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콜레스테롤은 무조건 기피해야만 하는 유해물질이 아니다. 본래 콜레스테롤은 인체의 건강과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성분이므로 적정량을 유지해주어야 한다. 콜레스테롤의 일부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아무리 몸에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그래서 과영양상태의 현대인에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 뿐, 콜레스테롤 자체를 적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콜레스테롤을 부작용 없이 몸에 유익한 상태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필수다.
콜레스테롤(cholesterol)은 생명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물질이다.
체세포의 중요 구성물질일 뿐 아니라 성 기능과 젊음을 유지하는 여러 호르몬의 전구체이기도 하고 담즙을 만들어 소화기능에도 도움을 준다.
콜레스테린(C27H46O)이라고도 하는 콜레스테롤의 첫번째 중요한 역할은 세포막의 구성이다. 기본적으로 물에 젖거나 녹지 않고 산과 알칼리에도 녹지 않기 때문에 세포를 보호하는 세포막의 주요 성분으로 이용된다. 체세포는 끊임없이 수명을 다하고 또 새로 만들어지므로 콜레스테롤 역시 끊임없이 공급되어야만 한다.
두번째로는 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비롯한 각종 호르몬의 재료로서의 역할이다. 간에서 분배해준 콜레스테롤의 성분은 부신피질에서 합성되어 호르몬으로 만들어진다.
세번째는 소화액의 재료다. 쓸개에서는 기름성분인 콜레스테롤을 이용하여 담즙(쓸개즙)을 생산, 십이지장으로 내보낸다. 담즙은 주로 섭취된 음식의 기름기를 녹이는 성질을 갖고 있다. 동물성 지방을 먹지 않는 초식동물들에게서 쓸개가 대체로 퇴화돼 있는 것도 이같은 용도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네번째는 비타민D의 전구체로 쓰인다. 비타민 D는 인체에서 칼슘을 흡수하고 운반하는 데 필수적인 성분이므로 간접적으로는 조혈기능과도 관련돼 있는 셈이다. 비타민 D는 햇빛을 받을 때 피부에서 광합성으로 조성되는데 콜레스테롤은 이 영양소의 재료로 활용된다.
만일 인체에 콜레스테롤의 절대치가 부족하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우선 세포막이 허술해져 세포가 잘 보호되지 못함으로써 체세포가 빨리 손상되고 새 세포의 재생이 더디게 될 것이다. 세포막이 부실하므로 피부도 탄력을 잃게 된다. 기름기가 없는 사람의 피부일수록 푸석푸석하고 주름도 더 빨리 더 많이 생기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콜레스테롤은 젊은 피부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세포막은 피부세포 뿐 아니라 체세포 전체가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콜레스테롤의 부족은 성 호르몬을 포함한 각종 호르몬의 결핍현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호르몬은 성 기능을 포함해 신체의 성장과 장기, 뇌의 활동 등 인체의 여러가지 생리현상을 원활하게 만들어 준다. 호르몬의 결핍은 기본적인 생리활동에 장애를 불러오고 장기적으로는 그 기능의 조기 퇴화를 가져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콜레스테롤의 부족은 인체를 빨리 늙게 하는 큰 요인이 될수 있다.
헌데 이처럼 중요한 콜레스테롤이 어쩌다가 현대인에게는 마치 유해물질처럼 두렵고 부정적인 존재가 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현대인의 과영양상태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말처럼, 지나친 콜레스테롤의 잉여가 두려운 부작용을 가져온 것이다.
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많은 고(高) 콜레스테롤 상태는 흡연 고혈압과 함께 동맥경화의 3대 요인으로 꼽히며, 그중에서도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동맥경화는 관상동맥질환(협심증 심근경색 등)과 뇌졸중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수 있다.
기름 성분인 콜레스테롤은 핏속을 돌아다니다가 혈관벽에 엉겨붙을 수가 있다. 그 때문에 혈관이 점점 좁아져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심장 혈관에 엉겨붙으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일으키고, 뇌 혈관을 막으면 반 뇌졸중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림대부속 강동성심병원 순환기내과 한규록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검사에서 정상치 이상이 나왔다면 콜레스테롤 함유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고콜레스테롤과 연관해 다른 질병이 발생한 경우라면 절대로 먹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성인병을 일으킬 수 있는, 고혈압과 당뇨 흡연 비만 등 다른 위험인자를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은 콜레스테롤이 적정 수치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혈액 속에 함유된 양으로 측정하는데, 한국인은 혈액 1㎗당 180∼220㎎이 최적치로 돼 있다.
