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도정, “도민들 함께 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
큰 성과는 ‘도청이전’, 아쉬움은 ‘철옹성 같은 수도권 벽’
“초선 같은 6선 도지사로, 주춤거리지 않고 달릴 것”
김관용 경북도지사
[경북=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취임 10년 여전히 우리 앞에는 많은 역사적 책무가 놓여 져 있습니다. 남은 2년 길다 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한결 같은 각오와 자세로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하겠습니다. 초선 같은 6선 도지사로 주춤거리지 않고 달릴 것입니다”
<일요신문>은 “그 동안 열심히 달려왔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다”는 김관용 경북지사와 마주했다.
김 지사는 “정말 도민만 바라보고 정신없이 달려왔다. 지방의 사정을 너무 잘 알다보니 떠나지를 못했다. 하루 평균 300㎞, 도내 구석구석, 서울로 세계로 한결같이 ‘도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도지사’로 현장을 누볐다. 돌이켜 보면 많은 성취와 보람이 있었지만 아쉬움도 남는다”고 했다.
“이제 경북발전의 틀은 완성됐다“며, ”남은 기간 이를 구체화하는데 속도를 내겠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 에게 그간의 도정 성과와 향우 도정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관용 경북지사 일문일답.
- 전국 유일한 3선 광역단체장으로 10년 동안 도정을 이끌어 오셨습니다. 스스로 평가하시다면.
산업기반, 문화융성, 광역SOC, 농어업 경쟁력, 복지 등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분야에서 큰 변화의 바람이 몰아쳤다. 이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경북의 역동성과 능동성 덕분이라 생각한다. 동서남해안특별법, 도청이전특별법, 결혼중개업법 입법에 앞장서는 등 정부정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도했고, 대구경북, 영남권·영호남·동해권 시도지사협의회, 중부권정책협의회 등 다양한 광역협력 틀도 가동했다.
재임 중 대통령 18회 경북 방문이 말해주듯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대학, 기업, 언론, 시민사회 등과도 다양한 형태로 도정에 참여시킴으로써 거버넌스 체제를 통한 본격적인 협치의 시대를 열었다. 이 모두는 도민들께서 함께 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북도청 신청사
- 10년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을 해 내셨는데...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또 가장 큰 아쉬움이 있다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성과는 도청이전이다. 도청 이전은 단순한 청사건물만의 이전이 아니라 도읍을 옮기는 700년 역사의 대업이다.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어떻게 헤쳐 나왔나’싶을 정도다. 첫 출발에서부터 정치적인 유불리를 이유로 해내지 못할 일이라고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역사적 소명으로 받아 들여 기본과 원칙에 입각해 2008년 후보지를 결정했다. 후보지 결정 후에도 탈락 시군의 섭섭함, 경제사정 악화에 따른 LH외면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도민들의 에너지를 결집해 난관을 하나하나 헤쳐 나올 수 있었고, 7년이 넘게 준비한 끝에 마침내 대업을 완성했다.
가장 큰 아쉬움이 있다면 철옹성 같은 수도권의 벽이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주장하며 1천만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국회 앞에서 농성도 불사했다. 이번 신공항도 지방에 대한 인식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생존권 차원에서 투쟁했지만 한계를 느꼈다. 이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정무적 결단이 있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주거, 교육, 의료 등 신속한 정주여건 조성과 함께 유관기관단체 130곳 유치 및 조기이전을 목표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대구시 소재 도 산하기관 등 107개 기관단체가 이전을 희망하고 있어 신도시 초기 정착의 청신호로 보고 있다.
특화산업 육성을 통해 신도시의 자립기반을 확보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 백두대간을 비롯한 청정자연환경과 풍부한 생태자원을 활용해 생명산업 그린밸리를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여기에 바이오, 의료기기, 신소재 IT 융합 등 미래신산업을 유치하고 현재 추진 중인 경북바이오산업단지를 국가산단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이와 관련 국가백신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올 1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최종 통과해 2020년까지 국비 108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신도시 성장에 있어 혈관과도 같은 광역교통망 구축을 위해 올해부터 12조6000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으로 정비·확충하고 있다. 동서4축(상주~영덕간) 고속도로가 올해 말 완공예정이며, 수도권과 연결되는 동서5축(세종~신도청) 고속도로는 노선선정을 위한 사전조사 단계에 있다. 청량리와 신안동역사를 잇는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이 2020년 준공을 목표로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 본 사업이 완공되면 수도권까지 3시간 걸리던 것이 1시간 18분으로 크게 단축될 것이다. 서울~거제를 연결하는 중부내륙고속철도 사업 또한 1단계 구간(이천~충주)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예천공항의 활성화 방안 역시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다.”
