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적십자사에서 실시한 심폐소생술의 교육장면. 심장 마비 등은 발작 후 5~10분 동안에 생과 사가 갈리기 때 문에 구급차가 오기 전에 이와 같은 응급처치를 해줘야 한다. | ||
너무나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사망하는 것이 ‘돌연사’다. 기존에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쓰러져 1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를 말한다. 운동을 하다가, 잠을 자다가, 일을 하다가, 밥을 먹다가 등 어떤 경우에라도 일어날 수 있다.
돌연사는 심장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돌연사는 주로 40대 이상의 나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요즘은 20~30대의 돌연사도 적지 않다. 특히 젊은층의 돌연사는 80% 이상이 심장기능의 이상 때문에 발생한다.
믿을만한 국내 통계는 나와있지 않으나 현장의 전문의들은 외국 사례 등을 토대로 연간 2천~3천에서 최대 1만 건까지 심장기능과 관련한 돌연사가 일어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돌연사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고 있는 심장병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심장기능 이상이란 대개 ‘심장정지’ ‘심폐정지’ ‘청장년급사증후군’ 등이다.
심장과 관련된 돌연사 중 약 30%는 선천적 심장 장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한 사람도 스스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평소 그 위험성을 잘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생활하다가 불의의 변을 당하는 경우가 생긴다. 건강관리를 위해 조깅이나 마라톤 같은 운동도 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다가 갑자기 심장 이상이 찾아오는 경우 사실 대처하기가 힘들다.
나머지는 심장의 구조적 문제, 즉 관상동맥질환(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정맥 심부전)을 앓고 있거나 심장 근육 이상을 가진 경우에 해당되며 철저한 사후 검사로도 원인을 명확히 밝혀낼 수 없는 돌연사도 10∼15%나 된다. 이를 ‘청장년급사증후군’이라 한다.
청장년 급사증후군은 10대 후반부터 40세 사이의 남성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대개 새벽 2∼4시경 갑자기 신음하며 의식을 잃었다가 사망한다.
이처럼 적잖은 돌연사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국내에는 심장 이상과 관련한 정확한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다른 나라의 통계를 근거로 유추하여 한해에 수천에서 많게는 1만 건 이상의 심장관련 돌연사가 일어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쪽 통계를 보면 매년 25만명 정도가 심장마비로 사망할 정도다.
돌연사의 피해가 큰 것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이 없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다가 느닷없이 이상을 일으켜 죽음으로 치닫는다.
아무런 예고 없이 들이닥치기 때문에 돌연사라고 하는 것이긴 하지만, 사실 거의 대부분의 돌연사의 경우, 예전에 이미 나타난 건강상 징후들을 돌아보면 돌연사 가능성은 이미 예고돼 있었음을 알수 있다.
다만 그런 징후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무시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다. 이는 일정한 유형의 징후들을 알아둔다면 돌연사는 충분히 예방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심장의 이상을 알리는 일반적인 신호들은 졸도, 호흡곤란, 맥박이상, 가슴 압박감과 통증, 눈의 통증 등이다. 치통, 구토, 위통, 식욕부진이 동반될 수 있으며 현기증이 날 때도 있다.
평소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경우, 수면중 보통 이상으로 심하게 코를 골거나 호흡이 순간적으로 중단되는 경우, 소화불량과 함께 가슴이 답답한 증상으로 심장에도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도 심장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혈전으로 막히면서 발생하는 급성심근경색은 가슴 중앙에 10∼20분 정도 지속되는 통증이 발생한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 매우 강한 통증이 특징이다. 장년층의 경우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명치 아래가 심하게 아프면 급성심근경색을 의심하고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협심증의 경우에도 가슴통증이 일어난다. 물론 가슴통증이 있다고 모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은 아니다. 정서불안이나 단순한 신경과민으로 나타날 수도 잇다. 새벽 공복시 속이 쓰리면서 가슴이 아픈 것은 위궤양일 가능성도 높다. 중요한 것은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원인에 따라 대처하는 일이다.
