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서 늘어나고 있는 이 질병이 바로 ‘통풍(痛風)’이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뜻. 그만큼 고통이 심한게 특징이다. 고기와 포도주를 즐기던 유럽의 왕들이 많이 걸렸다고 해서 ‘왕의 병’으로 불리는데, 극심한 통증 때문에 ‘병의 왕’이라고 빗댄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상적인 육식과 음주로 인해 단백질 대사에서 발생하는 요산이 관절 부위 등에 축적되는 것이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다. 예전에 없던 통증이 시작되면 진단을 받는 것은 물론 평소 음주와 육식을 절제하는 등 식생활을 개선하는 예방책도 필요하다.
▲ 예전엔 왕이나 귀족들의 병으로 알려진 ‘통풍’이 요즘엔 평범한 직장인에게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육류 위주의 식단은 ‘통풍’을 앓고 있는 환자에겐 최악의 식단이다. | ||
X-ray, 소변검사 등 몇 가지 검사 후 통풍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과음 때문에 몸 속에 불필요하게 많아진 요산이 관절에 쌓여 염증을 일으킨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김씨처럼 통풍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통증이 심한 게 특징이다. 처음에는 한 곳의 관절에만 가끔 나타나던 증상이 만성이 되면서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나타나 괴롭기 짝이 없다.
그 원인은 육류가 늘어난 식단에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류마티스클리닉 조철수 교수는 “최근 육류 섭취가 늘고 양주 소비량이 증가하는 등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통풍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며 “이런 서구식 식생활을 오래 해온 사람들은 통풍을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방치하면 만성 통풍으로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풍은 무엇보다 육식, 음주 등의 식생활 패턴과 연관이 많다. 환자 10명 중 8명이 남성일 정도로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훨씬 많이 나타난다. 술과 고기를 함께 즐기는 비율이 높은 것과 관계있다.
나이와 뚜렷한 관계는 없지만 대개 40∼50대에서 많이 발생하며, 여성의 경우 주로 폐경기 이후에 생긴다. 발병률은 인종과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인구 1천명당 15명 정도가 통풍 환자인 것으로 보고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적어도 15만명 이상의 통풍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체내의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노폐물로 생성되는 요산은 혈액 타고 신장을 거치면서 소변으로 정화처리되지만 혈액중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처리능력을 초과하면 남는 요산이 관절이나 연골 주변에 쌓이게 된다.
조 교수는 “퇴적된 요산이 결정체를 만들어 관절을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발병 기전을 설명한다. 혈액 속에 요산이 늘어나는 것을 ‘고요산혈증’이라고 한다. 크게 몸 안에서 요산이 너무 많이 만들어져 생기는 경우와, 생성량은 적당하지만 신장의 배설 능력이 떨어져 생기는 경우가 있다.
요산치가 높은 사람이 습관적으로 과음을 하거나 과식(특히 육류), 과로하면 통풍으로 발전된다. 정신적 스트레스나 수술 등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체내 노폐물과 함께 혈중 요산치가 올라가 통풍으로 이어지기 쉽다. 급작히 통증이 느껴지는 것을 발작이라 하는데, 특히 술을 마신 후 통풍 발작이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지금까지 밝혀진 통풍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 과도한 육류 섭취
▲ 과도한 음주 (체내에서 요산의 합성을 촉진하는 동시에 요산의 배설을 억제해 악영향을 끼친다)
▲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동맥경화 당뇨 등이 있을 때 합병증으로 나타난다.
▲ 유전, 가족력, 성별과 나이(주로 중년의 남성)와도 관계 있으며 고혈압 비만인 사람이 이뇨제를 오래 복용한 경우에도 발병률이 높다.
통풍이 있으면 어느 한 관절이 부어오르면서 심하게 아픈 급성 발작이 나타난다. 엄지발가락이 아픈 경우가 가장 많고 무릎이나 발목 발등 손 손목 팔꿈치가 아프기도 하다. 대개 낮에 괜찮다가 새벽에 갑자기 부어오르면서 심하게 아프기 시작한다.
처음의 통풍 발작은 보통 7∼10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없어진다. 그런 다음 다시 발작이 없다면 단지 식생활을 주의하는 정도로도 진전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한번 발작한 경우 절반 이상은 6개월 또는 2년 내에 다시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에는 제대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물론 발작이 없는 무증상기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별 증상이 없다.
