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화, 면역체계 이상, 나쁜 자세 등으로 인해 관절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힘찬병원 윤경환 과장이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오른쪽). | ||
따라서 젊다고 무조건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젊더라도 관절건강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오래오래 관절을 건강하게 쓸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관절건강 수칙을 알아본다.
우리 몸에 있는 관절은 모두 100여 개. 문제를 잘 일으키는 부위는 사용빈도가 높은 무릎과 척추, 어깨, 엉덩이관절, 손가락, 발가락 등이다. 관절 하면 단순히 뼈와 뼈가 맞닿은 부위로만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크게 여섯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흔히 물렁뼈라고 부르는 연골을 비롯해 근육, 힘줄, 인대, 활액낭, 점액낭이 그것이다. 이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 바로 관절염이다.
그렇다면 관절염을 일으키는 주범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노화나 외상, 스트레스, 세균, 바이러스, 면역체계 이상 등이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노화로 인해 관절 연골이 닳으면 퇴행성관절염(골관절염)이 생기고,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류머티스 관절염이 나타나기 쉽다. 하지만 평소 이런 위험요인을 줄이는 습관을 들이면 120여 종류에 달하는 여러 가지 관절염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는 없더라도 관절의 노화를 늦추고, 관절건강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우선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취하면 일부 관절이 계속 압박을 받는다. 이때는 관절이 뻣뻣해져서 약한 자극만 받아도 손상되기 쉽다. 따라서 업무상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경우에는 틈틈이 자세를 바꾸어 주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서서 일할 때는 한쪽 발에만 체중이 실리지 않도록 받침대를 두고 발을 교대로 올리면 좋다. 계속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서류를 보는 경우에도 수시로 목을 돌려주고 어깨를 펴줘야 한다.
나쁜 자세도 피한다. 나쁜 자세를 자꾸 취하다 보면 관절의 연결 조직이 늘어나거나 관절 변형까지 부를 수 있다. 여성들의 경우 남성보다 관절이 더 작고, 갱년기 이후에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 연골이 약해지는 만큼 더욱 주의해야 한다. 무릎을 꿇고 쪼그려 앉으면 체중이 더 많이 실리고, 엎드려서 걸레질을 하는 습관도 무릎 관절을 빨리 닳게 만든다. 빨래를 할 때도 쪼그려 앉아서 하지 말고 세면대에서 서서 하는 게 낫다. 아니면 간이의자에 앉아 다리를 편 상태에서 한다. 청소도 손으로 구석구석 닦는 것보다 조금 덜 닦이더라도 봉이 달린 대걸레를 이용하도록 한다.
신발 선택도 중요하다. 남성들이 작은 키를 감추기 위해 신는 키높이 구두, 여성들의 하이힐처럼 굽이 높은 신발은 관절에 무리를 주기 마련이다. 지금 당장은 키가 커져서 자신감이 생길지 몰라도 나이 들면 관절 때문에 고생하게 된다. 많이 걸어야 하는 직업이라면 더욱 편한 신발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굽이 너무 없어도 안 된다. 몸무게가 주는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관절에 나쁘기 때문이다. 2~4㎝ 정도의 굽이 적당하다. 신발 바닥 두께도 너무 얇은 것보다는 적당히 두꺼운 것이 좋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 셋 중 둘은 비만일 정도로 비만은 퇴행성관절염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몸무게가 늘어나면 무릎에 전달되는 압력은 단순히 늘어난 체중만큼이 아니라 늘어난 체중의 4~7배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전신의 건강은 물론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 관절건강을 지킬 수 있다.
관절염 중에서도 특히 통증이 극심한 통풍 역시 비만인 경우에 더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년 남성에게 많이 생기는 통풍은 소변과 함께 배출되어야 할 요산이 몸 안에 쌓여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비만 외에도 술을 많이 마시거나 가족 중에 통풍환자가 있는 경우, 이뇨제·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에 통풍 발병률이 높다.
운동도 잘못 하면 넘어지거나 다치면서 관절질환이 생기기 쉽다. 준비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공을 차거나 점프를 했다 착지를 하는 등의 간단한 동작도 무릎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관절을 생각한다면 조깅, 마라톤보다는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걷기, 약간 빨리 걷기가 낫다. 그것도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렵다면 스트레칭으로 관절의 운동범위를 늘려준다.
관절이 안 좋더라도 가벼운 운동을 해야 관절이 튼튼해진다. 무릎이 아프고 쑤신다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더 근육이 약해지고 관절이 굳어버린다. 목동 힘찬병원 윤경환 과장은 “관절염 초기라면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속도로 1주일에 3~4일, 1회 30분 정도로 걸으면 좋다”며 “처음부터 30분 동안 걷기가 어려우면 처음에는 10분 정도 걷다 잠시 쉬고 다시 걷기를 반복해 차츰 시간을 늘려나가라”고 조언했다.
문제는 자신이 초기 관절염인데도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만약 무릎 관절이나 그 주위가 계속 아프거나 무릎을 움직일 때 소리가 난다면 의심해보야 한다. 손으로 눌렀을 때 아프거나 전보다 무릎 관절이 더 튀어나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미 관절염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 중이라면 가벼운 체조나 수영이 좋다. 물속에서 걷거나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수영은 인공관절 수술 후에 관절 주변의 근력을 키우는 데도 좋은 운동이다.
식습관에 있어서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통해 비타민이나 셀레늄 같은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중에서도 A와 C, E가 특히 관절에 좋다. 열대과일인 아보카도가 관절에 좋은 이유도 비타민 A·B·C·E가 고루 들어있는 데다 칼륨·인 같은 미네랄, 베타카로틴, 불포화 지방산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기도 어느 정도 먹는 것이 좋다.
효도선물로 인기가 많은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틴, 달맞이꽃 종자유 등의 건강보조식품도 관절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루코사민의 경우 유럽에서는 이미 관절염 치료제로 쓰고 있다. 하지만 당뇨가 있거나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다면 주의해야 하는 만큼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콘드로이틴도 혈액응고 방지제를 복용하거나 출혈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주의한다.
식품을 통해 섭취하려면 글루코사민은 새우, 게, 버섯, 도가니 등에 많다. 새우나 게는 바삭하게 볶거나 튀겨 껍질째 먹으면 좋다. 콘드로이틴은 달팽이나 가오리, 오징어, 해삼, 상어 등에 많이 들어있다.
반면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커피, 콜라 등의 카페인 음료는 삼간다. 인스턴트식품을 너무 자주 먹어도 칼로리만 많을 뿐 고른 영양이 들어 있지 않아 관절이 약해진다. 젊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무조건 식사를 굶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목동 힘찬병원 윤경환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