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능성 식물은 새집증후군을 퇴치하는 데 유용하다(왼쪽), 가스레인지 후드는 조리 전에 켜야 실내 오염을 줄일 수 있다. | ||
본격적인 이사철이 되면서 이씨처럼 새집증후군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예 새집에 들어가기가 두려워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를 전세 놓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사철을 앞두고 체크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새집의 실내 바닥재에 사용되는 접착제, 벽지나 페인트, 새 가구 등에서 유해물질이 뿜어 나오지는 않는지 꼼꼼히 체크해 보자.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한 뒤에 피부가 전보다 건조해져서 가렵고 두통이 잦다면? 눈이 따갑고 가렵거나 코가 막히는 증상으로 고생한다면? 이때는 새집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등의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경우에는 더 악화되기도 하고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이, 노인에게 증상이 더 심할 수 있다.
집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 지은 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새집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의 새학교증후군을 보이는가 하면, 최근에는 새 차에서도 인체에 유해한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었다는 보고가 나와 새차증후군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새집증후군의 주범은 포름알데히드와 벤젠·톨루엔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VOCs. 새집의 가구나 벽지, 페인트는 물론 청소용품, 세척용품 등이 유기화합물을 내뿜는다. 접착 물질이나 페인트의 안료 성분을 녹여서 쉽게 바를 수 있도록 해주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느린 속도로 증발해서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들 유해물질로부터 보다 안전할 수 있을까.
새집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을 줄이는 데는 자주 문을 열어두는 것이 가장 좋다. 환기를 잘 시키지 않으면 그만큼 오래 새집증후군으로 고생하게 된다.
청주대 환경학부 김문찬 교수는 “흔히 환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유해물질이 저절로 줄어들겠지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환기를 게을리하면 새집의 경우 약 6년 이상이 지나야 WHO의 실내공기 권고 수준이 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오래 간다.”고 경고했다.
창이나 출입문을 한지로 발랐던 과거의 한옥에서는 환기가 잘 돼 새집증후군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중 유리와 알루미늄 창틀로 완전히 밀폐돼 있다 보니 단열, 소음 차단 효과는 좋더라도 실내의 오염물질이 잘 배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새집에 입주했을 때는 충분한 환기를 통해 접착제와 페인트에 남아있던 휘발성 유기물질,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무기물질 등을 보다 빨리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새집으로 입주하기 한 달 전쯤에 보일러를 가동시켜 베이크 아웃(Bake-Out)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밖으로 통하는 문과 창문을 모두 닫고 실내온도를 35~40℃ 정도로 올려 6~10시간가량 유지시킨다. 이때 실내에 있는 가구의 문과 서랍을 열어야 한다. 그런 다음 문과 창문을 모두 열고 1~2시간 정도 환기를 시킨다. 이런 방법대로 1주일 정도 반복하면 유해물질이 더 많이 제거된다. 단 온도를 너무 높이면 마감재가 떨어질 염려가 있으므로 첫날은 23~25℃ 정도가 적당하다. 리모델링 후에도 베이크아웃을 해줘야 한다. 도배나 장판만 새로 했다면 시공 당일 하루만이라도 집을 비운 채 난방을 해준다.
숯도 도움이 된다. 처음 숯을 사용할 때는 물에 씻은 다음 햇볕에 바짝 말려서 종이로 싸지 않고 사용하는 게 좋다. 공기구멍이 커져서 공기정화 효과가 더욱 커진다. 또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정도 씻어서 말리면 언제든지 다시 사용이 가능하다.
새집증후군을 퇴치하는 효과가 있는 식물을 집안에 두는 것도 좋다. 식물에 따라 휘발성 유기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은 다르다. 예컨대 스파티필름은 아세톤은 잘 흡수하지만 자일렌에는 효과가 없다. 따라서 오염물질 종류에 따라 관련 식물을 고르면 더욱 좋다.
건국대 생명환경과학부 손기철 교수는 “포름알데히드에는 거베라·왜성대추나무야자·인도고무나무 등이, 이산화탄소엔 파키라·관음죽이, 질소화합물엔 벤자민·고무나무·스파티필름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대부분 집안이 건조하기 때문에 수분대사 작용이 활발한 것이 좋고, 실내는 빛이 약해 광합성을 잘하는 식물이 좋다. 이런 식물로는 파키라, 인도고무나무, 홍콩야자 등이 있다.
숲 속에 있는 것처럼 상쾌한 느낌을 주고 자율신경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음이온을 가장 많이 내뿜는 식물로는 산세비에리아를 꼽는다. 일본에서 산세비에리아가 다른 식물에 비해 30배의 음이온을 내뿜는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밤에 식물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걱정된다면 선인장이 제격이다. 선인장이나 산세비에리아같이 잎이 두꺼운 다육식물은 낮에는 수분 방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공을 닫고, 밤에만 열어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손기철 교수에 따르면 선인장류는 빛을 많이 받을수록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좋아지므로 낮에는 베란다에 내놓았다가 밤에 침실에 두면 좋다고 한다.
새집 & 헌집의 실내오염 주범 | ||
거실 마루바닥 | 포름알데히드·붕산염 | 두통, 눈 자극, 생식기능 저하 |
새 가구 | 접착제의 포름알데히드 | 두통, 눈 따가움, 불면증 |
소파와 카펫 | 집먼지진드기·곰팡이 ·염화메틸렌 | 호흡기질환, 피부자극, 아토피성 피부염 악화 |
욕실 구석 | 곰팡이·방향제 | 피로, 무력감, 기억력 저하, 두통 |
부엌 가스레인지 | 일산화탄소·질소화합물 | 기관지와 피부 자극, 두통 |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건국대 생명환경과학대 손기철 교수, 청주대 환경학부 김문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