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시절 유창식. 사진출처=한화이글스 홈페이지
[일요신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4년 만에 불거진 승부조작 사태가 확대될 조짐이다. 2명의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 지난 2012년과 달리 이태양(NC)과 문우람(상무) 이후로도 이번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두 선수의 승부조작 소식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은 내부조사에 돌입했고 KBO가 자진신고 기간을 제시하자 조사 과정에서 KIA 투수 유창식이 자수했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대형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KBO는 유창식의 승부조작 건을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경기북부경찰청에 통보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유창식의 자수 이전 이미 내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2년 전부터 농구·유도·쇼트트랙 선수 등이 연루된 승부조작과 스포츠 도박 사건을 연달아 수사해 혐의를 밝혀왔다. 이에 KBO는 ‘스포츠계의 저승사자’라는 타이틀을 얻고 있는 경기북부경찰청에 유창식 사건을 맡기며 승부조작 척결의지를 드러냈다.
KBO가 강한 의지를 내보인 만큼 사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듯했지만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유창식이 구단과 KBO에 단 한 차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진술한 것과 달리 경찰 조사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유창식은 2회의 승부조작 혐의가 밝혀졌다.
KBO는 당초 7월 22일부터 8월 12일까지 3주를 자진신고 기간으로 정하고 기간 내 신고하는 선수들에게 영구 실격을 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었다. 신고기간은 선수들의 자발적 고백과 내부 정화작용을 위해 설정됐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징계를 경감하고 선수생활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KBO 관계자는 유창식의 징계 수위에 대해 “아직 경찰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은 기다리고 있다. 자진 신고자에게 2~3년간 관찰 기간을 둔다는 최초 발표 이후 변경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유창식은 7월 25일 KBO로부터 구단의 훈련이나 경기에 참가할 수 없고 보수도 받을 수 없는 ‘참가활동 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KBO와 함께 프로야구 10개 구단도 바삐 움직였다. 자진신고 기간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각 구단은 내부적으로 조사에 돌입했다. 선수 면담을 통해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지 묻기도 했고 승부조작에 가담했거나 제의를 받았다면 신고하도록 회유하기도 했다. 면담의 방법도 다양했다. NC는 프로선수 출신인 박보현 1군 운영팀장이 면담에 나섰고 두산은 맏형 홍성흔이 선수단을 불러 모아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각 구단은 자체 조사에서 더 이상의 승부조작 선수가 없다는 결과를 냈지만 이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이들은 드물다. 이태양·문우람으로 끝날 것 같았던 사안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유창식의 자수로 마무리 시점을 알 수 없게 됐다. 각 구단들은 새로운 선수가 자수를 하거나 경찰에 불려갈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분명 더 많은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했고 추가적인 자수나 적발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일부에서는 ‘유창식이 2건 이상의 승부조작으로 조사 받고 있다’ ‘유창식 이후 선수들이 줄줄이 엮여 들어 갈 것’이라는 등의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또한 ‘경찰에서 또 한 명의 국가대표 출신 투수를 대상으로 조사중’ ‘국대 투수와 배터리를 이루는 포수도 연루됐다’는 식의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온라인에서는 익명성을 이용해 각 구단마다 의심이 가거나 자신들만의 근거에 부합하는 선수를 일일이 지목하며 ‘승부조작 리스트’를 만들어 퍼나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 박민순 경감은 “루머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조사 과정에서 유창식은 2건의 승부조작만이 밝혀진 상태”라고 부인했다. 추가적인 승부조작 가담 선수 발표에 대해서는 “포수는 모르겠지만 국대 투수에 대한 이야기는 일부 맞다. 다만 경찰 내사 수준일 뿐”이라며 특정인을 승부조작범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또한 내사 중인 국대 투수는 “유창식과 별개의 브로커로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유창식으로부터 지목된 브로커들도 향후 조사를 계획 중”이라고 밝혀 수사가 얼마나 확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승부조작 3인 몸값은? 이태양, 고작 몇천에 억대 연봉 날아가 이태양·문우람·유창식 3명의 선수의 승부조작 사태가 일어나며 그들의 조작 내용은 물론 브로커로부터 받은 금액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경기중 승부조작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외야수 문우람과 달리 투수인 이태양과 유창식은 1회에 볼넷을 내주는 등 유사한 승부조작 행위를 했음에도 받은 금액에선 2000만 원(이태양)과 300만 원(유창식)으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브로커와 이태양에게 조작을 제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문우람은 1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조작은 주로 비교적 적은 금액의 연봉을 받는 젊은 선수들이 휘말리기 쉽다. 지난 2012년 박현준·김성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5명의 선수 모두 20대 초·중반의 연령대였다. 그렇다면 이태양을 비롯한 2011년 입단 동기 3인방은 그간 얼마를 벌었을까. 가장 큰 금액을 만진 선수는 유창식이다. 그는 고교시절부터 제2의 류현진으로 불리는 촉망받는 선수였다. 2011년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한화에 지명됐고 역대 2위 기록인 7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계약 후 2년간은 연봉 2400만 원을 받았고 3년차인 2013년에는 6800만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듬해부터는 올해까지 6400만 원으로 꾸준히 동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양은 9000만 원의 계약금으로 넥센에 입단, 유창식과 마찬가지로 첫 두 해는 24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2013년에는 NC로 이적하며 200만 원이 올랐다. 이적 후 가능성을 보인 이태양은 4400만 원으로 연봉이 인상됐지만 2015년에는 3300만 원으로 하락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그해 팀내 주축 투수로 올라서며 올해 연봉 1억 원의 억대 연봉 반열에 올라섰다.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은 동기들과 달리 신고선수로 선수생활을 시작한 문우람은 입단 첫해 연봉이 2000만 원이었다. 그는 신고선수라는 신분 탓에 당시 2400만 원이던 KBO 최저 연봉을 보장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그는 단 한 번의 동결이나 삭감 없이 2400만 원, 3000만 원, 6200만 원으로 꾸준히 연봉을 올리며 또 하나의 ‘신고선수 신화’를 이어나갔다. 마지막으로 넥센에서 활약한 지난해에는 9000만 원으로 억대 연봉을 눈앞에 뒀다. 올해는 상무에서 활약하며 군 보류 수당으로 넥센으로부터 월 100만 원을 수령하고 있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