- 도내 발전 전략은.
“4대 권역별 균형발전 전략을 가속화 해 나가겠다. 먼저 북부권은 생명·문화 중심의 신성장 거점으로 바이오, 백신클러스터, 고택·종택 등 전통과 자연에 기반한 문화관광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한다. 동해안권은 해양신산업 벨트로서 원자력, 가속기, R&D특구 조성과 영일항만, 북극항로 개척으로 유라시아 시대를 대비하는 항만물류 거점으로 육성하고, 서부권은 스마트 융복합 벨트로서 ICT융합, 탄소성형, 3D프린팅, 웨어러블 디바이스 산업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중심으로 대기업과 연계해 발전을 가속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부권은 창의지식서비스 산업벨트로서 경산의 지식산업 밸리와 기계부품단지, 영천의 항공산업특화단지(보잉사 MRO센터) 등을 특화해 첨단부품, 항공산업, 지식산업단지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결국 도청이전은 경북의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으로 향후에는 도전체가 골고루 발전하는 양분이 될 것이다.”
세네갈 대통령과 새마을조끼 입고 악수
-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 확대방안은.
이러한 기본방침을 가지고 그동안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비롯해 국제기구 관계자를 여러 차례 만났고, 지금은 UN과 함께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협력 모델로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원조사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11개국 30개 마을을 시범마을로 조성했고, 올해까지 15개국 42개 마을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부역량도 키우고 있는데, 영남대 새마을정책대학원에서 이론연구가 이뤄지고, 현장 지도자 훈련은 경운대가 맡아서 하고 있다. 대부분 실무는 새마을운동세계화재단이 맡고 있다. 관심 있는 기업들의 동참도 유도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대륙별 거점센터도 구축하고 있다. 아시아 거점은 인도네시아로 정해 지난해 9월 개소식을 가졌고, 서아프리카는 세네갈 대통령의 공식 초청으로 지난해 11월 현지를 직접 방문해 연구센터를 열었다. 올해는 동아프리카, 내년에는 중남미에도 거점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얼마 전 경주에서 열린 UN의 공식행사 UN NGO 컨퍼런스에 ‘새마을 특별세션’이 포함돼 UN으로부터 새마을운동이 시민교육과 개도국 농촌개발 대표모델임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UN, OECD 등 국제기구와 협력을 강화해 새마을운동이 지구촌 빈곤퇴치의 중심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신라·유교·가야 3대 문화의 본산인 경북도는 실크로드 프로젝트, 세계문화엑스포, 신라 왕궁 복원 등 대한민국 문화융성 정책을 선도하는 지역이다. 경북도에서 중점 추진하고 있는 문화정책은.
안동과 영주를 중심으로 하는 유교문화권은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을 꾸준히 개최하는 등 대한민국 인문·정신문화의 거점으로 조성하고 유교·선비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중국관광객 등 늘어나는 관광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고령·성주를 중심으로 하는 가야문화권은 대가야문화 복원사업과 대가야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이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시대다. 경북이 가진 장점인 전통문화를 콘텐츠로 만들어 활용하고 이것을 문화의 산업화로 연결하겠다. 경북은 지난해 신라호텔과 ‘수운잡방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영양군-홈플러스와 함께 ‘음식디미방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하는 등 종가음식의 상품화와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전통문화 스토리를 통해 경제적 부를 창출하고 있다. 실경뮤지컬 왕의나라, 부용지애, 애니메이션 엄마까투리 등은 전통문화 콘텐츠의 가능성과 경쟁력을 확인시켜 주었다.
