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친환경식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여성 소비자가 매장에서 유기농산물을 살피고 있는 모습. | ||
무농약 쌀 채소 과일, 항생제를 먹이지 않은 고기 등 농축산물 외에도 최근에는 케첩 치즈 분유 이유식까지 ‘유기농’을 강조한 제품들이 등장했다.
유기농산물은 먹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황토, 참숯 등으로 천연재료로 염색을 한 유기농 의류, 화학성분을 첨가하지 않은 유기농 화장품도 인기다.
가을 수확의 계절. 올해도 유기농 수확물은 더 한층 늘어나고 있다. 유기농산물과 유기 가공식품, 과연 인체에 어떤 유익이 있는 것일까. 또 어디서 얼마나 믿고 살 수 있을까.
주부 S씨(34)는 1년 전 둘째아이를 낳은 후부터 집으로 유기농식품을 배달시켜 먹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일반 식품보다 값이 비싸 망설였다. 하지만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보통 주부들이 보약이나 영양제를 챙기는 정성을 생각하면 오염되지 않은 먹거리에 그 정성의 절반만이라도 미리 들이는 것이 더 가치있는 투자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살난 큰 아이가 잘 먹는 소시지나 햄에서부터 둘째의 이유식에 들어가는 야채,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사료를 먹이지 않은 소와 돼지·닭고기, 유정란, 무농약 감자, 첨가물을 넣지 않은 과자나 주스 등을 주로 구입한다.
애당초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유기농 식탁이었지만, 그 혜택이 자신에게까지 돌아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평소 곧잘 무기력해지고 짜증을 느끼곤 했었든데, 언제부턴가 이런 현상이 사라지고 몸이 가뿐하며 머리까지 맑아진 것을 느끼고 있다.
사실 우리 식탁의 안전문제는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우리가 먹는 옥수수의 25%가 유전자조작 농산물(GMO)이고, 감자는 10%, 콩은 무려 50%가 유전자조작식품이라는 발표도 있다. 흔히 사용하는 식용유도 대부분 유전자조작으로 재배된 수입 콩을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법규가 허용하고 있는 식품첨가물은 대략 4백 종이 넘는데, 여기에는 대부분 화학조미료나 방부제, 발색제, 표백제처럼 여러가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인체 유해재료가 포함돼 있다. 당장은 미량 포함된 성분들이 유해하지 않다는 이유로 허용되고 있지만,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섭취된 후 나타나는 유해 현상에 대해서까지 안전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사람이 하루 동안 알게 모르게 섭취하는 식품 첨가물은 무려 90∼1백 가지나 된다. 이 중 어떤 성분이 나중에 발암물질로 밝혀질지 모르는 만큼 인공 첨가물이 들어간 식품은 되도록 먹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시장에서 유기농 식품은 보통 식물에 비해 2∼3배 이상 비싸다.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유기농식품은 농약이나 환경호르몬 등 해로운 물질의 위험이 적고 비타민, 미네랄 등 본래의 식품이 가진 영양소는 훨씬 풍부하다. 예를 들어 B12는 동물에만 들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보리나 콩, 시금치 등 식물에도 많이 들어 있다.
가격이 비싸다 보니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대개 식탁 바꾸기를 망설이다가 집안에 환자가 발생하거나 임신부, 유아가 있을 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식 식이요법 전문가인 송숙자 박사는 “일반 농축산물에 사용된 여러가지 농약이나 항생제, 성장촉진제, 유전자조작식품, 식품첨가물, 환경호르몬 같은 유해 성분은 인체에 여러 질병을 만들거나 악화시킨다”며 “유기농식품은 질병을 예방하고, 특히 면역력이 떨어진 암 환자나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일반 식탁의 유해성을 생각하면 다소 값비싼 건강식탁이 오히려 경제적일 수도 있는 셈이다.
