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직 근로자들에게 흔한 질병인 치질은 화장실에서 잡지나 신문을 보는 습관부터 버려야 예방할 수 있다. | ||
평소 업무의 성격에 따라 걸리기 쉬운 질병유형도 달라진다. 활동량이 많은 영업사원에게는 관절염이나 위장병이 많고, 목을 많이 사용하는 교사나 강사들은 편도선염에 잘 걸린다는 것도 상식이다. 이처럼 직종이나 업무에 따라 흔한 질병과 예방요령을 짚어본다.
[사무·운전직] 전립선염·치질
소변을 자주 보면서 시원하게 나오지 않을 때, 배뇨나 사정시 회음부 귀두 아랫배 등에 뻐근한 통증이 있을 때는 전립선염일 가능성이 크다. 성기능에 영향을 미쳐 조루, 성교 통증, 사정의 쾌감 감소 등이 나타난다. 남성에게 가장 흔한 비뇨기질환 중 하나로, 사무직 근로자나 직업운전사 등 오랜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일하는 남성에게 많다. 소변을 오래 참는 습관도 문제다.
최근에는 스트레스나 긴장도 전립선염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는 추세다. 여의도성모병원 비뇨기과팀은 20~50세의 전립선염 환자 8백여명에 대한 임상 분석 결과, 절반 이상이 세균이나 염증과는 상관 없는 스트레스에 의한 증상으로 나타났다고 공개한 바 있다.
“주 2∼3회 정도 전립선 마사지로 전립선액을 배출시키거나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면 완화에 도움이 된다. 적당한 성생활을 통해 주기적인 사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좋다”고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조언한다. 걷는 운동도 도움이 된다.
만약 배변 중이나 후에 선홍색 피가 묻어나면 치질일 수 있다. 그러나 출혈이 있더라도 선홍색이 아닌 검은빛이 보이면 다른 질환일 수 있다.
치질의 예방을 위해서는 화장실에서 신문, 잡지를 읽으며 배변하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변기에 오래 앉아있어서 치질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변비나 설사가 생기지 않도록 식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온수 좌욕도 항문의 혈액순환을 도와 악화를 막아준다. 과도한 음주는 치질 혈관에 피를 고이게 하고 설사를 만들어 치질을 악화시킨다.
[안내원·간호사] 하지정맥류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사람은 다리에 푸른 핏줄이 불거져 비쳐보이는 하지정맥류를 조심해야 한다. 종일 몸무게를 지탱하느라 정맥혈에 압박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심해지면 외관상 보기 흉한 점도 있거니와 피가 정체되어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곤해지며, 관절염 신경통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직업 특성상 간호사,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판매원, 계산원, 안내원 등이 취약하다.
임신 중인 여성도 정맥류가 생길 수 있는데, 임신으로 인해 혈류량이 증가하는 반면 태아가 자라면서 자궁이 정맥을 압박하기 때문에 혈관의 탄력이 감소하여 생기는 현상이다. 다행히 임신으로 생기는 정맥류는 출산 후 3개월 정도면 대개 좋아진다.
하지 정맥류를 예방하려면 계속 서있거나 앉아있는 등 한 가지 자세로 오래 있지 않는 것이 좋다. 장거리 출장이나 근무 중에도 자세를 가끔 고쳐주고 다리를 움직이는 등 다리의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변화를 주어야 한다.
다리를 앞으로 쭉 펴고 발목관절을 이용해 발을 앞뒤로 움직이거나 동그랗게 돌리는 동작을 자주 해주고 발가락을 폈다 오므렸다 하는 동작이 정맥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일이 끝난 뒤에는 방바닥에 누워 두 발을 앞뒤로 번갈아 세웠다 눕혔다 하는 동작, 다리를 90도로 세워 자전거 타듯이 크게 돌리는 동작으로 혈관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잘 때는 몸을 쭉 펴고 다리 밑에 베개나 쿠션을 받치면 좋다. 짠 음식을 줄이고 야채를 많이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교사·텔레마케터] 편도선염
목젖 양쪽으로 호두처럼 튀어나온 부위가 편도선인데 이곳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편도선염. 과로로 체력이 떨어지거나 영양결핍, 기후변화 등으로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면 편도선에 염증이 생기게 되는데, 특히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교사 가수 영업직 텔레마케터 등은 이곳이 쉽게 부어오를 수 있다.
