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여자오픈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한 지은희.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변화| 지은희에게 ‘변화’란 단어는 US여자오픈 우승 전후로 설명할 수 있겠다. 지난해 LPGA 투어 웨그먼스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기쁨도 컸지만 메이저대회 우승과 일반 투어대회 우승은 체감 온도부터 달랐다고 한다.
“골프 시작한 이래 백화점에서 갖는 팬 사인회는 처음이었다. 서울 시내 3곳을 돌아다니며 강행군을 펼쳤는데 한 곳에서 사인을 못 받은 어느 분께선 택시를 타고 다른 백화점까지 쫓아오시더라. 한국에 들어오니까 메이저대회 우승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새삼 절감하게 되는 것 같다.”
데뷔| 2007년 LPGA 투어에 조건부 출전권자로 첫 발을 내디딘 지은희는 에비앙마스터스와 브리티시오픈, 캐나다여자오픈과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상금랭킹 52위로 이듬해 전 경기 출전권을 부여받았다.
▲ 로이터/뉴시스 | ||
2인자| 2004년 2부투어를 거쳐 2005년 KLPGA에 데뷔한 지은희는 데뷔 초 송보배의 그늘에 가려 빛을 못 봤다. 2007년에는 후배 신지애의 돌풍 속에서도 2승을 거뒀지만 신지애가 아홉 번 우승하는 동안 지은희는 준우승만 일곱 번이었다. 그러다보니 ‘2인자’란 꼬리표가 떠나질 않았다.
“솔직히 신지애와 자주 비교당하는 게 기분 좋진 않았다. 내가 못 친 게 아니라 지애가 너무 잘 친 거라고 생각했다. 골프는 영원한 1등은 없다. 지애도 나도 영원하지 않은 1등을 차지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내가 싸워야 할 선수는 신지애만이 아니라 LPGA에서 활약하는 모든 선수들이다.”
관계| 현재 LPGA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50명이 넘는다. 워낙 많은 선수들이 모여 있는 탓에 친한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확연히 구분된다고 한다.
“친할 때는 속까지 다 꺼내 보일 정도로 친하다가 한 번 틀어지면 되돌리기가 힘들다. 중간에 화해를 주선해 줄 만한 사람이 없다보니 한쪽이 손을 내밀지 않는 한 화해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극과 극의 관계가 많은 것 같다. 한때 이런 부분들로 인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선수들과의 관계보단 골프에만 신경 쓰기에도 벅차다.”
▲ 지은희가 아버지 지영기 씨가 운영하는 가평의 지영골프연습장에서 아버지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지금까지 골프를 하면서 마지막 홀에서 버디로 역전 우승을 차지한 건 이번 대회가 처음이었다. 그만큼 짜릿했고 기쁨은 더 컸다.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엄마를 쳐다봤는데 엄마가 울고 계셨다. 나조차 믿기지 않은 상황이었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해보니까 우승이 좋긴 좋은 것 같다. 한 번만 더 해봤으면 하는 욕심도 생긴다(웃음).”
지은희한테 보이시한 중성적인 느낌이 전달된다고 했더니 “귀고리, 반지,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또래 여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꾸며도 티가 안 나는 게 문제”라며 활짝 웃는다. 아직 남자친구가 없다는 지은희는 기자를 만나기 전에 귀국 후 처음으로 어머니가 해준 아침밥을 먹고 왔다면서 4일동안 골프채 한 번 잡지 못해 에비앙마스터스 대회가 굉장히 걱정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가평=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