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식초 하면 신맛 때문에 산성 식품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식초는 산성화되기 쉬운 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바꾸어주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따라서 고기나 쌀밥 같은 산성식품을 위주의 식사를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초를 적당히 곁들인 음식을 먹는 것이 중화작용을 해서 좋다.
상지대 한방병원 사상체질의학과 김달래 교수는 “체질 상으로는 소음인이 식초와 궁합이 잘 맞는다. 소화력이 약하고 손발이 찬 사람에게도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식초의 효능은 다음과 같다.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구연산이나 호박산, 사과산 등 식초 속의 각종 유기산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해 준다. 특히 구연산은 육체노동 또는 정신노동으로 몸 속에 피로를 만드는 물질인 젖산이 쌓일 때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돕는다. 따라서 피로회복 효과가 뛰어나다.
△식욕을 돋워준다
식초의 신맛이 침샘을 자극하고 식욕을 돋워주고,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가 잘 되도록 도와준다.
△살균효과가 강하다
조선시대의 <향약구급방>이나 <동의보감>에서는 식초가 고기나 생선, 채소의 독을 없애준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짠맛, 느끼한 맛을 없애는 것은 물론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고 음식물이 빨리 상하지 않게 해준다. 따라서 아직 한낮의 기온이 높은 때이므로 배탈이나 설사, 식중독 등을 예방하는 데 식초만한 식품이 없다. 인후염이나 피부염 등에도 살균효과를 발휘한다.
△골다공증·결석을 예방한다
칼슘의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식초를 먹으면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식초 속의 초산은 결석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석의 원인이 되는 수산화칼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식초의 효과를 너무 맹신하는 것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시판되는 식초는 농도가 옅어 음식에 양념으로 좀 더 사용하는 정도는 괜찮다. 예를 들어 냉면처럼 찬 성질의 식품은 식초를 타서 먹으면 좋다.
“하지만 특정 질병을 치료한다고 농도가 진한 식초를 마시거나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예를 들어 위산과다일 때는 식초를 음료로 마시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김희정 교수는 “위는 강산성의 위액이 분비되는 곳이라 산에 강하지만 식도나 입 안은 상대적으로 산에 약하다. 희석시키지 않은 식초를 마시다가는 헐 수 있고, 십이지장궤양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통 우리가 사먹는 식초는 크게는 양조식초와 화학식초 두 가지로 구분된다. 에틸알코올에 빙초산을 섞어 만든 화학식초는 맛을 내기 위해 여러 화학 물질을 첨가했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게 좋다. 양조식초는 크게 현미·보리 등으로 만드는 곡물식초와 감·포도·사과·레몬 등의 과일로 만드는 과일식초가 있다.
시판되는 식초 제품을 고를 때는 원료나 발효방법, 산도 등을 살펴야 한다. 자세히 보면 ‘국내산 감 100%로 전통 발효시켜 만든 식초’라거나 ‘3년 동안 자연 발효시킨 제품’이라는 등의 정보가 라벨에 표시돼 있다. 곡물이나 과실을 100% 사용하지 않고 맥아추출물로 만든 속성 양조식초에 과즙만 조금 첨가한 것도 많다. 물론 값은 훨씬 싸지만 이런 제품은 천연 양조식초보다 구연산 등의 유기산이나 비타민이 적은 편이다.
산도도 체크하는 게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조 식초의 규격이 초산 7% 이하로 되어 있는데 곡물식초는 대부분 4.2%, 과실식초는 4.5% 이상이다. 선진국은 이보다 산도가 낮아 3~5%로 되어 있다.
농도가 진한 식초일수록 위장 점막에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건강음료로 마시는 경우에는 반드시 충분히 희석시켜 먹어야 한다. 감으로 만든 감식초는 다이어트와 미용, 숙취 해소에 좋다고 해서 물에 타서 많이 마신다. 물 1컵에 감식초 1큰술을 타면 알맞다.
요리에 식초를 쓸 때는 식초의 향에 따라 음식과 잘 어울리는 것을 쓰면 더 맛이 좋다. 예를 들어 생채무침이나 초절이, 마늘장아찌 등에는 과일 향이 은은한 사과나 레몬 식초를 쓴다. 현미를 발효·숙성시킨 현미 식초는 골뱅이무침 같은 무침요리에 잘 어울린다. 음식의 잡내를 없애고 상큼한 맛을 내준다. 2~3배 식초라는 표시가 되어있는 제품은 물기가 적은 요리에 적당하다.
서양요리에도 식초가 요긴하게 쓰인다. 샐러드 소스에는 와인 식초나 발사믹 식초를 많이 쓴다. 백포도 식초는 생선, 고기 요리의 양념으로 쓰고 적포도 식초는 탕수육, 샐러드 소스에 맛이 어울린다.
송은숙 건강 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상지대한방병원 사상체질의학과 김달래 교수,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