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코를 심하게 고는데도 단순히 잠버릇이려니 하고 방치했을 때는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을지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이창훈 교수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심장병이나 뇌졸중 고혈압 등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심한 코골이 환자는 수면중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기도 하는데, 이것을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한다. 이럴 때는 산소 공급이 중단돼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수면무호흡 환자의 50%에서는 고혈압이 동반되고, 무호흡으로 심장에 산소가 잘 공급되지 못하면 심장마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면중에 과도하게 뒤척이거나 소변을 보기 위해 잠을 깨는 야간 배뇨도 흔해진다.
충분히 잠을 잔 것 같아도 수면무호흡증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다음날 머리가 아프고 피곤하며 졸음이 찾아온다. 심하면 운전중에 깜박 졸다 큰 사고를 당한다든지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한 사람 중에는 성격의 변화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창훈 교수에 따르면 항상 불안하고 우울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 성적 능력도 떨어진다고 한다.
일단 뚱뚱하고 목이 굵은 사람들에게 코골이가 많다. 비만으로 인해 기도가 정상인에 비해 더 좁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만의 경우 코골이의 발생 빈도는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도 위험도가 높다. 흡연이 입 속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고 호흡 시의 저항을 증가시켜 코골이를 만들고, 직접 신경계에 작용해 깊은 잠을 방해한다. 축농증이나 비염 등으로 코막힘이 있어도 기도의 저항을 높여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수면자세로는 옆으로 누워 자는 것보다 바로 누워 자면 혀와 턱의 무게로 기도가 막혀 무호흡이 더 심해진다.
흔히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술을 마시고 난 후 심하게 코를 고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알코올에 의해 목젖이나 입천장 주변의 점막이 느슨해져 평소보다 더 심하게 떨리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복용하는 항히스타민제나 수면제, 진정제 등의 약물이 무호흡을 더욱 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는 중년 이후에 코골이가 많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져도 기도가 붓고, 호흡중추의 기능을 떨어뜨려 수면무호흡증이 많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개선시키려면 비만이나 잘못된 수면습관 등의 요인을 줄이려는 환자의 노력이 중요하다. 우선 비만인 경우에는 체중 감소를 위해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술과 담배는 끊는 게 좋고, 잠자는 자세는 옆으로 누워서 자면 낫다. 인후부의 구조물들이 아래로 처져서 공기 통로를 막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코골이가 심한 경우에는 필요하다면 약물치료 또는 간단한 장치를 착용하거나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심한 수면무호흡증이라면 마스크 같은 장치를 이용해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압력을 주어 수면중에 기도가 좁아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사용한다. 수술을 받을 수 없거나 뇌에 원인이 있는 중추성 무호흡증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치과에서 해주는 구강내 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수술은 비강이나 인두부 등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한 부위의 일부를 수술로 제거하여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이갈이 수면중에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가는 현상도 나쁜 수면습관으로 꼽힌다. 같이 자는 사람의 수면을 방해하지만 정작 본인은 남이 가르쳐주지 않으면 알 수 없어 오래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평균 8초 동안 5회 정도 이를 간다면 이갈이로 본다. 어린이는 젖니에서 영구치로 교환되는 7∼10세에 많이 나타나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성인은 피로하고 스트레스가 심할 때 이를 가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가는 습관은 생각보다 치아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정상적으로 음식을 씹을 때보다 평균 2배 이상의 힘이 발생된다.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맞닿는 치아면을 교합면이라고 하는데, 이를 갈면 교합면이 접촉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따라서 치아의 표면이 닳고, 이때 생긴 미세한 치아가루가 마모제 역할을 해 치아가 더 빨리 닳는다.
“심하면 치아가 평평해져 씹는 기능이 떨어지고 어금니가 닳아 음식물이 쉽게 끼거나, 치아가 깨지기도 한다. 치아보철물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부러지거나 제자리에서 벗어나기 쉽고, 잇몸이 나빠 흔들리는 치아가 있을 때는 계속 자극해 잇몸질환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 모나리자치과 신경민 원장의 설명이다.
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밤새 이를 갈면 턱관절을 압박해서 아프게 하거나 근육을 피로하게 만들어 얼얼해진다. 이때는 씹거나 입을 벌릴 때 턱이 부드럽게 움직이지 못하거나 아프다.
만약 아침에 일어나서 턱을 움직일 때 불편하거나 통증이 있다면 이갈이 습관이 있는지 체크해 봐야 한다. 치아가 얼얼한 느낌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는 치과를 찾아 이갈이 습관으로 인해 치아가 어느 정도 심하게 닳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신경민 원장은 “이와 함께 평소 취미활동이나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빨리 털어내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보통 위아래 치아 사이에 끼우는 교합장치를 많이 사용한다. 치아를 본을 떠서 각자의 치아에 맞도록 만드는데, 주로 수면 중에 환자 스스로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다. 이갈이가 심하면 보톡스 주사로 턱 주위 근육 수축을 일정기간 동안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송은숙 건강 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모나리자치과 신경민 원장, 을지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이창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