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5월9일 글루코사민에 대해 퇴행성관절염 치료효과가 의문시된다며 ‘권고 고려’ 판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보완대체의학회에서는 지난해에 이미 안전성과 효능 측면에서 모두 최고등급(권고)에 속한다는 상반되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모두 직접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라 발표된 연구논문을 기초로 내린 결과들이다. 전문가들은 “사실 효과가 있다, 없다 결론이 상반되는 논문 중 어떤 것에 더 신뢰를 두느냐에 따라 평가 결과가 얼마든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이런 논란을 해소하려면 글루코사민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몸의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하는 관절은 연골로 덮여 있다. 이 연골이 뼈의 마찰을 줄이고 압력을 견디게 하고 관절 사이의 충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관절과 연골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좋은 것이 바로 글루코사민이다. 새우나 게의 껍질에 많은 키토산 성분을 분해해 얻어낸 아미노당의 일종으로, 체내에서 섬유나 수분과 결합해 관절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고 유연성, 탄력성을 주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체내에 글루코사민이 많으면 연골 세포를 자극해 관절조직을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인 ‘펠리오글리칸’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그 결과 연골 내에 충분한 수분이 유지돼 연골이 퇴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루에 1.5g 정도의 글루코사민을 3~6개월 꾸준히 복용하면 퇴행성 무릎 관절염의 통증이 완화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있는 일반 진통소염제와 달리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단 게나 해산물에 민감한 사람은 주의하는 게 좋다.
일부에서는 연골 자체를 재생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는 효과를 인정하지만 연골 재생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입장이다. 한양대병원 류머티스내과 배상철 교수는 “일부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무릎 연골을 재생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퇴행성관절염 자체가 노화와 관련되는 것인 만큼 뚜렷한 효과는 기대할 수 없고, 연골의 퇴행속도를 조금 늦추는 수준”이라며 “모든 관절염에 다 좋은 것처럼 효과를 맹신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 글루 코사민 제품들 | ||
이런 논란이 해소되려면 글루코사민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미국립보건원(NIH)에서 수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글루코사민 임상시험을 진행중인데, 이 결과가 나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로선 글루코사민을 관절염 치료약이 아닌 말 그대로 건강기능식품으로 생각하고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재 글루코사민은 유럽에서는 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고, 미국에서는 자연식품(natural food)으로 유통돼 쉽게 구할 수 있다.
글루코사민을 먹고 있거나 먹을 생각이라면 다음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두자.
1. 정확한 진단 후에 먹는다.
현재 여러 가지 관절염 중에서도 무릎에 나타나는 퇴행성관절염(골관절염)의 경우에 글루코사민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판단대로 관절이 나쁘다고 마음대로 사먹기보다는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관절염 치료약과 함께 먹을 것인지, 어느 정도의 양을 몇 개월이나 먹을 것인지 등에 대해 상의한다. 단 병원치료가 필요한 관절염 환자가 글루코사민의 효과를 맹신해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특히 당뇨환자는 의사와 상의한다. 당뇨환자의 경우 글루코사민으로 인해 당수치가 높아질 수 있고, 인슐린 효과 저하가 보고되어 있다.
2.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글루코사민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보통 3~6개월 정도 꾸준히 복용했는데도 퇴행성관절염으로 인한 무릎의 통증이 예전보다 덜하지 않다면 굳이 돈 들여서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게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이영진 교수의 조언이다.
3. 글루코사민이 풍부한 식품을 먹자.
우리 몸의 관절은 40세가 지나면서 관절 연골의 재생 능력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이것은 정상적인 노화의 한 과정이다.
평소 관절의 노화를 늦추고 싶다면 식생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식품을 통해 글루코사민을 섭취할 때는 새우, 게 등의 갑각류를 바삭하게 볶거나 튀겨 껍질째 먹으면 좋다. 버섯을 자주 먹어도 좋고, 소의 연골인 도가니에도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친, 콜라겐까지 들어 있어서 좋다.
배상철 교수는 “평소 균형 있는 영양을 섭취하되, 녹황색 채소나 과일을 충분히 먹으면 항산화제 성분이 관절의 염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혈관이 깨끗해져 동맥경화 등을 예방하는 데도 좋다”고 말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이영진 교수, 한양대병원 류머티스내과 배상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