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중의 변화는 건강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 다. 특히 중년 이후엔 체중변화가 크면 반드시 질병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체중이 늘어나는 것은 단순 비만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지만 체중이 빠지는 것은 더 심각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최영은 전문의는 “과식이나 운동부족 같은 특정한 요인이 없는데도 갑자기 체중이 준다면 당뇨병이나 갑상선 기능항진증, 드물게는 암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3개월 동안 무려 7∼8kg이나 체중이 줄고 피로가 심했던 40대 직장인 한아무개씨. 먹는 양은 예전보다 늘었는데도 갑자기 살이 많이 빠져 만나는 사람마다 ‘어디 아픈 게 아니냐’고들 했다. 유난히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이 잦아 스스로도 정말 무슨 이상이 있나 싶어 병원을 찾기에 이르렀다. 몇 가지의 검사 결과, 당뇨병이라는 진단을 받아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체중변화는 3∼6개월 사이에 기존의 체중에서 ±5% 이상 변하는 경우다. 평소 체중이 70kg인 사람이 갑자기 3.5kg 정도 줄거나 늘면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체중 변화가 ±10% 이상이라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변화를 신속히 눈치 채려면 자주 체중을 재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되도록 매일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옷차림으로 재는 게 정확하다.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거나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데 살이 쑥쑥 빠진다? 이처럼 이유 없이 체중이 크게 감소한다면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나 당뇨병, 암 등 숨은 질병의 증상일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건강검진을 받는 게 좋다. 필요하다면 정밀검진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우선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이다. 식욕이 늘어 많이 먹는 데도 체중이 줄면서 가슴이 뛰고 신경이 예민해지는 특징이 있다. 갑상선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는 것이 원인으로 20∼30대 젊은 여성에게 많은 편이다.
▲당뇨병: 역시 식욕이 좋은 데도 체중만 준다. 초기에는 식욕 때문에 일시적으로 체중이 늘다가 소변의 양과 횟수가 늘어나면서 체중이 줄어든다. 물을 많이 찾고 소변이 잦으며, 단 것을 갑자기 먹고 싶어하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당뇨라는 진단이 나오면 식사와 운동에 신경 쓰면서 의사에게 적절한 조언을 들어야 한다.
▲암: 드물게는 암의 한 증상으로 체중이 줄기도 한다. 체중이 감소할 정도라면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는 신호. 최영은 전문의는 “특히 위암이나 췌장암, 대장암 등 위장관계 암은 체중감소가 심하게 나타나는 편”이라고 말한다. 살이 빠지면서 심한 변비와 함께 대변이 가늘어지고 피가 섞여 나오면 췌장암이나 대장암일 가능성이 크다.
▲소화기 질환: 위궤양이나 췌장염, 담석증, 간경화, 소장 흡수기능부전 등이 있는 경우에도 체중이 줄어든다.
▲신경성 식욕부진: 정신적인 건강도 체중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비만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식사를 거부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이 있으면 체중이 줄어든다. 여성에게 많은데, 체중감소가 심하면 생리가 중단되는 등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우울증이 있어도 먹는 데 관심이 없으므로 체중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나이가 들수록 활동량과 신진대사 기능이 점차 줄어들어 섭취량을 줄이지 않으면 살이 찌기 쉽고, 담배를 끊은 후나 심한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요요현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살이 많이 찐다. 그러나 이런 이유 외에도 식사량이나 운동량이 변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살이 찌거나 다른 증상이 함께 있을 때는 몸에 어떤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체크해보는 게 좋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보통 식욕이 떨어지는 데도 체중이 증가하면서 피로하고 피부도 건조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눈이나 얼굴에 부종이 오고 머리카락도 잘 빠진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 전반적인 대사 작용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부종: 보통 몸이 붓는다고 표현하는 부종이 있을 때도 체중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 손이나 발, 다리, 얼굴 등에 부종이 심하다고 느껴질 때는 심장병이나 신장병, 암이나 빈혈 등으로 인한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부신 뇌하수체 종양: 뇌하수체나 부신의 종양으로 코티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쿠싱병이 있으면 얼굴, 복부, 어깨, 몸에는 살이 붙으면서 상대적으로 하지가 약해진다. 피부에 염증이 잘 생기고 생리가 불규칙하다가 없어지는 것도 증상 중 하나다.
▲인슐린종: 인슐린을 만들어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에 생기는 종양. 인슐린종이 있으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어 자주 저혈당 상태가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이 먹게 되므로 살이 찐다.
이외에 임신부가 체중증가의 정도가 심할 때는 임신성 당뇨병이나 임신중독증을 의심할 수 있다. 체중이 1주일에 5백g 이상 증가하거나 혈압이 높아질 때는 주의해야 한다. 한편 복용하는 약 때문에 살이 찌는 경우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관절염에 쓰이는 부신피질 호르몬제제, 항우울제인 아미틀립틸린, 항불안약, 정신분열증 약물 등이 체중을 증가시는 약물에 속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라이터
도움말=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최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