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온갖 의학지식과 상식을 빌어 젊음을 유지해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안티 에이징’이란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다. 노화방지 클리닉이란 것도 유행처럼 늘어나고 있다. 주로 서울 강남지역에 밀집해 있는데, ‘노화라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값비싼 태반주사나 성장호르몬 등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호르몬은 근육과 기력은 회복시켜도 혈압 혈당을 올리는 등 부작용이 있어 아직은 안전성이 확실하지 않다”며 신중론을 펴는 의사들이 많다.
굳이 비싼 약, 이상한 비방을 찾지 않고도 노화의 시계를 늦출 수 있는 방법들이 많다.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노화가 시작되는 시기나 진행되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생활습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은 30대 후반~40대부터 노화가 시작된다.
경희대한방병원 내과 이창훈 교수는 “이때부터 오장육부 중에서 어느 한 곳의 기능이 저하돼 원기가 부족해지면서 노화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적어도 30대 후반부터는 노화방지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 중에서 부작용이 없고 논란이 없는 가장 확실한 노화방지 비법은 우선 고른 영양을 섭취하되 소식하는 것, 신선한 산소를 마시는 것,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그리고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 등이다. 현대 의학에서도 효능이 인정된 여러 가지 노화방지 방법들을 알아보자.
▲적게 골고루 먹는다
각자의 활동량에 맞게 필요한 칼로리를 보충해줄 수 있는 양의 식사가 적당하다. 나이가 들수록 약간 모자라다 싶게 소식을 해야 위에 부담이 적다. 칼로리를 줄이려면 고기보다는 생선 채소 과일을 많이 먹는 게 요령이다.
어떤 음식이든지 꼭꼭 씹어서 침과 잘 섞이도록 삼키는 것도 필요하다. 소화 흡수가 잘 되기 때문이다. 커피, 콜라 등 카페인이나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식품,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한 인스턴트 식품, 패스트푸드 등은 줄여야 한다.
▲운동 어려우면 걷기라도
적당한 운동은 체력을 유지하고 노화를 예방하는 데 필수조건이다. 하는 운동이 없다면 오늘부터 걷기라도 시작해 보자. 매일 시간을 정해 적어도 4km 이상을 적당한 속도로 걸어야 운동효과가 나타난다.
우리 조상들이 해왔던 도인체조도 좋다. 도인(導引)이란 글자 그대로 끌어당기고 늘인다는 뜻이니, 요즘 흔히 말하는 스트레칭이다. 몸의 구석구석을 가볍게 털어주고 두드리고, 비틀며 마찰하는 동작을 통해 근육과 뼈, 인대를 늘이고 당겨 주면 물리적 운동효과는 물론, 기혈순환에도 훌륭한 효과가 있다.
▲입만 움직이는 젊음 운동
아래 위의 이를 소리가 나도록 가볍게 부딪치는 고치법도 좋은데, 머리가 맑아지고 치아를 건강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바로 가부좌를 하고 뱃속에 있는 탁한 기운을 내뱉으며 코로 새 공기를 세 번씩 들이마신다. 다음으로 윗니를 서른 번 부딪친다. 단 너무 세게 하면 치아의 상아질이 상하게 되니 주의한다.
혀를 입안에서 수십 번 굴리는 것도 해주면 좋다. 이때 침이 고이면 침을 뱉어내지 않고 삼킨다.
▲낙천적인 생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고 흥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즐거운 마음은 몸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조건. 그래야 얼굴에 주름도 적게 생기고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흔히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소소한 일, 불필요한 기억들에 사로잡혀 스트레스를 받는 수가 있는데, 의식적으로라도 즐거운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노화를 막는 데 중요하다.
▲잠은 충분히 잔다
수면시간이 부족하고 불규칙하면 면역력도 저하된다. 나이가 들면서 잠이 잘 들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는 머리에만 피곤이 오고 몸에는 피곤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잠자기 전에 산책을 하거나 적당한 운동 등으로 몸을 움직여 주면 불면해소에 도움이 된다. 잠자기 1~2시간 전 온수로 샤워를 해도 효과적이다.
▲일을 계속한다
40세가 넘으면 누구나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게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람의 정신능력은 신체 기능에 비해 노화가 늦게 오는 것이 정상이다. 대체로 50~60세까지는 머리를 써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신노동에 종사하던 사람 가운데는 80~90세의 고령에도 논리적인 사고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이가 많아진 다음에도 계속 머리를 썼기 때문이다.
뇌의 노화를 방지하는 데는 DHA가 풍부한 등 푸른 생선, 간이나 완두콩·달걀 노른자 등에 많은 콜린이 도움이 된다.
성생활은 나이가 들면서 대체로 감소한다. 대체로 30대의 경우 한 달에 4~8회, 40대의 경우 4~6회, 50대의 경우 2~4회, 60대 이상이라면 2회 정도 성관계를 갖는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관리하기 따라서는 80세가 되어도 임신 능력이 있는 정자를 배출하는 남성들이 있다.
“만약 배뇨곤란 증상이 나타나는 전립선비대증이나 발기부전, 성적 흥미가 줄고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등 여러 면에서 남성 갱년기 증세가 나타나면 비뇨기계의 노화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을지대학병원 비뇨기과 우승효 교수는 말한다. 이때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당뇨병 등 원인질환을 다스리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좋아진다.
성기능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지만, 자전거나 모터사이클처럼 좁은 안장에 장시간 앉아 회음부에 부담을 주는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식품으로는 장어나 인삼 굴 마늘 파 참마 같은 식품이 정력 증진에 좋다.
여성의 경우에도 성생활을 유지하는 갱년기 여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방광염 같은 비뇨기 문제가 훨씬 적다고 한다. 갱년기 이후 여성에게는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성분이 많은 석류, 콩 등과 함께 아연이 많은 굴이나 메밀, 돼지의 간, 호밀빵 등의 식품이 특히 좋다.
노화방지 수칙 10
1 짜증내거나 흥분하지 말라.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라.
2 적당한 운동과 등산 등으로 몸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라.
3 밤에 충분히 자라.
4 술 담배를 피하고 고지방 식품, 과식을 삼가라.
5 야채 과일을 통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하라.
6 인스턴트 식품, 가공 식품을 줄이고 자연식품을 먹어라.
7 음식은 꼭꼭 오래 씹어라.
8 불필요한 간식을 줄이고 하루 세 끼 규칙적인 식사를 하라.
9 30대 후반부터 노화방지에 관심을 가져라.
10 전립선비대, 발기부전,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면 방치하지 말라.
노화 막는 음식5
경희대 한방병원 이창훈 교수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노화방지 음식으로 검정색 식품이나 대추 매실 장어 등을 권한다.
▲검은색 씨앗:검은깨 검은콩 등을 많이 먹으면 성인병 공해병에 저항력이 높아지고 중풍 고혈압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대추:속을 편안하게 하며 비장을 보하고 진액과 기운부족을 도운다고 전해내려 온다. 위장에도 좋은 식품이다.
▲매실:매실을 말린 오매(烏梅)는 피로회복이나 노화방지에 특히 효과가 있으며, 식독(食毒) 혈독(血毒) 수독(水毒)에 해독작용과 살균작용이 뛰어나다.
▲장어:민물장어는 폐결핵 요통 신경통 폐렴 관절염 예방과 성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쇠비름:예부터 장명채(長命菜)라고 해서 먹으면 장수하고, 늙어도 머리칼이 희지 않는다고 한다.
▲이 밖에 하수오, 둥굴레(황정), 오가피, 창포 등도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경희대 강남한방병원 생활의학센터 이창훈 교수,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박종남 교수·비뇨기과 우승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