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는 우리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가기 도 하지만 가벼운 교통사고도 대처를 잘못하면 후유증 때문에 평생 고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 ||
교통사고는 사고 당사자들에게 심각한 의학적 후유증을 남긴다. 신체에 나타나는 물리적 손상과 후유증도 문제지만, 특히 보이지 않는 뇌 손상으로 인한 정신적 손상은 사고와 동시에 발견되지 않고 있다가 두고두고 피해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 후유증은 퇴원 후에도 지속되면서 당사자의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사고를 당한 후 사고력이나 판단력 등에 변화가 나타나면 교통사고 후유증 가능성에 대해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방치하면 할수록 치료나 개선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찾아올 수 있는 뇌손상과 후유증에 대해 알아본다.
M씨는 2001년 6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1년간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신체 기능이 거의 회복돼 퇴원했는데 그후 자신에게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일에 집중을 못하고 화를 잘 내며 화날 땐 욕설도 심하게 튀어나왔다. 심지어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금방 한 일도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
K군(8세)은 2002년 9월 교통사고로 입원하여 경막상혈종, 우측전두엽으로 3주 진단을 받았다. 퇴원 후 6개월동안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처방에 따라 약물치료를 받았는데 이것으로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 방에 불이 꺼져 있으면 혼자서는 방엘 들어가지 못하고 심할 정도로 안아달라고 보채는 증상을 보였다. 어느날 자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심한 경기를 일으켜 부모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 교통사고 후유증은 어린이의 경우 특히 더 심하다. 초기 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아이가 자다가 갑자기 간질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 ||
뇌에는 여러가지 기능을 관장하는 신경이 모여 있기 때문에 후유증이 많을 수 밖에 없고 회복기간이 필요하므로 일정 기간 후유증이 남는 것은 당연하다. 위의 사례도 뇌 손상에서 비롯된 것.
뇌는 대개 사고후 6개월 동안 급속도로 회복되기 때문에 외상과 함께 이 기간 함께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통사고 후 충분한 회복기간을 가졌음에도 여러가지 이상 증상이 계속되거나 없던 증상이 나타난다면 교통사고 후유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후유증은 손상 부위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데, 후속 치료를 통해 호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교통사고 후 정신적 문제가 나타났을 때 이를 단지 심리적 원인으로 생각해 치료를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으나 뇌손상이라는 물리적 손상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순서다. 이를 방치해둔다면 증세는 심화돼 장차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고통에 빠뜨릴 수도 있다.
뇌 충격과 손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후유증은 다양하다. 두통이나 기억력 장애, 언어장애, 집중력 저하, 심한 피로감, 어지럼증, 우울, 불안, 불면, 무기력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냄새와 맛을 알 수 없게 됐다는 사람도 있다. 또 심한 성격 변화를 일으켜 전에 없던 폭력 폭언의 습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유는 역시 관련 기능을 관장하는 뇌 조직의 손상이다.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김영철 교수는 “사고시 뇌손상으로 인해 성격변화(탈억제형 인격)와 인지기능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외부 자극에 과민해져 쉽게 짜증이나 화를 내고 잘 참지 못하며 때로는 과격한 행동을 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머리 앞쪽에 위치한 전두엽에 손상을 입었을 경우 판단능력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고등동물일수록 발달돼 있는 전두엽은 기억력과 고도의 판단능력, 감정, 의욕 등을 조절하는 기관. 이 곳이 손상되면 정도에 따라 판단력에 장애가 오고 폭력성이 강해지며 무기력에 시달리게 된다.
김 교수는 “바보가 된 것처럼 주변 상황을 파악 못하고 엉뚱한 일을 곧잘 한다. 일을 순서에 맞지 않게 해놓고도 자신의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다”고 예를 들며 역시 전두엽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두엽의 문제는 임상(신경)심리검사(과학적으로 입증된 도구 및 방법으로 여러 종목의 검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대화를 통해 치료하는 심리치료와는 다르다)를 통해서만 밝힐 수 있기 때문에 신경정신과를 찾아보는 것이 순서다.
환자는 분명 이상증세를 나타내는 데도 CT나 MRI 등 두부영상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도 임상심리검사를 통해 뇌기능 장애 또는 인지 장애를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뇌손상에 대한 진료에서 임상심리검사는 필수다.
이럴 때 병원에 찾아가 치료를 받도록 하는 데는 주변 사람이나 가족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평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후유증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지만 후속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많기 때문이다.
밥 먹고 세수하고 옷 입는 것처럼 기본적인 일상생활마저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기력하거나 우울, 좌절감, 피로감에 시달리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경상 환자의 경우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기 때문에, 가족들도 이유없이 화내고 짜증을 내는 현상을 꾀병으로만 생각해 병원치료를 권하기보다는 핀잔만 주는 경우가 많아 문제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정신과적 치료가 대표적이다.
우울 성향이나 의욕상실 등은 약물 치료를 하면서 추이에 따라 심리치료를 병행하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정신과 정한용 교수는 “성격변화가 나타나는 경우에도 전두엽 손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고 심리치료를 시행해 성격을 교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서너달 정도면 증상이 호전된다.
집중력 저하나 피로감도 뇌손상 후 흔히 나타나는 후유증이다. 잠을 많이 자면서도 항상 피로를 느낀다. 원인은 인지기능 저하. 피로감이 심하면 짜증스러워지고 공격적이 되기도 한다.
또 환자가 그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쓰면 쓸수록 피로감과 좌절감이 심해져 상황이 악화되는데, 이런 증상 역시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된다.
가능한 모든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상이 없는데도 신체적 정신적 불편을 호소한다면 신체 기능상의 장애가 아닌 정신적 충격도 원인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른바 이차적인 자각증상(신경증, 신체 증상에 집착하는 정신과 질환의 일종)이다.
이런 경우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본인 스스로 자각증상에 무심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증상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혼자서 어려운 경우 신경정신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교통사고 후유증에 너무 예민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방치해서도 안 된다. 문제를 방치하면 악화되고 너무 예민하면 그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이 뇌 손상과 관련한 후유증의 딜렘마다. 따라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가 임상검사를 받고 정확한 상태를 아는 것이 우선이다.
뇌는 포도당을 기본 연료로 하기 때문에 뇌손상의 경우 음식을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신경재생과 회복에는 비타민B가 좋은 것으로 얄려져 있어 이를 함유한 음식이나 영양제 및 뇌혈류 개선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다.
뇌 손상에 술은 절대로 마시지 말아야 한다. 적은 양을 마셔도 평소보다 많이 취하며 통제력을 잃고 판단력도 둔해지는 등 증상을 악화시키기 쉽다. 윤은영 건강정보 작가
참고 홈페이지 http://my.netian.net/∼kyc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