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특정 법무법인과 업무협약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이 해명이 특혜를 더 키운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요신문>은 국토교통부가 올해 초 도입된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 활성화를 위해 특정 법무법인과 최근 체결한 업무협약이 특혜와 다름없다는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특히 앞서의 법무법인에는 지난 2011년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돼 퇴직한 국토부 전 간부가 전무로 근무하고 있는데다, 동시에 이 간부가 대표로 재직하고 있는 한 부동산 권원조사 업체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전관예우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7월 16일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도자료를 내고 배포했다. 그런데 이 해명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국토부가 특정 법무법인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유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먼저 국토부의 해명은 이렇다. “그동안 국토부는 국민들의 부동산거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자계약에 따른 대출금리 인하 금융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등기비용 절감을 위해 등기수수료를 할인해주는 방안에 대해 법무사협회와 사전에 협의했다. 그러나 협회차원의 등기수수료 할인서비스 제공이 쉽지 않음에 따라 개별 법무대리인을 찾게 됐다. 현재도 참여 법무대리인의 확대를 위해 희망하는 법무대리인을 계속 찾고 있는 중으로, 희망하는 관련업체는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법무사협회와 등기 수수료 할인 방안에 대해 사전 협의했으나, 협회차원의 협조가 쉽지 않아 개별 법무대리인을 찾게 됐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법무사협회 측은 “국토부와 협의한 적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국토부와 시스템 참여 관련 논의는 했지만, 등기 업무나 수수료 할인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국토부가 특정 법무법인과 업무협약을 체결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법무사협회와 국토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부동산 등기 업무는 법무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여기에 전자계약시스템과 관련, 등기 업무를 담당하는 대법원과도 원활한 연계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토부는 시스템 개발 시점부터 법무사협회 측에 의견을 구하고 참여를 요청해 왔다.
등기 수수료 할인은 특정 법무법인이 국토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앞서 <일요신문> 취재 과정에서 국토부는 특혜 의혹이 제기된 특정 법무법인 선정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3, 4월께 특정 법무법인이 먼저 국토부에 등기 수수료 30% 할인을 제안 했다. 부동산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 지난 6월 28일 협약을 맺기로 했다.” 이러한 내용은 앞서의 국토부 해명에서도 나온다.
하지만 국토부는 법무사협회에 선정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법무사협회 관계자는 “업무협약 체결 일주일 전, 국토부를 직접 방문한 뒤에야 등기 수수료 할인이 특정 법무법인 선정 이유라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자가 입수한 지난 6월 15일 법무사협회 이사회 회의 내용을 보면, 등기 수수료 할인에 대한 언급은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날 회의는 법무사협회 관계자의 국토부 방문을 앞두고 이사회가 전자계약시스템 참여 방안을 결정하는 자리였다. 세부적인 참여 방안이 소개되고, 결정됐지만 등기 수수료 관련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의 법무사협회 관계자는 “지난 5월 23일 처음 국토부를 통해 특정 법무법인과 업무협약이 추진되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한 달 뒤 협회 의견을 전달하기로 국토부와 약속하고, 협회 차원에서 전자계약시스템과 관련해 법무사들이 협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내용을 정리해 지난 6월 15일 이사회 안건으로 올렸고, 결정된 사항을 정리해 6월 20일 국토부에 방문했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오는 6월 28일 업무협약 체결이 결정됐다’고 통보했다. 그 자리에서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국토부가 전자계약시스템과 연계된 등기 업무와 관련, 법무사협회 측의 의견을 구해왔지만 유독 수수료 할인 방안에 대해서는 업무협약 체결이 결정될 때까지 함구했다는 얘기다. 특혜 의혹이 더욱 커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또한 앞서의 국토부 해명이 오히려 특혜를 인정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무협약 목적이 등기 수수료 할인을 통한 시스템 활성화라면, 그동안 등기 업무와 관련해 참여 방안을 논의해오던 법무사협회를 배제하고 특정 법무법인을 선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법무사협회 관계자는 “지난 2011년부터 법무사협회는 국민, 신한, 농협 등 금융권 본사와 별도로 협약을 체결해 등기 수수료를 30% 할인하고 있다. 국토부가 협회 측에 수수료 할인을 제안했어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법무사협회는 조만간 국토부에 정식으로 항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의 협회 관계자는 “등기 업무는 계약 체결 이후 진행되는 절차다. 협회 차원에서 국토부 시스템의 취지와 목적에 공감하고 있어, 이와 연계해 원활하게 등기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참여를 희망하는 법무사 1000여 명을 선정해 명단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특정 법무법인과 업무협약 체결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토부는 왜 업무협약 대상 업체를 공개적으로 모집하지 않았는지, 왜 특정 법무법인이어야 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며 “사실과 다른 해명에 대해서는 협회 차원에서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협회 측에서 오해를 한 것 같다”며 “정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활성화를 위해 법무사협회 측에 늘 먼저 참여와 협조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등기 수수료 할인과 관련해서는 구두로 설명한 기억이 있다. 이에 대해 공문을 보내거나 공식적으로 논의를 한 적은 없다. 다만 업무협약에 대해서는 개별 법무법인과 논의가 오갈 때부터 미리 협회 측에 취지를 설명하고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