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선으로 인한 각종 증상들. 환절기에 환자의 수가 더욱 증가한다고. | ||
건선은 주로 자극이 많은 팔꿈치, 무릎, 엉덩이, 머리 등에 잘 생긴다. 심하면 손발톱이 빠지고 얼굴에까지 퍼져 외모에도 문제가 생긴다.
건선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만성적인 피부병. 전염은 안 되지만 일단 걸리면 완치가 어렵다. 광선치료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피부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피부상처를 계기로 생길 수 있고 스트레스에 의해 심해지기도 한다.
정상 피부가 기저 세포층에서 피부세포를 만들어 각질이 되기까지는 26~59일이 걸린다. 그러나 건선환자는 이 피부세포 재생 주기가 1주일로 매우 짧다. 이상증식된 각질이 오돌토돌하게 솟은 발진 주변에 겹겹이 쌓이는 것이 건선이다. 만약 머리에 비듬이 없는데도 자고 일어났을 때 침대나 이불에 하얀 비듬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피부 건선을 의심할 수 있다.
건선은 젊은 사람들에게 흔한 피부질환이다. 건선이 가장 잘 생기는 연령은 한창 활동이 왕성한 20대이며 그 다음이 10대, 30대 순이다. 보통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인 1백만 명 정도가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녀의 차이는 없다.
25세의 여성 K씨는 건선으로 고생한지 올해로 벌써 5년째다. 가려움증이 심해 피부과를 찾았다 건선 진단을 받은 후 매주 두 번씩 광선치료를 받는 중이다. 주로 두피와 팔꿈치, 팔다리, 무릎 등에 가려움증이 심하다. 오빠 둘과 언니도 모두 건선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 중 건선 환자가 있다면 건선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건선에는 유전적 소양이 있다는 것이다.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정신적 스트레스나 피부 자극, 상처 등이 있으면 더 잘 생기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타월로 때를 세게 민 뒤 미세한 상처로부터 건선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지금까지는 햇볕을 많이 쬐는 얼굴에는 건선이 잘 생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외선이 건선세포가 자라는 것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재일 교수는 햇볕을 많이 받는 얼굴에도 건선이 생길 수 있고 더구나 얼굴 건선이 생긴 경우에는 건선이 악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건선 환자 2백82명에 대한 분석에서 얼굴 건선이 있는 사람이 67.7%로 없는 사람보다 많았다는 것.
얼굴 건선이 생기는 곳은 대부분 이마 부위. 모자나 머리카락으로 햇볕을 가리기 때문이다. 얼굴 건선이 생기면 모자나 머리카락 등으로 가리기보다는 햇볕을 쏘이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아울러 얼굴 건선은 다른 부위에서도 건선이 악화된다는 신호로 보고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팔이나 무릎, 손가락, 발가락 등 관절에 생기는 건선도 요주의 대상. 피부뿐 아니라 관절에까지 영향을 미쳐 관절의 통증과 변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픈 관절 부위가 부으면서 통증이 생기고, 관절을 움직이기가 차츰 어려워진다. 이때는 건선치료와 함께 관절치료도 받게 된다. 건선 환자의 5~7%에서 관절건선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건선이 먼저 생긴 다음 관절염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관절염이 먼저 오고 건선이 나중에 오는 경우도 있다.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시작하면 건선 환자의 80~90%는 증상이 대부분 개선된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합성 비타민D 유도체, 스테로이드 호르몬제, 살리실산이나 피부연화제 등 바르는 약이 처방된다. 증상이 심할 때는 바르는 약과 함께 자외선을 쪼이는 광선치료, 전신치료를 모두 실시하는 복합적인 치료를 받게 된다. 전신요법으로는 합성 비타민A 유도체(레티노이드)나 사이클로스포린 제제 등이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건선은 피부병 중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편에 속한다. 증상이 좋아졌더라도 몇 개월 또는 몇 년 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완치보다는 증상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 건선은 비듬이나 건성습진 등과 자칫 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사진은 분당차병원 김두한 교수의 상담모습. | ||
정상적인 피부에서 수분은 구성 성분의 10~15%를 차지하는데, 이것이 부족해지면 각질이 더 잘 생긴다. 아파트나 대형 빌딩처럼 공기가 밀폐되고 건조한 환경일수록 불리하다.
잦은 목욕이나 과도한 비누 사용은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해 건선을 악화시킨다. 너무 뜨거운 물로 목욕해도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목욕할 때는 36∼37℃ 정도의 미지근한 물이 적당하다. 그리고 목욕 후에는 보습제를 발라 피부의 수분 증발을 막도록 한다. 보습제는 목욕 후 몸에 물기가 촉촉하게 남아있는 상태에서 발라야 효과적이다.
체내에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도록 의식적으로 물 과일 야채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습기나 젖은 빨래를 이용해 실내 습도를 60∼70% 정도 수준으로 유지하면 도움이 된다.
피부에 상처가 나거나 과도한 자극이 있어도 건선이 심해진다. 목욕할 때 타월로 심하게 때를 밀면 수분과 기름기를 가진 각질층이 벗겨져 피부가 쉬 건조해진다. 또 공기 중의 세균이나 진균에 대한 방어력이 약해지므로 피해야 한다.
모피 나일론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합성섬유나 올이 굵은 삼베 모직류 등도 직접 피부에 닿으면 자극을 주게 되므로 피해야 한다. 건선에는 가능하면 햇볕을 많이 쪼이는 것이 좋다. 때문에 환부를 가리고 숨길수록 증상은 심해진다.
처음 건선이 생길 때는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비듬 등 다른 피부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머리에 생긴 건선을 비듬으로, 손발톱에 생기는 건선을 무좀으로 잘못 알고 마음대로 약을 사다 바르는 경우다.
그러나 증상이 비슷하더라도 비듬이나 아토피성 피부염 등은 건선과는 치료방법이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 머리 건선에 비듬 치료를 하면 두피가 더 심하게 건조해지고, 손발톱 건선에 곰팡이를 죽이는 무좀약을 바르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마음대로 피부 연고를 바르면 내성이 생기거나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피부과의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약을 써야 한다.
흔히 건선과 건성습진을 같은 병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둘은 서로 다른 질환이다. 건성습진은 이름 그대로 피부가 건조해져서 생기는 습진.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름기(유분)를 공급하는 피부 속 피지선이 덜 발달된 팔 다리 손 발 배 부분에서 피부가 건조해져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고 가려움증이 생기는 것이 건성 습진이다.
강남이지함피부과 박지수 원장은 “40대를 넘으면 피지 생산능력이 자연 감소되고, 각질 재생 능력도 떨어져 각질층이 얇아지므로 건성습진이 더 잘 생긴다”고 설명한다. 노인들이 팔, 다리나 배 부분이 가려워 자주 긁는 것도 대부분 건성습진이다.
건선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목욕습관으로 젊은 나이에 건성습진이 생기기도 한다. 건성습진은 가려움증을 없애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서 습진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해 치료한다.
건성습진을 예방하려면 목욕탕 속에 몸을 담그는 시간은 5분 이내가 적당하고 비누사용을 줄이는 게 좋다. 사우나도 2주에 한 번 정도로 줄이고 때 수건으로 박박 문지르는 것은 금해야 한다. 샤워나 목욕 후에는 역시 보디로션이나 크림으로 수분을 공급하고 수분증발을 막아주는 보디오일을 바르는 것이 좋다. 적당한 실내습도 유지를 위해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남 이지함피부과 박지수 원장, 분당차병원 피부과 김두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