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정교합 치료장면. | ||
부정교합을 모르고 오래 두면 왜 나쁠까. 우선 치아가 고르지 못하면 치아 사이사이에 음식물이 잘 끼는 한편 쉽게 닦이지 않아 청결을 유지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날수록 충치와 잇몸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는 게 문제다. 서울치과병원 민병진 원장은 “또한 음식을 바르게 씹기가 어려워 턱관절 장애로 인한 두통이나 귀에서 소리가 나는 이명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위장에도 큰 부담을 주어 소화기 계통에도 영향을 주는 등 전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심리적으로도 아이들을 위축되게 만든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시기인 어린이, 청소년들은 부정교합으로 인해 얼굴모양이 미워지거나 발음이 나빠지면 자신감을 잃고 내성적인 성격이 되기 쉽다”는 것이 모나리자치과 신경민 원장의 설명이다.
만약 돌출된 앞니인 경우에는 운동이나 일상생활 중에 사고로 치아가 부러지거나, 깨지는 경우가 정상 치아보다 3배나 높다. 즉 체육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길을 걷다가 넘어지면 치아가 부러지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성인의 경우 부정교합으로 인해 악관절 장애, 이갈이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부정교합으로 잇몸병이 생겼다면 심장병의 위험도 높아진다. 미국에서 최근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잇몸질환이 심혈관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구강박테리아가 혈관을 타고 심장동맥에 들어와 혈액응고를 일으키고, 이것이 지방 플러그와 엉겨 심장혈관벽을 두껍게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잇몸질환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2배가 넘는다.
위아래턱의 관계는 정상이지만 치아의 배열이 틀어진 경우, 턱뼈가 작아 앞니가 겹쳐나는 덧니, ‘무턱’이라고 해서 아래턱이 윗턱보다 뒤로 들어간 경우, 아래턱이 윗턱보다 나온 ‘주걱턱’ 등이 모두 부정교합이다.
치아의 크기와 턱뼈 크기 간의 부조화로 인한 부정교합처럼 선천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잘못된 습관, 질병 등으로 생기는 후천적인 것도 있다. 치아우식증 등으로 유치를 빨리 빼낸 다음 영구치가 제 위치로 나오지 못한 경우,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쉬는 것, 손가락 빨기, 혀를 내미는 습관, 연필을 깨무는 습관 등이 부정교합의 원인이 된다. 장기간에 걸쳐 치아에 압박을 주어 치아와 턱뼈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구치로 바뀌기 전에 손가락을 빠는 습관을 바로잡지 않으면 영구치가 날 때 앞니 사이에 틈새가 생기거나 토끼 이빨처럼 튀어나오게 된다. 어른,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치아를 꽉 물고 있는 습관이 치아를 손상시키고 안면근육에 피로를 더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는 온수를 수건에 적셔 귀 앞부분에 대고 가볍게 마사지하면 좋다. 보통 이를 악무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끼기 쉬운 타입이다. 남들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더욱 크게 중압감을 느껴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어금니를 악물게 된다. 이때 치아 맞물림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따라서 자녀가 이런 나쁜 치아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치과를 찾아 치아상태를 확인한 다음 교정장치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하지 않다면 부정교합은 대부분 교정치료로 가능하다. 보통 성장중인 아이들의 경우는 골격을 바로 잡아주는 기능성 교정장치를 이용한다. 치아색이 나거나 투명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도 나와 있다. 성장이 과도하게 일어나기 전인 초등학교 4~5학년 정도가 교정을 하는 데 알맞은 시기. 성장 전의 부정골격으로 인해 교정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대부분 유전적인 요인이므로 만 6~7세 정도부터 치료를 받으면 된다.
신경민 원장은 “성장이 끝난 성인의 경우에는 기능성 교정장치를 사용하기 어렵고, 브라켓이라는 장치를 치아 하나하나에 붙여서 교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심한 부정교합인 경우에는 교정과 함께 수술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간혹 잘못된 교정치료로 부정교합의 상태가 악화되기도 한다. 악관절장애로 5년 전에 스플린트라는 교정장치를 낀 직장인 H씨. 교정장치를 끼는 동안 정기적인 치과검진을 게을리하고 열심히 장치를 끼고 지냈다. 하지만 음식을 씹기가 어렵고 입을 다물기 어려워 다시 병원을 찾았다가, 입을 다물었을 때도 앞니가 8mm 정도 벌어질 정도로 부정교합 상태가 심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흔히 치아교정 후에 치아가 예전으로 되돌아간다고 아는 경우가 많다. 치아교정 후에도 얼마 동안은 새로운 위치에 치아가 적응하도록 유지장치를 끼게 된다. 이 시기에 장치를 잘 끼지 않으면 예전의 위치로 가려는 힘이 남은 인대나 근육에 의해서 치아가 조금 돌아가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지장치만 잘 낀다면 바른 교합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송은숙 건강 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모나리자치과 신경민 원장, 서울치과병원 민병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