앞으로의 문화정책은 작은 영화관, 작은 도서관, 찾아가는 음악회 등 소규모 주민 밀착형으로 추진하고, 우리가 가진 역사자원과 생태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보고 듣는 관광에서 체험·레저 위주로 육성해갈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경북도청 신청사 개청식
- 도청 이전으로 경북의 광역 협력 틀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광역 협력의 새 틀은 어떻게 짜고 있나.
지난 6월21일 대전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략구상과 정책을 연결고리로 해서 탄생한 초광역 협의체 ‘중부권 정책협의회’가 공식 출범했다. ‘한반도 허리 경제권’이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영남과 호남, 충청, 강원까지 뭉친 협의회 출범으로 국가발전 전략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초광역 협력의 새로운 지도가 탄생된 것이다.
경북의 외연이 엄청 넓어졌다. 동남권과 영남권에 안주하지 않고 국토의 중심부로 진출해 경북의 역할을 당당히 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진 것이다. 앞으로 중부권 정책협의회는 수도권과 남부경제권을 잇고, 환동해와 환서해 경제가 융합하는 동시에 신라‧백제‧유교‧중원 문화권이 서로 소통하는 길을 열어 갈 것이다. 경북도는 이번 협의체 출범을 계기로 국토균형발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해 나가는 중심적인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다.
대구경북 상생발전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도청 이전과 맞물려 대구경북의 상생협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도청이전은 대구경북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대구, 구미, 포항의 삼륜구동에서 안동이 추가돼 사륜구동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하나 더 갖게 돼 대구경북의 전체 파이가 커졌다. 추진 중인 공동 현안들을 변함없이 종조해 큰 틀에서 멀리 보고 함께 갈 것이다.“
- 우리나라 지방분권의 현주소와 발전 방안에 대한 견해는.
이제 지방의 역량을 믿고 이양할 것은 과감하게 이양하고 대신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3대 아젠다인 분권, 재정, 균형을 함께 풀어내야 한다. 자치조직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대하고 지방재정 확충과 재정자주권을 강화해야 한다. 국세에 대한 지방세 비율을 높이고 복지 등 국가사업은 국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균형발전도 절박하다.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갈수록 심회되고 있는 만큼 수도권 규제완화를 논의하기 전에 획기적인 지방발전대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크게 5가지 방향에서 도정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허리 경제권의 산업벨트 구축, 문화소통, 산업 대동맥 구축 등을 통해 한반도 허리 경제권 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
환동해 핵심 SOC 구축, 북방경제권 육성, 관광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동해안 바다시대를 열어 나가겠다. 2017년 호찌민 문화엑스포 등 문화실크로드 추진, 세계유산 등재 확대 등 전통문화유산을 재창조해 문화융성 세계화에 앞장서겠다. 권역별 발전전략을 빠르게 구체화하고 낙후지역개발 특별대책 추진 등 균형발전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 시대를 앞당기겠다.
마지막으로 상생발전형 광역 도로․철도망 구축, 공항 활성화, 영일만항 물류거점 항만육성, 북극항로 전진기지 개척 등을 통해 田자형 국토교통망 완선을 위한 신규 SOC에 주력하겠다.”
“도정과 국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관선 때와는 달리 민선 자치는 정책기능이 매우 커졌다. 단순한 중앙정부 정책집행이 아니라 직접 정책을 생산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방이 정책을 주도하고, 지방정책이 중앙정책화 되기도 하는 것이다. 시도민들은 지방사무, 국가사무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에 대해 시도지사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시도지사들이 대선주자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다. 시도정 경험이 국가운영에 유리하다고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이는 당연한 것이다.
아직은 중앙 정치 도전에 대해 도정에 전념하느라 깊게 생각 안 해봤다. 더구나 지금은 신공항으로 대구경북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일을 하든 ‘기본’에 충실하면서 ‘믿음’을 끝까지 지켜 나가겠다.”
김관용 지사는 한국 지방자치의 산증인이다.
그는 1995년 민선 1기 구미시장에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이어 2006년 처음 출마한 경북지사 선거에서 당선됐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김 지사는 1995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뒤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다. 국내 유일의 현직 6선 지자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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