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을 부리는 막바지 여름 더위 때문인지 제출해야 될 보고서나 약속을 깜빡하는 바람에 난감한 경우가 자주 있다면? 날씨 탓만 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두뇌 노화를 막는 데 보다 관심을 기울여 보자.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가벼운 건망증 즉, 당장은 깜빡 생각이 안 나다가도 나중에 생각해낼 수 있는 건망증이라면 일이 지나치게 많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시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이러다 치매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과도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너무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김원 교수는 “건망증의 원인인 과도한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고 술, 담배를 가까이할수록 두뇌 노화가 촉진된다”고 경고했다. 물론 두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나빠져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약해진다.
보통 우리의 두뇌는 절정기인 20대를 넘어서면서부터 노화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30대까지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40대 이후가 되면 뇌기능의 노화가 급격히 진행된다. 노화로 인해 늘어나는 활성산소 때문에 뇌세포가 파괴되고, 뇌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수상돌기가 줄어드는 것과 함께 신경전달물질이 적게 분비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억력과 집중력, 업무능력 등이 떨어진다.
한 가지, 두뇌 노화속도는 어느 정도 개인차가 있어서 사람에 따라 좀 더 빠르거나 느릴 수 있다. 아직 젊고 뇌기능이 좋을 때부터 뇌세포 손상을 줄이는 생활을 하면 뇌의 노화가 지연된다는 이야기다. 이미 뇌기능이 같은 나이에 비해 떨어져 있는 사람이라도 뇌기능이 좋아지는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면 효과가 있다.
노화 부르는 5가지 습관
그렇다면 평소 일상생활에서 두뇌의 노화를 촉진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다.
□스트레스=꼭 누군가에게 화를 내거나 큰 충격을 받지 않더라도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일에 대한 과도한 부담, 쓸데없는 걱정 등이 모두 정신적인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억력, 학습능력에 관여하는 축색돌기와 수상돌기의 활동이 위축되고 활성산소가 많아져서 뇌세포를 파괴한다. 또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티졸’이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코티졸 수치가 며칠만 높아도 단기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과음=술자리를 마다 않는 애주가라면 뇌의 전두엽이 위축돼 기억력, 업무능력이 떨어지기 쉽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인 경우에는 정상인에 비해 뇌의 활동영역이 훨씬 줄어들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적당한 음주는 혈액순환을 도와 기억력 저하를 막는다. ‘적당한’의 기준은 아무리 많아도 하루 1~4잔 이내여야 한다. 적당히 마실 수 없다면 아예 마시지 않는 게 낫다.
□흡연=담배도 뇌에는 치명적이다. 담배를 피우면 뇌혈관이 수축돼 뇌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하고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산소 공급을 차단해 뇌세포 손상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뇌는 산소 결핍에 가장 민감한 장기다. 뿐만 아니라 담배가 타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유해물질과 활성산소가 직·간접적으로 뇌세포를 손상시킨다.
□성인병=고혈압이나 동맥경화증, 심장병 등의 혈관질환은 뇌로 가는 혈액순환을 저하시켜 뇌기능을 떨어뜨린다. 당뇨병도 혈관을 손상시켜 뇌기능의 노화를 촉진시킨다.
□대인관계=연구에 따르면 평생 독신이었던 사람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나 사망률이 높다고 한다. 그만큼 긴밀한 인간관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두뇌 건강도 마찬가지다.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사람들과 교류가 적을수록 두뇌가 빨리 노화된다.
노화 늦추는 7가지 방법
△스트레스는 바로 해결한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는 계속 책상 앞에서 끙끙대기보다는 잠깐이라도 가벼운 산책, 운동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다시 부딪치면 의외로 쉽게 해결책이 떠오르거나 스트레스를 잠시 제쳐두고 대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잠깐의 휴식이 뇌에 활력을 주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밤에 잘 자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기억력이 좋아진다. 잠을 잘 잤을 때 뇌세포 사이의 연결 상태가 더욱 강해진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항산화 영양소는 충분히
뇌를 노화시키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려면 항산화 성분이 많은 야채, 과일을 많이 먹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콩에 많은 레시틴은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 있는 아세틸콜린이라는 물질의 감소를 막아준다.