유기농산물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4천억원 정도고, 2002년 생산량 기준으로는 59만4천t에 이른다. 2백억∼3백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유기농 가공식품은 매년 20% 이상의 놀라운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농산물의 경우 전체 소비량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유기농 식탁의 출발은 유기농 재료를 구하는 데 있다. 하지만 ‘과연 믿을 수 있는 유기농 제품인가’라는 것부터가 의구스러울 수 있다.
유기농산물을 고를 때는 일반적으로 사과 모양의 인증마크부터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포장지에 붙어있는 인증마크는 농림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나 흙살림 등 7개 민간 인증기관 중 한 곳에서 무공해 농산물임을 확인받았다는 표시다.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인증마크와 함께 인증번호까지 부여하므로 번호가 있는 것이 더 믿을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증 유효기간은 1년으로 매년 재검사를 거쳐야 한다.
농약을 쓰지 않은 농산물이라고 해서 모두 유기농산물로 인증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친환경 농산물’로 인증된 농산물 가운데 유기, 전환기 유기, 무농약, 저농약 농산물 등 4가지 등급이 부여된다. 포장지의 인증마크 아랫부분에 그 등급이 함께 표시돼 있다.
기준이 가장 엄격한 유기농산물은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 유기합성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키운 작물이고, 가장 낮은 등급인 저농약 농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권장량 이하로 사용해 농약이 허용 기준의 2분의 1 이하로 잔류하는 농산물을 뜻한다. 그 사이에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농업이 아직 3년 이하인 전환기 유기농산물, 농약은 쓰지 않았으나 화학비료를 최소로 사용한 무농약 농산물이 있다.
축산물은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동물성 배합사료 대신 유기농산물을 사료로 기른 것을 유기축산물로 친다.
농축산물에 공동으로 HACCP라고 해서 위해요소 중점관리 인증 제도가 있다. 위생관리 시스템을 잘 갖춘 가공업체에서 파는 쇠고기나 유제품이라는 표시다. 생산 단계서부터 심사 기준을 적용한 제품에는 GAP(우수농산물 관리) 마크를 붙여준다.
인증마크를 확인했으면 생산자 실명이나 원산지, 함량도 확인한다. 보통 유기농산물은 눈으로 보아 색깔이 연하고, 부드러우며, 껍질이 두껍지 않고 크기가 작은 편이다. 유기 가공품일 때는 재료의 원산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흔히 야채에 벌레 먹은 구멍이 있는 것을 유기농의 증거로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농약을 사용해도 벌레 먹은 흔적은 남을 수 있다.
믿을 만한 식품을 구입하려면 생산자와 계약재배 등 직거래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생산지를 직접 방문 견학하거나, 주말농장 활동에 참여하거나, 믿을만한 직거래단체나 유통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하여 직접 배달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간단한 야채를 직접 텃밭이나 주말농장에 심어 길러먹으면 온 가족이 함께 밭일을 하면서 어울릴 수 있고 운동도 되므로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유기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 가공한 것이 유기 가공식품. 유기농 원료의 함량이 95% 이상이면 제품명에 ‘유기식품’ 표시를 할 수 있다. 유기농 식품과 마찬가지로 일반 식품에 비해 3∼4배 비싼 편이므로 재료의 함량이나 원산지, 인증마크 등을 확인하고 사는 것이 최선이다.
유기농 제품이라면 모두 국산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국내에 유통되는 유기 가공식품 대부분은 수입산 재료를 썼거나 수입 완제품이다. 당연히 국내 기관의 인증마크가 붙어있지 않은데, 각 나라의 인증마크를 확인하려면 한국식의약청 홈페이지(www.kfda.go.kr)의 수입식품정보 알림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기농 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 “농약을 사용한 일반 야채나 과일은 밀가루, 숯가루를 타서 흐르는 물에 여러번 씻으면 농약이 많이 씻겨나간다”고 수동요양병원 손복순 영양사는 조언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자연식 식이요법 전문가 송숙자 박사, 수동요양병원 손복순 영양사, 을지대학병원 영양과 여인섭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