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구로병원 송해룡 교수가 일리자로프 수술을 한 어린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사실 키가 너무 작으면 예민한 아이들은 마음까지 움츠러들 수 있는 만큼 아이의 키가 지나치게 작다면 “좀 지나면 크겠지” 하고 미루다가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토피나 스트레스 등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 치료하면서 키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보통 생후 1년까지의 성장속도는 18~25㎝로 그야말로 쑥쑥 자란다. 그러다가 1~2세 사이는 매년 10~13㎝가 자라고, 2세~사춘기 전까지는 1년에 5~6㎝, 사춘기부터 15~16세까지는 7~12㎝ 정도 자라는 것이 평균이다. 따라서 1년에 4㎝ 미만의 성장속도로 자라거나 3세 이후 평균보다 10㎝ 이상 키가 작은 아이라면 성장지연 정도를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키가 크는 데는 유전적 요인(부모의 키)이 20% 정도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나머지는 환경적인 요인인 만큼 좀 더 신경을 쓰면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편식 등으로 인한 영양 부족이나 질병의 유무, 운동 부족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또 스트레스도 빼놓을 수 없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줄어들어 키가 잘 안 자란다.
숨은 질병 때문에 키가 안 자란다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고대구로병원 왜소증클리닉 송해룡 교수는 “요즘 아이들에게 많은 아토피나 갑상선 기능저하증, 선천성 기형, 비타민 또는 미네랄 결핍 등의 질병이 있어도 키가 잘 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왜소증으로 양방클리닉을 찾았을 때의 주된 치료방법은 성장호르몬 주사와 일리자로프 수술이다. 성장호르몬치료는 원래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매년 5~6㎝씩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 경우는 치료대상이 아니다. 혈중 성장호르몬(GH) 농도나 인슐린양 성장인자(IGF)를 측정해서 성장호르몬결핍증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만 성장호르몬을 투여한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한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비만아동이면서 얼굴이 나이에 비해 어린 티가 있다. △나이에 비해 목소리가 앳되고 고음(소프라노)이다. △성기가 유난히 작거나 남아인 경우 성적 발달이 어딘지 미숙하다. △사고로 머리를 다친 적이 있거나 뇌막염 등 뇌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 △연간 평균 성장속도가 4㎝ 이하이며 뼈 나이가 또래보다 2년 이상 늦다.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면 1년 뒤 7~9㎝, 이듬해에는 6~7㎝ 정도 키가 자란다. 하지만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면 성장호르몬을 주사해도 치료 전과 비교해서 1년에 2㎝ 이상 자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치료시기를 놓쳐도 소용이 없다. 여자는 초경, 남자는 목소리의 변성이 오기 전에 치료해야 효과가 크다. 만약 손목이나 무릎, 어깨, 골반 등의 X-ray를 찍어 성장판이 이미 닫혔으면 성장호르몬의 주사하거나 운동을 해도 키가 클 수 없다.
정형외과에서는 뼈에 골절선을 만든 다음 하루에 1㎜씩 잡아당겨 키를 키우는 ‘일리자로프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원래는 키를 크게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사고로 뼈가 많이 부서지거나 없어진 경우, 골수염을 앓아 뼈가 녹거나 없어진 환자들에게 새로운 뼈를 만들어 내는 목적으로 개발된 방법이다. 송해룡 교수에 따르면 “일리자로프 수술은 다 자란 남성의 키가 155㎝, 여성이 150㎝ 이하일 경우에 고려 대상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연골무형성증인 경우에는 일리자로프 수술을 통해 키를 키우면서 팔다리를 반듯하게 교정할 수 있다. 18세인 H군의 경우 수술을 받은 후에 무려 16㎝나 자라기도 했다.
한방클리닉에서도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원인별로 치료방법이 조금씩 달라진다. 키우미한의원 손장수 원장은 “식욕부진 또는 소화·흡수력이 저하된 아이들이 가장 많다”며 “이때는 비위를 보해주고 따뜻하게 해주면서 식욕을 돋워주는 한약을 처방하면 키가 자라게 된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라면 면역력을 키워주는 한약으로 치료하고, 예민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잠을 깊이 못 자는 경우에는 심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처방을 쓰게 된다. 또 선천적으로 허약하고 근골이 약한 체질일 때는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는 약재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키를 키우는 비법이 있으면 좋으련만 사실 키를 크게 하는 데 특별한 왕도는 없다. 다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 없는 경우에는 고른 영양과 알맞은 운동, 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옛말에도 있는 것처럼 ‘잘 먹고, 잘 놀고, 잘 잘 때’ 키는 잘 크는 것이다.
△식습관=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미네랄 등의 5대 영양소는 성장을 위한 필수 성분들이다. 평소 반찬을 골고루 먹어 이들 영양소를 잘 섭취하되, 단백질 섭취에 신경을 쓴다. 성장기에 필요한 단백질의 양은 보통 성인의 경우보다 3배 정도 많다. 지방을 제거한 육류나 생선, 우유 등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면 좋다.
반면 당분이나 지방은 적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탄산음료, 과일주스 등으로 과도한 당분을 섭취하면 골격 형성을 방해하고, 축적된 피하지방은 여성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성장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햄버거나 피자, 치킨, 라면 등의 인스턴트식품도 마찬가지다. 인스턴트식품은 영양가는 적은 반면 칼로리가 많아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운동=규칙적으로 가볍게 뛰는 운동이 가장 좋다. 하루 약 20분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은 뇌하수체를 자극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줄넘기, 농구, 단거리 달리기, 체조,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등의 운동은 골관절 부위의 성장선을 자극해 성장을 촉진시킨다.
몸의 기둥인 척추와 다리뼈가 함께 자라는 것이 키. 그러나 척추보다는 다리가 길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롱다리’가 되는 데 가장 중요한 무릎에 자극을 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자기 전에 매일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10분 정도 하고 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관절에 무리가 갈 정도로 힘든 운동이나 역기 등 무거운 것을 드는 운동, 지나치게 오랜 시간 운동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수면=흔히 ‘아이들은 자면서 큰다’는 말을 한다.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이야기로, 성장기 아동의 성장은 잠과 깊은 관련이 있다. 성장호르몬은 대부분 잠자는 동안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며 그것도 깊은 잠을 잘 때 잘 분비되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은 가급적이면 10시 이전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성장호르몬 분비에 더욱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기타=지나친 다이어트를 삼간다. 요즘 소아비만이 늘어나면서 아이들도 다이어트를 많이 한다. 하지만 지나친 다이어트는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골격의 성장을 방해한다.
지나친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성장호르몬 분비 자체를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심하게는 성장 호르몬이 정상 수준의 3분의 1까지 줄어드는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자신의 체중보다 무거운 무게를 들거나 미는 것은 좋지 않다. 과도한 무게 때문에 뼈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성장판이 압박해 손상될 수 있다. 적당한 무게와 자극은 뼈를 강하게 만들지만 과중한 무게가 신체의 각 관절에 자극을 주면 득보다 실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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