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웰빙 식품이다. 미국의 건강잡지는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김치를 꼽기도 했다. | ||
김치뿐만 아니라 매일같이 밥상에 오르는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의 발효식품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웰빙식품으로 꼽힌다. 성인병 예방에서부터 노화 방지, 면역력 증가 등의 효과가 속속 밝혀지고 있는 발효식품 건강학을 알아본다.
세계인의 장수비결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발효식품. 일본의 오키나와에서는 ‘낫토’라고 불리는 생청국장을 즐겨 먹고 불가리아에서는 요구르트, 중국 모쏘족은 돼지고기를 발효시킨 ‘쭈포러우’라는 식품을 즐겨 먹는다.
우리나라의 발효식품 중 대표주자는 단연 김치. 미국의 건강잡지 <헬스>는 지난해에 올리브유, 요구르트 등과 함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뽑기도 했다.
잘 숙성된 김치에는 무려 1g당 1억~8억 마리나 되는 유산균이 증식, 여러 가지 이로운 작용을 한다. 우선 장에서 유익균의 발육을 돕고, 부패 세균이나 병원균, 식중독균 등 해로운 세균을 억제하는 정장작용을 한다. 유익균은 나이가 들면서 비율이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유해균이 장내에서 발암물질을 생성하는 것을 억제해 대장암을 예방하고, 위암의 주범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도 죽인다. 변비 예방, 피부 미용 등의 효과도 뛰어나다.
그렇다면 김치의 유산균이 과연 위에서 만들어지는 강산성의 위산을 피해 장까지 안전하게 도달할까. 대답은 “Yes”. 보통 밥과 함께 김치를 먹는 만큼 빈 속에 마시는 요구르트보다 위산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소금이나 젓갈을 많이 넣어 짜게 담근 김치는 피한다. 젓갈은 단백질, 칼슘 등이 풍부한 발효식품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짜게 먹으면 위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배추나 무를 절이는 소금물의 염도는 9~12%가 적당하다. 이때 소금은 정제염보다 죽염이나 구운 소금, 간수를 뺀 천일염이 쓰는 것이 낫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는 “실험 결과 죽염으로 담근 김치의 경우 위암 세포를 66% 억제한 반면 천일염은 47%, 정제염 김치는 30% 정도 억제하는 데 그쳤다”며 “죽염, 구운 소금은 굽는 과정에서 중금속 등의 나쁜 성분이 날아가고 좋은 성분만 남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군내가 날 정도로 너무 신 김치도 피하는 게 좋다. 위암 발암물질인 니트로스아민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치는 5℃에서 3주 정도 숙성시킨 상태, 즉 pH 4.2 정도일 때가 가장 맛있고 영양도 높다. 김치를 익힐 때는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해야 맛있게 익는다. 한 포기씩 차곡차곡 눌러서 담은 뒤에 겉잎으로 싸서 뚜껑을 꼭 닫는다.
김치와 함께 매끼 밥상에 빠지지 않는 것이 콩으로 만든 된장이나 청국장, 고추장, 간장 등의 장류 발효식품이다. 흔히 다른 요리의 맛을 내는 양념 정도로만 여기기 쉽지만 효능을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된장의 경우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 사람에게 부족하기 쉬운 라이신이라는 필수아미노산의 보고. 몸에 좋은 콩의 성분에 발효과정에서 생겨난 기능성 물질로 인해 콜레스테롤 저하, 고혈압·치매 예방, 노화방지, 항암작용을 한다. 실제로 된장국을 매일 먹는 사람이 위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거나 실험용 쥐에게 암세포를 주입한 뒤 된장을 먹였더니 그렇지 않은 쥐보다 암 조직의 무게가 최고 80%나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된장에 비해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 청국장. 예전에는 보글보글 끓여서 주로 먹었지만 요즘은 끓이면 미생물과 효소가 파괴된다고 해서 생청국장이 더욱 인기다. 일본에서도 우리의 생청국장과 같은 낫토를 주로 간장, 겨자 등으로 양념해서 달걀노른자 참기름 참깨 마늘 파 김 등을 넣고 비벼 먹는다.
그러나 협심증이나 부정맥, 심근경색, 심장판막증 등으로 혈전방지제를 복용 중인 사람이라면 청국장을 자주 먹거나 청국장 가루, 환 같은 건강보조식품을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한다. 다른 식품보다 5배 이상 많이 들어 있는 비타민 K 때문이다. 비타민 K는 혈액응고 물질로 지나치게 섭취하면 혈전방지제의 효능을 떨어뜨리게 된다.
메주가루에 찹쌀, 고춧가루 등을 넣어 만드는 고추장도 된장 못지않게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B2·C, 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체지방을 줄여 다이어트에 좋고 항염·항암효과도 있다. 캡사이신 성분은 고춧가루보다 발효시킨 고추장에 더욱 많다.
박건영 교수팀이 30일간 고지방 음식을 먹여 체중이 143g에서 287.4g으로 늘어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고지방 음식에 된장을 10% 추가해 먹인 쥐는 246.9g으로 줄었다. 된장과 고추장을 섞은 쌈장을 10% 추가해 먹인 쥐는 258g, 고추장을 10% 추가한 쥐는 263.1g, 일반 음식을 먹인 쥐는 269.2g의 무게를 보였다.
간의 콜레스테롤 함량도 고지방 음식만 먹은 쥐는 66.3㎎/㎗였으나 된장을 추가하면 48.4㎎으로 줄어들고, 쌈장과 고추장을 추가하면 50㎎과 54.2㎎으로 줄었다.
박건영 교수는 “된장의 주원료인 콩은 발효과정에서 펩타이드로 분해된 뒤 아미노산으로 쪼개지는데, 이 때문에 항비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참고로 김치의 경우에는 백김치가 일반 김치보다 비만을 억제하는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장을 담그는 시기는 음력 정월. 사먹는 된장, 간장이 아니라 올해는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다소 번거롭더라도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먹을거리를 직접 마련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유기농 식품점 등을 통해 메주, 옹기를 구해 아파트에서도 얼마든지 된장, 간장 담그기에 도전해볼 수 있다.
발효식품이 좋은 이유
발효식품이 좋은 것은 발효과정에서 미생물의 작용으로 식품 본래의 단백질, 탄수화물,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외에도 수많은 유익균, 생리활성 물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재료로 사용된 식품을 그냥 먹었을 때보다 소화흡수가 잘 되는 것은 물론 성인병 예방, 노화방지, 항암효과 등을 두루 발휘하게 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