 학교 집 외엔 아는 것도 없고 이성친구를 사귄 경험도 없거든요. 원래 굉장히 내성적이고 수줍음도 많이 타는 성격인데 2008년에 확 뜨면서 조금씩 변해가더라구요. 워낙 인터뷰 자리도 많고 뭔가 내 생각을 표현해 내야 하는 위치다 보니 외향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어요. 사실 누나 만나서 기분이 무지 좋은데 너무 쑥스럽고 어색해서 자꾸 딴청부린 거예요.”
::데뷔::
‘데뷔’란 주제어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자, 홍수아는 자신의 특별한 데뷔 과정을 설명했다. 고등학교 2학년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후 몇 편의 영화에서 인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홍수아’란 이름을 연기자로 인식시킨 작품은 <논스톱5>였다고 한다.
“지금 그 당시의 연기를 보면 너무 어색하지만 오늘의 홍수아를 있게 해준 작품이라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연예면이 아닌 스포츠면에도 기사가 나오게 해준 ‘홍드로’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홍드로’ 덕분에 명예선발투수란 타이틀로 야구계에 데뷔할 수도 있게 됐잖아요. 김경문 감독님이 불러주실 때만 기다리고 있어요. 투수진 운영이 어려우실 때 ‘홍드로’가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주시길 바라요(웃음).”
김현수는 너무나 힘들게 프로야구와 인연을 맺었던 2006년 신인 드래프트 상황을 떠올렸다.
“신일고 출신 선수 16명 중에서 지명 안 된 선수는 저 혼자였어요. 정말 창피했어요. 부모님도 계신 자리였는데 제 이름만 부르질 않는 거예요. 그런데 더 슬펐던 건 드래프트가 끝난 뒤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는 사실이죠. 왜 드래프트 때 지명 안 하고 뒤늦게 연락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더라구요. 홧김에 대학 진학을 하려다 고심 끝에 두산에 신고 선수로 들어갔는데 막상 프로에서 훈련을 해보니까 제가 왜 지명이 안 됐는지 알겠더라구요. 전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너무나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선수였으니까요.”
::쓴맛::
데뷔 스토리를 풀어가다가 각자의 분야에서 가장 크게 ‘쓴맛’을 봤던 경험담으로 화제가 이어졌다. 김현수는 서슴없이 지난 한국시리즈 때의 굴욕을 떠올렸다.
“딱 하루만 힘들었고 그 다음부턴 괜찮았어요. 집에서 쉬며 마음을 추스르다가 인터넷을 켜니까 ‘김현수 잠적’이란 말이 뜨더라구요. 이게 뭔 일인가 싶었죠. 모 스포츠지였는데, 제 휴대폰이 착신 정지됐고 주위와 연락도 끊었다는 거예요. 너무 황당해서 집 전화로 제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봤다니깐요. 전화만 잘 되더라구요. 즉시 홍보팀에 전화해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 신문 기자에게 제 전화번호를 알려줬는데 그 기자분이 전화번호를 잘못 누르신 거예요. 하필이면 그 번호가 착신 정지 번호였구요. 그 다음부턴 모르는 전화도 다 받았어요. ‘저 잠적 안 했거든요’를 무수히 외쳐댔죠.”
김현수가 진짜 황당했던 모양이다. 액션을 써 가며 당시의 상황을 열심히 재연해 내는 김현수를 보고 모두 폭소를 터트렸고 같이 참석한 홍보팀 조성일 차장이 부연 설명을 해나갔다.
홍수아는 한때 자신을 괴롭혔던 악성 루머를 거론했다. 누군가가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누명을 씌워 인터넷에 유포했던 일인데 그런 일을 당하며 새삼 연예계 생활에 회의를 느낄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까지 겪었다는 것. 그래도 루머의 진위 여부가 밝혀졌고 모든 게 제대로 바로 잡힌 뒤 연예인이면 한 번쯤 겪어야 하는 ‘신고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행복::
2008년에 가장 행복했던 일을 꼽아달라고 주문하자 홍수아는 주저없이 ‘홍드로’를 불렀고 김현수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떠올렸다.
“솔직히 저한테는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병역특례혜택을 받았다는 부분도 엄청난 ‘사건’이에요. 지금도 당시의 경기 장면을 보면 몸에 닭살이 돋아요. ‘진짜 내가 저기 있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라니까요.”
2009년 새해 소망을 ‘좀 더 다양하고 폭넓은 배역을 맡아서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것과 ‘타격왕보다는 홈런왕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두 사람은 인터뷰 말미에 ‘드디어’ 휴대폰 번호를 교환했다. 홍수아의 전화번호를 받은 김현수가 “어휴, 전 전화 못해요. 문자보냈는데 답장 안 오면 얼마나 창피하겠어요”라고 했고 홍수아는 “그럼 누나가 먼저 문자 보낼게”라며 동생을 안심시킨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