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덕씨(61) | ||
그러다 1990년 직장에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높다며 정밀검사를 해보라고 했다. 병원에 갔더니 식후 2시간 후의 혈당이 340mg/dL 정도로 높게 나타나 1주일분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주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당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먹던 약이 떨어졌는데도 병원에 가지 않고 술 담배도 그대로 했다. 한번은 술을 마시고 도로에서 몇 시간 잠을 잔 적이 있다. 잠에서 깨어나자 내 신세가 창피하고 처량했다. 부모님 산소에 가서 대성통곡을 하면서 내 생활을 돌이켜 보니 한심했다. 그때 술 담배를 모두 끊고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새벽에 집 주변의 학교운동장을 5바퀴씩 돌기로 했다. 나중에는 20바퀴까지 늘렸다. 병원에 가서 약도 받아왔다. 식사는 아내가 병원에서 당뇨교육을 받은 대로 준비해준다. 잡곡밥에 채식 위주로 먹는데, 식욕이 있어도 참고 1공기만 먹는다. 2개월 정도 약을 복용하며 식이요법과 운동에 신경을 쓰자 혈당이 정상이 되어 약을 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이 풀어져서 운동을 그만두고 술을 다시 마시면 어김없이 혈당이 올랐다. 2002년 월드컵 때가 그랬다. 너무 기분이 좋아 줄곧 과음을 했더니 혈당이 다시 치솟았다. 최근에는 직장을 옮기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때문인지 또 혈당이 올랐다.
현재는 다시 술을 끊고 운동을 시작해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도 정상이 됐다. 체중은 당뇨에 걸릴 무렵보다 13kg 가까이 줄었다. 당뇨 덕분에 마라톤에 재미를 붙여 1년이면 8번 정도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마니아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풀코스 35회, 하프코스 33회를 완주했다. 요즘도 1주일에 6일은 새벽에 1시간 반 정도 달리기를 한다.
언젠가 형제들이 모였을 때 보니 셋째인 나만 빼고 6명의 형제가 다들 고혈압약을 먹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당뇨를 앓던 사촌동생은 새끼발가락을 잘라내기도 했다. 사실 젊어서 별로 건강관리를 하지 못했지만 당뇨로 시작한 운동과 식이요법 덕분에 현재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