헌데 콜레스테롤을 걱정하는 사람은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음식이라면 무턱대고 먹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각종 영양소가 담뿍 담긴 식품마저도 콜레스테롤 때문에 먹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한규록 교수는 “수치가 정상이라면 그렇게까지 콜레스테롤 함유 음식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성인병은 콜레스테롤이 단독으로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대개 같은 지질인 중성지방과 어우러져 병을 일으키므로 성인병 때문에 콜레스테롤을 경계하는 사람은 중성지방도 함께 조절해야 한다.
음식물로부터 소화된 콜레스테롤을 흡수하여 분해하고 이를 신체 각 조직과 부위에 분배하는 중심 기지가 간이다. 간에서는 자체 합성을 통해 지질 단백질(lipoprotein;지단백)을 생산한다.
작고 둥근 입자모양의 지단백의 용도는 간과 신체조직 사이에서 콜레스테롤 성분을 실어나르는 일이다. 간에서 생산되는 지단백은 밀도가 다른 두 종류로 구분된다. 그 역할도 다르다.
밀도가 낮은 저밀도지단백(LDL;low density lipoprotein)은 간으로부터 콜레스테롤을 신체 각 조직에 운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반면 고밀도지단백(HDL;high density lipoprotein)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각 조직으로부터 불필요한 콜레스테롤을 분리해 간으로 수거하는 역할을 한다. 혈관을 떠돌다가 혈관벽에 달라붙은 콜레스테롤까지 분해하여 간으로 수거해 돌아온다.
따라서 HDL의 활동이 활발하다면 혈관이나 조직에 남겨지는 콜레스테롤이 잘 수거되므로 동맥경화의 위험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원인이 되는 성인병 예방을 위해서는 지방의 과다 섭취를 경계하는 것 이상으로 체내 HDL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HDL의 비중을 높이는 지름길은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다.
콜레스테롤과 관련된 저서를 갖고 있는 영양사 임현숙씨(대한영양사회 인천지회장)는 “HDL 콜레스테롤은 특정 음식을 통해 얻어질 수는 없고, 운동을 통해서만 수치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자체를 10∼20% 정도 낮출 수 있으며, 콜레스테롤 가운데 HDL의 비율을 높일 수 있다. 이같은 효과를 얻는 데는 근력운동보다 걷기, 조깅, 수영 같은 지구력 운동이 좋다.
남자의 경우 콜레스테롤중 HDL의 비율이 35∼50%, 여자는 45∼65%면 정상범위의 수준이다. 콜레스테롤이 과다섭취되어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다소 높아지더라도, HDL 비율이 낮지 않다면 위험은 비교적 적다고 할 수 있다.
임현숙씨는 “콜레스테롤 걱정 때문에 영양부족 현상을 보이는 환자도 간혹 있다”면서 “의사로부터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절제하라는 주의를 단단히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음식 자체를 완전히 거부하거나 너무 가려먹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특히 성장기의 청소년에겐 콜레스테롤의 수요가 왕성하므로 삼겹살이나 갈비 등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도 충분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 충분히 먹으면서 충분히 운동을 하는 것은 이상적인 건강관리법이다.
콜레스테롤을 포함한 지방 검사는 누구나 5년 이내의 간격으로 받아보는 것이 좋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를 넘으면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중성지방은 어떤 음식이든 많이 먹거나 과음하면 생기는데, 20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전체 지방의 섭취량은 하루 전체 칼로리의 20%를 넘지 않도록 한다. 콜레스테롤 제한 권장량은 하루 300㎎. 계란 노른자에는 270㎎이 들어 있으므로 계란은 하루 한 개까지만 먹는 것이 좋다.
반대로 HDL 농도가 35mg/dl 이하로 지나치게 낮아지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콜레스테롤 수치 조절과 더불어 HDL 콜레스테롤의 혈중농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정해용 기자
윤은영 건강정보작가 enjo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