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가 담당의사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는 현행 의 료제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 실과 관련 없음. | ||
미국 뉴욕주 보건당국 웹사이트(www.nydoctorprofile. com)를 통해 공개된 의사 개인 프로필이다.
프로필에는 이 의사가 어느 대학에서 의학교육을 받았고 어떤 병원이나 대학에서 어떤 분야의 전문과정(레지던트)을 이수했는지, 어떤 처치법에 능숙한지, 어느 학회나 단체에 가입해 있는지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으려는 사람은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병원, 믿을 수 있는 의사를 찾기를 원할 것이다. 또 특정한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은 그 분야에 특히 경험이 많은 의사를 찾고 싶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들은 의사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 수 없다. 의사들의 프로필은 베일에 싸여 있다. 심지어 의료관련 법규는 의사들의 교육 경험이나 수술 경력 등 기본적인 프로필을 스스로 공개하는 것조차 ‘부당광고’ 행위로 금지할 정도다. ‘공정 경쟁’이란 미명 아래 환자들이 자신들의 생명과 안전을 맡겨야 할 의사를 선택할 권리는 실질적으로 차단돼 있는 셈이다.
또 법적으로는 모든 의사들이 모든 종류의 처치와 시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의료체계다. 예를 들면 잘못된 성형수술로 일어나는 의료사고가 이 분야의 전문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일반의들의 시술에서 주로 발생하는 데도 현행 법은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의 전문분야 시술을 당당하게 보장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일본에서 병원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인 존 C. 워커(일본 카메다종합병원 부원장)가 일본의 의료제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일본의 병원>이라는 책이 일본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지난 3월 국내에서도 <좋은 병원 나쁜 병원>(열음사)으로 출간되어 한국 의료제도에도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존 워커는 ‘뉴욕뿐 아니라 미국의 거의 모든 주 정부가 각기 자신들이 면허를 발급한 의료인에 정보(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간에)를 이처럼 만천하에 공개해 놓고 있다’며 의료소비자인 환자들이 의사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없어 ‘생사가 걸린 치료를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황당한 일이 선진국인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의대 졸업 후 한 번 자격을 취득하면 평생 사업이 보장되는 일본의 면허제도에 대해서도 그는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40년 전에 받은 면허를 한 번도 갱신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현역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가 불가사의하다는 것이다. 환자들의 불만이나 알콜중독 등으로 있던 곳에서 쫓겨난 의사라도 그가 새로 취직하는 병원이나 새로 만나는 환자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
미국에서는 의사나 간호사 물리치료사 약사들의 면허가 2~3년 주기로 갱신되고 있으며, 그때마다 일정한 연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병원을 옮길 때마다 개인의 근무평가와 공식 기록들이 따라다녀 의사의 자격은 매번 심사받게 된다.
존 워커의 비판이 한국의 의료제도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비극적이다. 한국의 의료소비자들 역시 법과 관행에 의해 보호되는 의사들의 ‘절대권력’ 앞에 무기력하게 놓여있다. 병원이나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의 확보가 절실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