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폰을 수시로 착용하거나 과로·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젊은 층 사이에 난청 환자가 늘고 있다. 사진은 방음실에서 청력검사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미래이비인후과 | ||
이런 사실을 모른 채 MP3나 CDP, DMB, PMP 등을 쓰는 습관을 그대로 두면 나이는 20대인데도 불구하고 40~50대의 청력을 갖게 되거나 심해지면 난청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은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이 TV 소리가 너무 크다고 하거나, 대화 중에 자꾸 자신의 말소리가 너무 크다는 핀잔을 자주 듣는다면 이미 난청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청력나이는 몇 살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건강한 청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소음이 많은 건설 현장에서 10여 년 이상 일해 온 40대 중반의 H 씨는 얼마 전, 사람들의 이야기를 못 알아듣는 것은 물론 밤에 귀가 울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몇 가지 검사를 받은 후에 나온 결과는 소음성 난청. 오른쪽 귀 45㏈(데시벨), 왼쪽 귀 55㏈의 난청으로 이명 재활치료를 하고 보청기를 사용해야 하는 단계라고 했다.
H 씨처럼 업무상 시끄러운 환경에 오랜 기간 노출되는 경우에는 자칫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청력이 손실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그대로 두면 소음성 난청이 된다. 소음 때문에 귀속에 있는 소리전달 기관인 달팽이관의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갑자기 폭발음 같은 큰 소음을 가까이에서 들어도 마찬가지다.
심하지 않더라도 일단 난청이 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업무 효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또 어지럼증이나 전신피로, 수면장애 외에 불안감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소음과 관련이 없는 일을 하더라도 MP3나 DMB, PMP 같은 개인용 휴대기기의 발달로 이어폰, 헤드폰을 많이 사용하는 젊은 층에서도 소음성 난청이 생기기 쉽다.
보통 하루에 85㏈ 수준의 소음에 8시간 동안 노출되면 청력 손실을 입을 위험이 있다. 그런데 MP3, CDP의 소음 수준은 85㏈을 웃돈다. 특히 지하철처럼 시끄러운 곳에서 음악을 즐기려면 100㏈에 가까워지는데, 이때는 음악을 듣는 시간이 15분을 넘지 않아야만 청력 손실을 막을 수 있다. 폭발음 같은 120㏈ 이상의 소리라면 아주 잠깐만 노출돼도 심한 청력 손상이 우려된다.
그래서 프랑스처럼 휴대용 음향기기의 최대 볼륨이 100㏈을 넘지 못하게 하는 법을 제정한 나라도 있다. 미국의 애플사는 자사 MP3의 최대 볼륨의 크기를 제한하는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기도 했다.
젊은 층에 흔한 또 다른 난청은 돌발성 난청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과로, 스트레스가 많거나 감기 후에 바이러스가 청신경을 침범하여 난청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인 활동이 많은 연령에서 많이 나타난다. 전에는 40~50대 환자가 많았지만 요즘은 30대 이하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돌발성 난청은 말 그대로 갑자기 귀가 들리지 않게 되는데 현기증, 구토 증상을 함께 보이기도 한다. 보통 한쪽 귀에서만 증상이 나타나고, 주초나 주말에 자주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보통 입원치료를 하는데, 스테로이드와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치료를 하면 30~40%는 회복된다. “하지만 30% 정도는 거의 회복이 되지 않아 보청기 사용을 고려하게 된다. 이런 증상을 보일 때는 미루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미래이비인후과 송병호 원장의 설명이다.
보청기를 착용할 때는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에 고르는 것이 좋다. 마음대로 구입해서 사용하다가는 귓구멍에 맞지 않거나 난청 정도에 맞게 조절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간단하게 자신의 청력나이를 체크해 보고 싶다면 고음(고주파음)을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주로 고음을 잘 듣지 못하는 만큼 고음의 벨소리가 잘 들린다면 청력 나이가 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가 이런 원리를 이용한 청력연령 측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먼저 10초간 높이와 진폭이 다른 9개의 소리를 나눠 들려준 뒤 그 중 소리가 들린 횟수에 따라 귀의 나이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연구소 홈페이지(sorilab.com)에서 소리파일을 무료로 다운받아 미디어플레이어로 실행시키면 청력 나이 계산이 가능하다.
유럽과 미국에서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틴(Teen)벨’ 서비스도 바로 고주파음을 이용한 것이다. 10대들만 들을 수 있는 17000~18000㎐의 고주파음으로 휴대폰 벨소리를 만들어 수업 중에 벨이 울려도 30대 이상의 어른들은 벨소리를 듣지 못한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20~20000㎐.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약해져서 점차 고주파음을 못 듣게 된다. 예를 들어 50대는 12000㎐, 40대는 14000㎐, 30대는 16000㎐, 20대는 18000㎐ 이상은 못 듣게 된다.
청각기능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고주파음을 잘 듣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의 귀 고막에는 청신경전달계인 달팽이관이 연결되어 있는데, 그 입구에서 고주파를 감지하고 점차 안쪽으로 갈수록 저주파를 감지한다.
나이가 들수록 고주파음을 못 듣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문제는 소음을 많이 듣거나 또는 이어폰, 헤드폰 등을 통해 큰 소리를 많이 듣게 되면, 달팽이관 입구의 신경세포가 손상을 입어 고주파음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빨리 못 듣게 된다는 점이다.
배명진 교수는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연령층이 2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16000㎐ 이상의 소리를 듣는 사람은 30%에 불과했고, 30대가 듣는 14000㎐ 이상을 듣는 학생도 70%였다”고 밝혔다.
만약 자신의 청력나이가 너무 많게 나왔다면 지금부터라도 건강한 청력을 유지하는 데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장시간 음악을 큰 소리로 듣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지하철처럼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키우게 되는 만큼 듣지 않는 편이 낫다.
업무상 피할 수 없는 소음이라면 반드시 귀마개 등의 청력을 보호해주는 장구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귀마개를 착용하면 소리를 30~40㏈까지 차단할 수 있다. 또 “소음이 심한 곳에서 일하거나 자주 간다면 주기적으로 청력을 검사해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 송병호 원장의 조언이다.
평소의 건강관리도 중요하다. 지나친 과로, 스트레스를 피하고 신체의 면역력을 유지하면 돌발성 난청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귀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도 주의한다. 스트렙토마이신이나 겐타마이신 등의 항생제를 장기간 맞으면 청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귀의 이상을 알려주는 증상을 무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면 청력손실이 오기 전에 귀가 울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작은 증상이라도 무시하지 않고 검사를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력손실 자가진단
청력손실은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일상생활에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청력손실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여러 항목에 해당될수록 청력손실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크다.
1.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무슨 말인지 놓쳐서 “다시 한 번 말해 달라”고 부탁하거나 남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2. 대화 도중 상대방이 “왜 그렇게 크게 말하느냐?”고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
3. 조금만 시끄러운 곳에 가도 말을 알아듣기가 힘들다.
4. 다른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웅웅거리는 것처럼 들린다.
5. 텔레비전을 볼 때 자신은 적당한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이 텔레비전 소리가 너무 크다고 불평한다.
6. 텔레비전을 보기 싫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기는 더욱 싫다.
7. 전화 통화를 할 때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다.
8. 두 사람 이상이 동시에 이야기를 하면 혼란스럽다.
9. 여자나 어린이의 말을 더 못 알아듣는다.
10. 귀가 울리는 이명증상이 있다.
자료제공=미래이비인후과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미래이비인후과 송병호 원장,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