그 때문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방치하기 쉬운데, 이 때문에 증상기와 무증상기를 반복하면서 통증이 양쪽 발과 무릎, 발목 등 여러 곳으로 옮겨다닌다. 발작 횟수가 늘어나고, 만성화되면 아예 지속적인 통증을 달고 다니게 된다. 더욱 진행되면 요산 결정체가 관절과 그 주위조직, 팔꿈치, 귀 등 여러 곳에서 결절(덩어리)을 이루는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이행된다.
이 단계는 심각하다. 연골과 뼈가 파괴당해 관절의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요산 덩어리로 이루어진 결절은 겉으로 터져 치약처럼 분비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합병증의 위험성도 생긴다. 통풍을 흔히 발가락이나 무릎 등 관절의 병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체내에 과다히 쌓인 요산은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중풍, 요로결석 등 전신 합병증을 만들 수 있다. 요산이 혈관을 따라 몸속 구석구석에 쌓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풍은 요산대사 장애에 의한 전신 질환이라 생각하고 발병초기부터 제대로 치료를 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통풍은 꾸준히 치료하면 관절염의 재발은 물론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다.
대표적인 통풍의 합병증은 고혈압. 통풍 환자 10명 중 3∼5명은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혈압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통풍을 만드는 요산이 혈관에 쌓여 동맥이 굳어지면 동맥경화도 오기 쉽다. 이로 인해 뇌졸중이나 심장병의 발병 위험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요산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요산을 거르는 신장에도 부담이 주어져 신장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급만성 신부전으로 진행되면 심각해진다.
신장, 요관, 방광 등에 생기는 요로결석의 주성분 역시 요산이다. 통풍 환자의 10∼25%는 요로결석이 있다고 한다. 이때는 통증이 있거나 요로 폐쇄 증상을 수술로 제거하기도 한다. 그러나 통풍을 근원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결석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 통풍 환자를 보면 보통 비만이거나 과음, 과식하는 사람이 많아 고지혈증을 함께 지닌 경우도 많은 편이다.
통풍발작이 의심되는 통증이 찾아왔을 때 통풍의 정확한 진단은 관절의 부은 곳을 찔러 관절액을 뽑아 검사해야 알 수 있다. 통풍을 치료할 때는 혈중 요산치를 계속 체크해 경과를 지켜볼 수 있지만, 한번에 진단할 때는 통풍 발작이 일어난 경우라도 요산치가 정상 범위에 있는 경우가 많아 오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풍으로 진단되면 약물치료와 식이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심하지 않은 동안은 술을 끊고 균형이 잡힌 식생활을 하는 것으로도 만족스럽게 회복할 수 있지만, 만성화되면 뼈, 연골, 신장 등의 손상을 막기 위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한창 바쁜 나이에 통풍이 시작돼 엄격한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큰 병이 되는 것이다.
처음 급성 발작이 오면 염증을 조절하는 치료를 하고, 발작이 반복되면 다시 급성발작이 오는 것을 예방하고 요산치를 떨어뜨리는 약물을 복용한다. 치료 후 요산치가 정상이 되고 9개월에서 1년 동안 발작이 재발되지 않으면 예방약을 끊고 요산저하제만 쓰게 된다.
통풍을 치료하는 데도 약물요법 못지 않게 음식 조절이 중요하다. 특히 비만은 요산과 관계가 있는 만큼 체중을 잘 조절해야 한다. 과식도 문제지만 굶거나 식사량을 너무 줄여도 피 속의 요산 농도가 높아져 통풍이 악화될 수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조철수 교수는 “동물의 뇌와 간 췌장 콩팥 같은 내장류, 정어리 멸치 청어 고등어 등 생선은 혈액 속의 요산 농도를 증가시키는 음식이므로 되도록 적게 먹고 요산의 분해에 이용되는 비타민 B가 풍부한 음식은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음식 조절 자체가 스트레스가 된다면 비효율적이다.
술과 단백질을 한꺼번에 먹는 것은 좋지 않고 차나 커피는 괜찮다. 무엇보다 물을 적어도 하루 10컵 이상 마시는 게 좋다. 요산이나 요산 결정을 몸에서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좋은 식품•나쁜식품]
▲ 먹으면 좋은 식품 : 현미, 배아, 과일, 녹색채소, 물
▲ 주의해서 먹어야 할 식품 : 술(특히 맥주)과 담배, 기름기 있는 음식, 동물의 간 뇌 콩팥 지라 등 내장류, 멸치 청어 고등어 등 등푸른 생선, 건오징어, 진한 고기국물
▲ 먹으면 안 되는 식품 : 소 돼지고기(살), 닭고기, 생선, 콩, 완두, 시금치, 버섯류, 굴, 게
도움말/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류마티스클리닉 조철수 교수 이혜민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