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초콜릿을 건강식품으로 생각해 더 먹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초콜릿 전체에서 차지하는 폴리페놀의 양이 적고, 지나치게 단것을 즐기다 보면 비만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진짜 얼굴은 뭘까?
실제 초콜릿의 효능에 관한 긍정적인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코코아)에 폴리페놀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녹차, 포도주에도 들어있는 폴리페놀은 몸 안의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능력이 뛰어난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의대의 노먼 홀렌버그 교수는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폴리페놀이 많이 들어 있는 코코아 음료를 마시는 파나마의 큐나 인디언들의 심장마비·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파나마 일반 국민들보다 각각 10%와 20%가 낮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매일 초콜릿바 3분의 1개를 먹으면 혈압 강하 효과와 함께 질병에 걸려 사망할 위험이 50%까지 낮아진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네덜란드 바겐닌겐대학 영양역학자인 브리안 부이즈스 교수가 1985년부터 65세 이상의 남자 470명을 15년간 추적조사한 결과다. 부이즈스 교수는 “연구 결과 초콜릿 효능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고 밝히면서도 “너무 많은 초콜릿을 먹으면 심장병, 혈압 상승 등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고 밝혔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연구결과에 대해 “초콜릿의 한 가지 면만 부각시킨 연구결과를 너무 맹신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또 폴리페놀 등 일부 성분을 집중적으로 투여했을 때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면만 생각하고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 우려가 많다.
특히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간질성 방광염, 역류성 식도염, 불안장애, 편두통 등이 있는 경우에는 초콜릿을 먹으면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당뇨환자의 경우에는 갑작스런 저혈당증에 빠졌을 때 초콜릿을 먹으면 몸에 빠르게 흡수돼 저혈당 증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단순 당과 지방 함량이 높아 평소에 자주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혈당을 조절하지 못해 만성적인 고혈당이 되면 실명을 부르는 망막증이나 신부전증 등의 합병증으로 두고두고 고생하게 된다.
현재 시판중인 초콜릿에는 주원료인 카카오보다는 전지분유 등 지방이 훨씬 많이 들어있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단순히 지방함량뿐만 아니라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고지혈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나 간에 지방이 지나치게 많은 지방간인 경우에도 삼가는 것이 좋다.
카카오의 쓴맛을 달콤하게 만들기 위해 흰 설탕도 많이 들어간다. 함소아 여성 한의원 이혁재 원장은 “한방에서는 흰 설탕이 습담(濕痰)을 만들어 피부의 기혈 소통을 나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몸에 습기(수분)가 많아 체중이 나가는 사람이 초콜릿을 먹으면 더 소통이 나빠져서 변비, 비만을 되기 쉽다”고 조언했다.
설탕과 우유가 많이 들어갈수록 칼로리도 치솟게 된다. 밀크 초콜릿 50g은 밥 3분의 2 공기에 해당되는 200kcal 정도이고, 초콜릿바는 300kcal나 된다. 따라서 건강을 생각한다면 초콜릿을 먹을 때는 설탕, 지방이 적고 주원료 함량이 높은 어두운 색의 초콜릿을 먹는 게 낫다.
그렇다면 어떨 때 초콜릿을 먹는 게 좋을까. 흔히 초콜릿을 ‘사랑의 묘약’이라고 표현한다. “초콜릿 속의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화학물질 때문인데, 사랑에 빠졌을 때 대뇌에서 분비되는 화학 물질과 같이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 국내 쇼콜라티에(초콜릿 장인) 1호인 수원여대 제과제빵과 김성미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사랑의 대상을 잃고 실연에 빠질 때는 페닐에틸아민이 만들어지지 않아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진다.
참고로 성관계에서 오르가슴을 느낄 때 페닐에틸아민 농도는 최고치가 된다. ‘초콜릿이 섹스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전혀 낭설은 아닌 셈이다. 카카오를 처음 경작했던 아즈텍 문명의 한 황제는 잠자리 전에 코코아 음료를 50잔이나 마셨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 18세기 유럽에서는 초콜릿이 최음제로 알려져 국가적으로 금지되었던 적이 있다.
미량의 카페인이 중추신경을 자극하면 침체되어 있는 기분을 밝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약간 우울할 때는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초콜릿 성분 중의 하나인 데오브로민은 대뇌피질을 자극해 사고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콜릿을 입에 넣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단맛. 한방에서는 이 단맛이 몸 전체와 머리로 통하는 경락을 열어 기운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본다. 또한 뇌의 움직임을 활성화시켜 피로를 풀어주고, 신경을 부드러워진다.
그런가 하면 쓴맛은 심장과 관련이 깊다. 이혁재 원장에 따르면 단맛과 함께 느껴지는 쓴맛은 심장을 편하게 해주고, 심열(心熱)을 내려 심란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따라서 피로하거나 신경과민일 때, 지나친 스트레스 등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경우, 화가 나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때는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풀리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한결 도움이 된다. 특히 몸이 마르거나 열이 적은 사람에게 적합한 식품에 속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수원여대 제과제빵과 김성미 교수, 함소아 여성 한의원 이혁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