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3년 11월 11일 열린우리당 창당대회 운영위원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 ||
사분오열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성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탈당과 당 사수를 놓고 의원 개개인은 물론 각 계파들의 입장이 수시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순간의 선택이 정치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중압감을 받고 있는 의원들이 정치노선 및 이념 보다는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일요신문>은 17대 총선 이후 형성된 열린우리당 내 제 계파 의원들의 성향을 기본 바탕으로 정계개편 과정에서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의원 성향을 자체 분석해 봤다. 그 결과 현재(2월 3일 기준) 정계개편과 관련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성향은 탈당그룹과 잔류그룹, 중도실용그룹, 관망그룹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됐다.
탈당그룹은 모두 30명으로 이는 다시 선도탈당파와 집단탈당파로 구분된다. 선도파는 천정배 염동연 이계안 최재천 임종인 의원 등 이미 탈당한 5명에 개혁성향으로 선도파와 가까운 제종길 우윤근 이종걸 한광원 안민석 이상경 김낙순 의원 등 모두 7명이 포진해 있다.
집단파는 조만간 집단탈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한 중도보수 성향 의원 9명을 비롯해 재선그룹 3명, 강경 신당파 4명, 충청권 그룹 5명, 김근태계 일부 의원 등 모두 23명으로 집계됐다.
중도실용그룹은 모두 14명으로 정동영 전 의장계로 분류되는 전북 출신 의원들과 정 전 의장과 가까운 비례대표 의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잔류그룹은 다시 신당파와 당 사수파로 구분된다. 신당파는 전당대회를 통한 질서있는 통합신당론에 방점을 찍고 있는 김근태 의장계(11명)를 비롯해 재야파(3명), 재선그룹(4명), 처음처럼(12명), 광장모임(8명), 전대 서명파(16명) 등 모두 54명이었고 당 사수파는 친노그룹과 소신파, 경남권 의원 등을 포함해 모두 22명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탈당과 잔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관망하고 있는 김원웅 김희선 이석현 정동채 의원 등 4명은 관망그룹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분류에 따르면 외형상으로는 잔류그룹이 가장 많은 세력(76명)을 확보하고 있어 향후 정계개편 주도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대권 손익계산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신당파와 사수파 모두 전대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당의 진로를 결정하자는 데 동의하고 있지만 전대 이후 양측이 상생의 길을 걷게 될지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신당파 내부의 속사정도 복잡하기만 하다. 친김근태계와 재야파는 김 의장을 중심으로 전대 이후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반면 재선그룹, 처음처럼, 전대 서명파 등은 전대 결과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의원 중 상당수는 탈당그룹과 중도실용노선에 동조하고 있어 전대 이후 열린우리당의 완전 분해 여부는 이들 의원들의 선택에 달려 있을 것이란 분석도 꽤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김부겸 송영길 의원 등 재선그룹은 일단 전대의 추이를 지켜본 후 여차하면 민주당·국민중심당 일부 의원들과 함께 범여권 중도신당 논의에 합류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들의 탈당 시기 및 규모도 열린우리당 분당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단파의 탈당 결행은 열린우리당 분당을 현실화시키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획탈당을 주도한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은 지난 주말 탈당에 동조하는 의원들을 상대로 서명작업을 벌이는 동시에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신당파를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적극 벌이며 세 확산 작업에 박차를 가해 왔다.
당초 예상으로는 탈당 결행시기는 빠르면 5일, 규모는 중도보수성향 의원들을 비롯해 재선그룹, 강경 신당파, 충청권과 호남권 일부 의원 등 많게는 30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었다. 당에서도 놀랄 만한 규모였다. 유력한 차기 당의장으로 꼽히는 정세균 전 장관이 삼고초려를 너머 사고초려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예상 때문이었다.
또 김한길 강봉균 의원이 정동영 전 의장과 가깝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들이 집당탈당 후 정동영 전 의장과 손을 잡을 경우 40~50명에 달하는 의원을 확보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일거에 열린우리당을 제2당으로 끌어내리고 자신들은 원내 제3의 교섭단체가 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결별도 불사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정 전 의장 측도 전대까지는 당에 잔류하면서 주도권 장악을 시도한 후 여의치 않을 경우 집단 탈당파와 호남·충청세력과 함께 독자적인 대권행보를 걷는다는 복안을 세워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 후 며칠 휴식을 취하고 다시 활동을 재개한 천정배 의원은 선도탈당파 의원들과 함께 외연 확대 등 제 3지대 개혁정당 창당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천 의원은 또 개혁성향으로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이 탈당을 결행할 경우 이들을 최대한 끌어안아 원내교섭단체 규모가 되면 개혁정당 창당 기치를 올린 후 민주당 등 호남세력과의 연대 방안도 적극 모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그룹을 중심으로 한 당 사수파는 전대 이후에도 열린우리당 간판을 사수하며 노 대통령의 개혁정책을 끝까지 지원한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수파 일각에서는 전대 이후 또다시 대규모 탈당이 이어질 경우 당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감을 반영해 김근태계와 전략적 연대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처럼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세력 확장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망론을 꿈꾸는 주자들과 내년 총선 승리를 겨냥한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범여권 세력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여권 지형 및 대선구도에서 어떤 세력이 살아남고 누가 밀려날 것인지 그 1차 분수령이 될 세력 확장 전쟁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