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당뇨환자의 85%가 인슐린은 잘 분비되지만 제 기능을 못하는 인슐린 비의존형이다. 유전적인 원인에 잘못된 습관, 특히 과음이나 과식, 운동부족에 따른 비만(복부비만)이 합해져서 찾아온다. 필요하다면 약물치료를 하면서 식사와 운동에 주의하면 대부분은 혈당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없다. 식사와 운동으로 혈당과 함께 혈압, 중성지방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면 당뇨 합병증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흔히 당뇨 환자는 무조건 적게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그랬지만 이제는 활동하는 데 무리가 없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할 정도로 먹으라고 권한다. 다만 한꺼번에 과식, 편식을 하는 것을 피하고 규칙적인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한다.
또 매끼 곡류와 어육류, 채소, 과일, 지방, 우유 등 여섯 가지 식품군을 고루 먹어야 한다. 우리나라 당뇨환자의 14% 정도는 영양의 불균형 때문에 생기는 인슐린 요구형으로, 태아나 성장기에 골고루 먹는 식습관을 가지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임신부의 영양 부족, 특히 단백질 섭취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태어난 저체중아(2.5kg 이하)는 성인이 되면 정상체중으로 태어난 경우보다 당뇨병에 걸릴 위험성이 세 배 이상 높다.
섭취하는 칼로리는 탄수화물 60%로 하고 단백질과 지방은 20%씩 배분하면 적당하다. 곡류와 과일은 탄수화물이 주성분이고,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에는 탄수화물이 조금 들어있다. 지방과 우유제품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고루 들어있고, 어육류는 단백질이 주성분이지만 지질도 많다. 따라서 기름기를 제거하고 살코기만 조금씩 먹도록 한다.
혈당지수가 낮은 저인슐린 식품 위주로 먹는 식습관도 필요하다. 허갑범 허내과 원장은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을 먹으면 혈당 상승폭이 적고 인슐린 분비가 덜 된다. 또 당뇨의 원인이 되는 비만을 예방·치료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혈당지수는 흰 빵이나 포도당을 섭취한 후에 혈당이 상승되는 수치를 1백으로 했을 때, 이를 기준으로 같은 양의 어떤 식품을 섭취한 후에 상승되는 혈당의 정도를 말한다. 보통 혈당지수 60을 기준으로 그보다 낮으면 저인슐린 식품, 높으면 고인슐린 식품이다.
곡류 중에서는 현미나 보리, 콩류, 과일, 채소류, 우유제품이 저인슐린 식품이다. 하지만 흰쌀밥(84)이나 흰 밀가루로 만든 음식(95 이상), 떡(85)은 혈당 상승폭이 큰 고인슐린 식품이다. 과일 중에서는 포도 바나나 등이 혈당지수가 높다.
저인슐린 식사를 하면 날씬해진다. 최근의 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에 1천2백kcal 정도로 열량을 제한한 식사로는 3개월간 3.8kg의 체중이 줄었지만, 1천8백kcal의 저인슐린 식사를 한 그룹은 8.6kg이나 체중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다고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을 아예 먹지 않으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당뇨가 있더라도 여러 가지 식품을 골고루 먹되, 고인슐린 식품을 먹을 때는 조금 적게 먹고, 잡곡을 섞어 먹거나 섬유소가 많이 들어있는 채소, 해조류 등을 함께 먹어야 지나친 혈당 상승과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어육류나 단일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올리브유, 견과류, 땅콩 등도 충분히 섭취해야 혈당 조절, 합병증으로 오는 뇌졸중, 심장병 예방에 좋다.
당뇨환자 중에는 식이요법은 잘 지키면서 운동을 게을리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뇌졸중이나 심장병 등의 당뇨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져 혈당치를 상승시키는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또 복부비만인 경우 운동을 통해 뱃살을 빼고 팔다리를 강화시키면 당뇨병을 치료 예방할 수 있다. 전체적인 체중을 줄여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식사만으로 체중을 감량하면 체지방은 물론 근육이 같이 소실되는 것이 문제. 근육량이 줄면 체력이 떨어지고 기초대사율이 감소돼 조금만 더 먹어도 다시 살이 찌는 ‘요요현상’이 나타난다.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은 걷기가 2백40, 테니스 4백20, 자전거 타기 4백50, 수영 7백20, 등산 7백80kcal이다. 예를 들어 밥 한 공기는 3백kcal로, 한 시간 이상 걸어야 소비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무리한 운동은 피한다. “특히 신장병이나 망막증, 심장병 등의 당뇨 합병증이 있거나 고혈압이 심할 때는 과격한 운동은 절대 금물이다. 이럴 때는 운동처방을 받은 다음 안전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이기업 교수의 조언이다.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빨리 해소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마음이 편한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혈당이 잘 조절되던 환자라도 정신적인 충격을 받거나 잠이 부족하면 혈당이 치솟는다.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는 뇌하수체의 성장호르몬 분비와 췌장의 글루카곤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고, 결국 인슐린의 혈당 저하작용을 방해해 당뇨병의 전 단계인 내당능장애를 만들게 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이기업 교수, 허내과 허갑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