▲ 말을 많이 해야하는 가수나 교사 등은 편도선에 염증이 생기기 쉽다. | ||
편도선염이 자주 반복되면 만성이 되었다는 신호다. 만성일 때는 목에 뭔가 걸려있는 것 같은 이물감이 있으며 냄새 나는 찌꺼기 같은 가래가 나온다. 만성 편도선염일 때는 이유없이 입냄새도 심해진다. 편도선에 있는 세균이 드물게 심장 관절 콩팥 등에 퍼져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손영익 교수는 “1년에 5회 이상 편도선염을 앓는다면 의사와 상의해서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단계”라고 조언한다. 레이저로 간편하게도 할 수 있다.
[영업·배달직] 위장병·관절염
스트레스 많고 식사가 불규칙하고 거래처 접대 때문에 밤늦게 먹는 경우가 많은 영업사원은 위장병에 쉽게 걸린다. 속이 더부룩하고 쓰리거나 복부팽만감, 구토, 트림 등 위가 나빠 생기는 증상이 있을 때는 신경을 써야 한다. 위염이나 위궤양 등 위장장애로 인한 소화불량이 대부분이지만 드물게는 위암인 경우도 있다.
소화불량이나 속쓰림으로 밤에 자다 깨는 경우, 살을 빼려고 노력한 적이 없는데도 최근 6개월∼1년 이내에 체중이 10% 이상 감소한 경우, 빈혈이 나타나거나 소화성 궤양 경력이 있는 사람은 정밀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위는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소화불량 위통이 자주 나타나면 식생활 관리에 더 철저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나마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삼가고 술 담배 카페인 음료도 줄인다. 술이 약한 사람이 무리하게 마시면 급성위염이 되기도 한다.
활동량이 많은 직업에서는 무릎이 쑤시고 아픈 관절염도 흔하다. 관절의 노화로 찾아오는 퇴행성 관절염은 50대 중반 이후에 흔하지만, 직업상 관절을 많이 사용한다면 빨리 생길 수 있다. 이때는 빨리 치료해야 통증을 줄이고 진행속도도 늦출 수 있다.
운동은 관절의 움직임이 격렬하지 않은 가볍게 걷기와 수영, 고정식 자전거 타기가 적합하다. 의자는 푹신하고 낮은 의자보다 딱딱한 높은 의자가 좋다. 또 힘든 일과 가벼운 일을 번갈아 해서 사이사이에 휴식효과를 얻도록 한다.
[공장·운송직] 소음성 난청
소음성 난청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정기적인 직업병 건강진단에서 새로 발견되는 환자만 해도 매년 1천5백 명이나 된다.
소음성 난청은 시끄러운 작업장에서 일하는 직업인에게 많이 생기는 질병이다. 강한 소음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이라면 주의해야 한다. 철공소나 조선소, 건설현장 근로자, 굴착기 사용자뿐 아니라 시끄러운 도로 주변의 상인, 도심을 운행하하거나 대형트럭을 모는 운전기사, 비행기 조종사, 사냥을 즐기는 사람들이 잘 걸린다. 운전기사들의 경우 창문을 통해 소음을 직접 듣게 되는 왼쪽 귀에 주로 난청이 생긴다. 이 외에 이비인후과와 치과 의사, 사물놀이 연주자, 전화 교환수나 전화 상담원들 중에도 소음성 난청 환자가 많은 편이다.
소음성 난청이 되면 처음에는 높은 음부터 못 듣기 시작한다. 본인은 잘 깨닫지 못하지만 병원에 가면 간단한 청력검사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초기에는 일상적인 대화나 전화통화에서 상대방의 말을 잘 못알아들어 실수하는 일이 생긴다. 점차 귀울림 어지럼증이 생기고 소리를 잘 듣기 위해 신경을 쓰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성격도 예민해진다.
초기에는 휴식과 스테로이드, 혈관확장제 등이 도움이 되지만 치료하지 않은 채 3주 이상 지나면 정상적인 청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스스로 시끄럽다고 느낄 정도의 소리를 오래 듣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 직업적으로 심한 소음환경이라면 외이도를 완전히 가리는 귀마개 같은 소음방지 기구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음악을 들을 때는 귀걸이형 이어폰보다는 헤드폰이 조금 낫고, 나이트클럽이나 공연장 등에서는 고음 스피커 앞에 노출되는 것도 피한다.
도움말=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이빈인후과 손영의 교슈/인하대 병원 산업의학과 김환철 전공의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