대표적인 항산화 영양소는 수용성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비타민 C와 지용성 활성산소를 잡아내는 비타민 E, 카로티노이드다. 비타민 C는 야채나 과일에 많고 E는 견과류나 녹황색채소·과일·식물성 지방에, 카로티노이드는 녹황색 야채나 해조류에 풍부하다. 양파나 브로콜리에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 녹차나 차에 있는 카테킨도 항산화 성분이고 시금치와 브로콜리에는 글루타치온 같은 항산화 성분이 있다. 또 셀레늄, 크롬, 아연 같은 미네랄도 항산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질 좋은 지방을 섭취한다
등 푸른 생선에 특히 많은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면 두뇌 노화방지에 좋다.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들어간 고등어·장어·연어·참치·멸치 등을 자주 먹거나 건강보조식품을 이용하면 간편하다.
반대로 두뇌를 노화시키는 식습관도 있다. 김원 교수는 “혈관을 노화시키는 포화지방산이 많은 육류를 지나치게 좋아하거나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두뇌의 활동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물을 많이 마신다
체내에 수분과 산소가 부족해지면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고 혈류가 건강하지 못하면 뇌 기능도 활발하지 못하게 된다. 하루 1.5~2ℓ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유산소 운동을 한다
적당한 운동은 대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별히 하는 운동이 없다면 가벼운 걷기나 산책만으로도 좋다. 특히 맨발로 5분 정도만 걸어도 피부를 통해 뇌간망양체가 자극, 기분을 좋게 해주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걷기 외에도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테니스, 에어로빅, 배드민턴 등 유산소 운동을 하나 꾸준히 하면 좋다. 혈액순환을 좋아지면 뇌에 산소와 영양이 잘 공급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 또 노화를 방지하는 호르몬인 엔도르핀을 많이 분비될 뿐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시냅스의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성인병을 잘 관리한다
을지대학병원 신경과 윤수진 교수는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 당뇨 등의 질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오래 방치하면 뇌혈관 질환의 위험에 걸릴 위험이 크다”며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만큼 이런 질병이 있거나 위험군에 속하는 경우에는 정기검진을 받으면서 잘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흡연자라면 금연을 해야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지혈증이라면 식이요법과 운동을 기본으로 필요하다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지적 활동을 한다
몸을 움직이는 것 못지않게 두뇌에 자극을 주는 활동도 중요하다. 동호회 활동 등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좋다. 머리를 쓰는 게임이나 퀴즈 풀기, 독서, 바둑 등도 좋은 지적 활동이다. 특히 프로 바둑기사들의 수명이 긴 것도 바둑이 뇌의 노화를 막아 장수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DHA…뇌세포의 구성성분이며 기억,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 참치, 고등어, 정어리 등의 등 푸른 생선에 특히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B…비타민B가 부족하면 사고력이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B1이 부족하면 기억력은 물론 집중력이 떨어진다. 현미·보리쌀·감자·시금치·셀러리·우엉·간·쇠고기·돼지고기· 콩 등에 비타민B가 많다.
★비타민C…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뇌신경의 흥분과 억제를 조절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야채와 과일에 많지만 콩나물·양배추·브로콜리 등의 야채, 사과·토마토·감귤류 등에 풍부하다.
★비타민E…비타민E가 부족해도 기억력이 저하된다. 비타민E는 아몬드·땅콩·호두 등의 견과류와 식물성 지방에 풍부하다.
★철분…체내에서 헤모글로빈을 생성, 산소 운반을 돕는 만큼 두뇌 활동에도 꼭 필요하다. 소나 닭의 간, 육류에 많다.
★셀레늄…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미네랄 중 하나. 고등어 같은 등 푸른 생선이나 굴·마늘· 양파·깨·버섯·콩 등에 많다.
★코엔자임…역시 항산화 성분으로 등 푸른 생선·쇠고기·돼지고기 등의 육류·달걀 등에 많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김원 교수, 을지대학병원 신경과 윤수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