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미역오이냉채는 산성화되기 쉬운 혈액을 중화시킬 수 있어 좋다. | ||
머리부터 발끝까지 산소와 영양분을 고루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혈액. 우리 몸에 흐르고 있는 혈액의 양은 성인의 경우 체중의 8% 정도인 4.5ℓ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혈액은 산도 즉, 수소이온농도지수(pH)가 7.4인 약한 알칼리성을 띠는 게 정상이다. 이 산도가 유지될 때 호르몬, 효소 등의 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다. 참고로 1~14까지 있는 pH가 7이면 중성, 7 이하면 산성, 7 이상이면 알칼리성이다.
만약 7.4에서 ±0.2 이상만 변해도 자칫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 몸 스스로 산성, 알칼리성을 중화시키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체액의 산성이 높아지면 호흡중추에서는 호흡을 더 빠르게 해서 탄산가스를 배출시켜 산도를 낮추려고 한다. 간은 단백질 대사에 의해 암모니아를 만들고, 그 암모니아가 혈중에서 산성을 중화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원인으로 인해 혈액의 pH가 7.4보다 낮아지는 경우를 산혈증, 반대로 7.4보다 높아지는 경우를 알칼리혈증이라고 부른다. 보통 알칼리혈증보다는 산혈증이 많은 편이다. 우리 몸의 신진대사 과정에서 약간의 산이 만들어지는 데다 육류, 가공식품 등의 산성 식품을 즐기는 식습관, 지나친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도 한 원인이다. 활동량이 많거나 운동을 많이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흔히 말하는 산성 체질, 또는 알칼리성 체질은 사실은 잘못된 용어다. 산성 체질이라고 말할 때는 혈액이 pH 7 이하인 산성이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pH 7.4를 기준으로 산성 쪽에 조금이라도 기울어 있는 ‘산성화’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알칼리성 체질도 마찬가지로 pH 7.4보다 알칼리성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라는 뜻이다.
몸에 산성화가 진행되면 전과는 다른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심리적으로는 불안정하거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다소 공격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런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소화불량이나 위궤양 등이 생기기 쉽다. 피부도 나빠진다.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거칠어지고 하얀 각질이 생기게 된다.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혈액이 산성화되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쉽게 피로하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 조금만 신경을 써도 두통, 현기증 등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혈액이 산성화되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의 질병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혈액이 탁해지거나 잘 굳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뇨나 고혈압 등의 성인병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시작되었다면 이미 혈액이 산성화된 상태일 수 있다. 반대로 평소 혈액이 약알칼리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습관을 들인다면 이런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요즘 더위 때문에 더 찾게 되는 콜라,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나 맥주, 고기, 생선, 빵, 달걀, 과자, 패스트푸드 등은 모두 산성 식품에 속한다. 이런 식품을 먹으면 혈액이 바로 산성화되는 것일까. 다행히 산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시스템이 작동해서 중화시켜 준다. 산성 식품이 건강에 나쁘다고 여겨 너무 알칼리성 식품만 섭취하면 우리 몸이 에너지를 원활하게 만들지 못해서 신진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산성 식품을 먹으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원장은 “지속적으로 산성 또는 알칼리성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음식을 먹는 경우에는 약알칼리로 상태로 만들기 위해 몸이 그만큼 무리하게 된다”며 “양쪽을 고루 먹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산성 식품을 조리하거나 먹을 때 어울리는 알칼리성 식품과 함께 먹는 것이 요령. 산성인 삼겹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구워서 그냥 쌈장에 찍어먹기보다는 상추, 깻잎 등의 야채나 쌈다시마 등의 알칼리성 식품으로 싸서 먹는 게 좋다. 오징어처럼 산도가 높은 식품도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것보다는 미나리, 오이 등의 채소를 푸짐하게 넣어 초고추장으로 버무려 먹도록 한다.
영양상으로도 산성, 알칼리성을 고루 먹는 것이 이상적이다. 산성 식품에는 열량이 높고 단백질, 비타민 등이 많고 알칼리성 식품은 칼슘이나 칼륨 등의 미네랄, 효소 등이 풍부하다.
산성, 알칼리성을 구분할 때는 맛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해조류는 거의 알칼리성이고 곡류나 육류, 어패류, 견과류 등은 산성이 많다.
흔히 알칼리성 식품이 좋다고 하는 것은 산성 식품을 지나치게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식습관을 체크해 봐서 평소 산성 식품을 즐겨 먹는 편이라면 의식적으로 알칼리성 식품을 전보다 더 먹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알칼리성 식사를 위주로 한다고 너무 채식만 하면 단백질이나 철분, 칼슘 등의 미량 미네랄이 부족해서 대사장애 빈혈 골다공증 등이 생기므로 주의한다.
특정 질환으로 인해 산성식품을 적게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천식, 폐기종 등 폐에 문제가 있을 때는 호흡이 원활하지 못해 혈액이 산성화되는 ‘호흡성 산증’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이때 산성 식품을 많이 먹으면 더욱 산성화를 부추기게 된다.
반대로 알칼리성 식품을 조심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구토를 많이 하거나 과호흡 증후군이 있으면 대사성 알칼리혈증으로 변하는데, 여기에 알칼리성 음식까지 많이 먹으면 증상이 악화된다.
식습관 외에도 지나친 운동, 과음을 삼가고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잘 풀어주어야 혈액의 산성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전세일 원장