서울아산병원 돌연사클리닉 김유호 박사는 “가족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람이 있는 경우는 가볍더라도 심장의 이상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날 때는 반드시 부정맥 전문의를 찾아가 숨겨진 심장병이 있는지, 또는 그로 인한 돌연사의 위험성은 없는지를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장기능 정지로 인한 돌연사의 경우 절반 정도는 가족 중 비슷한 원인으로 돌연사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사람은 심장에 무리가 가는 과격한 운동을 피하고 적절한 관리를 해야 한다.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 35세 이전에는 선천성 심혈관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나 35세 이상인 경우는 대개 관상동맥 질환이 원인이 되고 있다.
심장 박동이 너무 빠르거나 느리고 불규칙하게 이루어지는 ‘부정맥’은 돌연사로 이어지는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급성심근경색, 협심증 등 허혈성심장질환, 고혈압, 악성 부정맥 질환 등 심근질환, 대동맥 질환 등 각종 심장질환이 발병한 이후 치명적인 부정맥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심장의 펌프 작용이 약해지다 결국은 사소한 원인으로도 정지하고 마는 것과 같은 이치로, 손쉽게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돌연사는 어느 연령에서나 일어날 수 있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40대 중반의 연령대다. 이 시기에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당뇨 등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담배를 끊고 정기검진과 함께 평소 적절한 건강관리가 필수적이다.
▲ 심폐소생술방법은 사진처럼 심장부위를 반복적으로 눌러 주면 된다. | ||
심장 마비를 일으키는 가장 주된 원인은 심실세동(心室細動), 즉 심장의 주요 근육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파르르 떠는 현상이다. 심실세동이 일어나면 심장이 펌프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뇌에 제대로 혈액을 공급할 수 없다.
이 상태가 5분 이상 지속되면 뇌는 치명적 손상을 입는다. 병원에 도착한 뒤 심폐소생을 통해 어렵사리 심장을 되살리더라도 뇌는 소생불능 상태에 빠지고 뇌사 판정이 내려지게 된다.
‘쇼크’를 받은 후 5분 이내에 쓰러진 사람 자신은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 그러므로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연세대학교 심장혈관병원 김성순 교수는 “뇌든 심장이든 발작 후 5∼10분이 소생과 죽음을 가른다. 이때 심장을 되살리지 못하면 소생은 불가능하다”면서 “응급구조를 요청하면 5분 이내에 구호차가 오도록 돼 있는 미국과는 달리 국내 사정은 그렇치 못하므로 주변 사람이 적절한 응급처치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병원에서는 전기 자극을 통한 심폐소생술을 시도할 수 있지만, 일상적인 환경에서는 갑작스런 사고에 대처할 수단이 없다. 이때 가능한 응급조치는 손으로 심장을 눌러 자극하는 심폐소생술이다. 양손을 겹쳐 심장 부위를 반복적으로 세게 눌러주는 것이 요령이다.
김유호 박사는 “일단 119에 연락을 취함과 동시에 즉각 심폐소생술을 시작하여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1초도 멈추지 말라”고 설명한다.
김성순 교수는 “이 조치는 매우 단순한 작업이지만 뇌사를 막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조치”라며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을 멈추지 않고 실시한 경우, 환자의 80∼90%는 살려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당황한 나머지 졸도한 사람의 뺨을 때리거나 손발을 주무르는 등의 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는 심폐소생기를 비치해 두고 평소 사용법 교육도 실시해 응급시 누구든 응급처치를 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신청자에 한해 심폐소생법 등을 교육할 뿐, 학교 교과나 민방위교육 등에서 이루어지는 대개의 공공교육은 형식에 그치고 있다.
김성순 교수는 “현재 심장 관련 의료인 등을 중심으로 ‘심폐소생협회’가 인가를 받기 위해 준비중”이라며 “심폐소생술을 몰라 소중한 생명을 잃는 사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심폐소생술 대중교육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심폐소생술은 죽음의 목전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사람은]
1. 가끔 이유없이 실신하며 특히 심장질환의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
2. 심장병 환자로, 심부전 증세가 심한 사람.
3. 가족 가운데 심장기능과 관련하여 돌연사한 사람이 있는 경우(가족력)
4. 부정맥이 있는 사람으로 의식을 잃은 경험이 있는 경우.
5. 운동시 호흡곤란 가슴통증 어지럼증을 자주 느끼는 경우.
윤은영 건강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