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막히거나 콧물, 재채기 같은 증상이 나타나 ‘여름감기’로 오해하고 약국을 찾아 감기약을 사먹기도 한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감기와 달리 냉방병은 기침, 콧물은 나와도 열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지나친 냉방에 계속 노출되면 열의 발산을 막기 위해서 말초혈관이 수축, 이로 인해 손발이나 얼굴이 붓기 쉽다. 손실되는 열을 보충하기 위해 몸 안에서 계속 열을 생산하느라 피로나 권태감, 졸음이 쏟아진다. 여성들은 몸이 차가워져서 생리불순을 일으키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이나 호텔처럼 너무 시원한 환경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냉방된 실내와 실외의 기온차가 클수록 우리 몸이 적응하는 데 더 시간이 걸린다. 다행히 냉방병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냉방기구의 사용을 줄이면 며칠 내에 좋아진다. 하지만 증상이 심할 때는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냉방병을 멀리하려면 무엇보다 지나친 냉방을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가능하면 에어컨 사용시간을 줄이되, 틀 때는 실내외의 온도차이가 5~8℃가 넘지 않도록 한다. 실내온도 23~25℃를 유지하며 1시간마다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는 것이 좋다. 드물긴 하지만 레지오넬라균의 감염을 막으려면 2주에 한 번은 에어컨 필터를 깨끗이 청소한다.
냉방이 잘 되는 곳에서 일한다면 소매가 긴 옷을 준비해서 서늘하다 싶을 때 입는다. 샌들을 신는 여성은 양말을 준비했다가 신고, 생리불순이나 목·어깨의 통증이 심할 때는 겨울철에 주로 쓰는 손난로를 대주면 효과적이다. 5분 정도 대주면 냉기가 사라져서 통증이 멎는다.
또 에어컨을 오래 틀면 실내가 건조해지므로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셔서 수분을 잘 섭취하는 게 좋다. 유준현 교수는 “그렇지 않으면 코나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져 세균 등의 불순물을 거르지 못해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를 달고 살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과로, 과음, 흡연 등은 멀리할수록 좋다. 똑같이 에어컨을 틀어놓은 사무실에서 일해도 누구는 냉방병에 걸리고, 누구는 걸리지 않는 것은 바로 면역력의 차이 때문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