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보니 아토피 잠옷이나 아토피용 천연 면역항체 화장품, 아토피환자의 과민한 알레르기 면역작용을 가라앉혀 준다는 유산균 제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토피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에 아토피 체험마을도 들어설 예정이다. 화천군에 따르면 유기농 마을 중 한 곳에 가족이나 단체가 장기간 황토집에 머물며 유기농산물로 식사를 하고, 텃밭까지 제공되는 아토피 체험마을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 살짜리 딸을 둔 주부 김은경씨(34)는 밤마다 한참을 긁다 잠이 드는 아이를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다름 아닌 아토피성 피부염 때문이다.
처음에는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좁쌀 같은 작은 돌기가 오톨도톨 생긴다. 가려워 긁으면 이 부위가 붉게 부풀어 오르고, 심하면 진물이 나고 딱지도 앉는다. 긁어서 생긴 상처에 세균이 침입하면 염증이 생기고 가려움증은 점점 더 심해진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태선화’라고 해서 피부가 두껍고 딱딱하게 변해버린다.
아토피가 있으면 가려움증으로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통스럽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생각보다 커서 성격 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친구들과 달리 먹지 말아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위축되기 쉽다. 잘 지키지 못한다고 부모로부터 꾸중을 자주 듣고 주변의 시선에 신경이 쓰여 점차 소극적인 성격이 되고 정서적으로도 불안해진다. 외모에 관심이 높은 청소년기에는 더욱 예민해진다. 성인이 되어서는 대인관계는 물론 취업 면접 등에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환자 2명 중 1명은 우울증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다.
도대체 주변에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대기오염 같은 환경의 오염, 화학조미료나 방부제 등의 식품 첨가물 등이 들어간 먹을거리로 인해 면역체계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서울알레르기클리닉 노건웅 박사의 설명이다.
따라서 이런 식품이나 환경을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아토피를 예방·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은 오히려 아토피를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주변이 지저분하고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집, 형제자매가 여럿인 집,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아토피에 걸리는 확률이 낮다는 조사결과들이 그것이다. 의료환경이 좋아진 것도 문제가 된다. 철저한 예방접종과 항생제 사용 등으로 작고 자연스러운 감염을 겪으며 면역체계가 완성되는 기회를 잃게 된다.
유전적인 원인도 영향을 미친다. 아기가 아토피 소인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은 부계에 아토피나 기타 알레르기 질환이 있을 때는 25%, 모계에 있을 때는 50%, 양쪽 부모 모두에게 있을 때 70~80%로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토피 소인을 지닌 아이들은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다가, 그 증세가 어느 정도 사라지는 3세 이후에 천식이나 비염 등 다른 알레르기 질환을 보이는 ‘알레르기 행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토피성 피부염과 비염, 천식 등의 알레르기 질환이 모두 면역체계의 이상반응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면역체계를 바로 잡아야 알레르기 행진을 막을 수 있다.
한방에서는 아토피에 걸릴 확률이 가장 높은 체질을 태음인으로 본다. 소양인이 그 다음으로 높고, 소음인과 태양인이 뒤를 잇는다. 아토피 전문 한의원인 청뇌한의원 강대호 원장은 “체질별로 아토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 체질침과 한약, 운동·생활처방 등으로 체질에 따라 강한 장부의 기운은 덜어주고, 약한 장부의 기운은 더해주어 몸의 균형을 잡아주면 자연치유력이 높아져 아토피가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태음인의 경우, 간기능이 강하고 폐가 약한 체질이다. 폐가 제 기능을 못하면 면역력이 저하되고 외부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해 인체의 항상성이 깨진다. 이렇게 되면 기혈의 소통이 표피까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피부와 내부의 각 장부에 발진과 가려움증이 생긴다. 이때는 운동으로 땀을 흘려야 건강한 체질이므로 운동을 적절히 하면서 예민하고 사소한 일에 잘 놀라지 않도록 정신건강에 주의해야 한다.
송은숙 건강 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마포 청뇌한의원 강대호 원장, 서울알레르기클리닉 노건웅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