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을 지어달라고 아내 몰래 찾아오는 남성은 대개가 다 누구에게 속 시원하게 의논도 하지 못한 채 끙끙 앓다가 병원을 찾는다. 발기가 신통치 않게 된 사정을 들어보면 저마다 계기가 다르다.
정상적으로 부부생활을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발기가 안되어 그 후로 단 한번도 발기가 안되는 급성의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발기가 되었다 안되었다 반복을 하다 결국 발기가 안되는 남성도 있다. 또 보통 때는 발기가 안되나 가물에 콩 나듯이 발기가 되어 몇 개월에 한 번씩 성생활을 하는 남성도 있다.
발기부전이 찾아온 계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같이 공통점은 청소년시절에 지나치게 수음을 한 경력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청소년시절에 거의 매일, 하루에도 여러 번 수음을 즐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음이 습관화되면 반드시 생리 심리상으로 좋지 못하다. 임상에서의 경험으로 보면 반복해서 수음을 하는 사람은 결혼 후에 성생활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몸이 허약해지고 귀에서 소리가 나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리적인 두려움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리기 쉽다.
허리가 시큰거리고 다리가 나른하며 머리가 아찔하고 눈앞이 캄캄하며 기억력이 감퇴하고 지력이 떨어지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심하게는 몽정(잠자는 동안에 자기도 모르게 정액이 흘러나옴)이 빈번해진다.
반복해서 수음을 하면 성에 대한 자극, 특히 사정에 대한 자극이 강렬해져서 결혼 후에 남자는 사정불능이 발생하기 쉽고, 여자는 성생활에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기 쉬우므로 결국 성적 만족을 얻지 못한다.
지나친 수음은 신장의 양기를 허약하게 만든다. 이것이 원인이 된 발기부전은 다음과 같은 동반 증상이 나타난다. 정신이 맑지 못하며 얼굴이 희고 윤기가 없이 꺼칠하다. 허리와 무릎이 시고 무르며 추위를 잘 타고 손발이 차다. 대변이 무르고 소변이 잦으며 시원한 배뇨감이 없어 배뇨 후에도 몇 방울씩 흘린다. 귀가 울며 어지러우며 건망증이 있다. 혀는 희고 담백하고 맥은 약하고 깊숙이 가라앉아 있다. 이때는 우귀음탕에 가감하여 처방한다.
또 음이 부족하여 화가 너무 왕성해진 경우는 잠만 자면 몽정 증상이 있고, 볼이 홍조를 띠며 화를 잘 내고 손과 발바닥 가운데가 뜨거우며 목이 마르다. 소변이 적어지고 변비가 있다. 혀에는 붉은 태가 있으며 맥은 빠르고 팽팽히 긴장되어 있다. 이럴 때는 음을 보하고 화를 내리고 신장을 보호하면서 정을 고정시키는 처방으로 좌귀음탕에 가감한 처방으로 다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